[3월 107호]누구에게나 열린무대 GTREE

Good, sonG, Guitar, God, Gospel…. 좋아하는 영어 단어에 ‘G’라는 알파벳이 많다. 오랫동안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할 것들이 나무처럼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G에 Tree를 붙였다. 누구나 설 수 있는 무대를 꿈꾸며 한상언 씨와 조대환 씨가 어은동에 만든 공간 Gtree다. 
            
                   
                     
음악으로 켜켜이 쌓인 시간

Gtree는 라이브펍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듣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무대가 있다. 무대에서 부른 노래를 바로 녹음할 수 있는 장비도 있다. 무대에는 기타, 베이스, 드럼, 젬베, 피아노 등 악기가 준비되어 있다. 무대에 서고 싶은 누구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꼭 자기 곡이 있는 뮤지션만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는 사람만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무대에 설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했어요. 그때는 주로 댄스음악을 선호하던 때였으니까요. 기타 연주하며 음악 하는 친구들은 지금보다 더 설 무대가 없었죠. 라이브 업소 무대에서 노래 부르면서 돈을 벌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었죠.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내 무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2003년 한상언 씨는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나중에 아이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하던 때였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한 번은 진짜 ‘내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무대를 만들려다 보니 ‘내 곡’으로 하고 싶었다. 무대에서 연주할 곡을 만들다 보니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과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며 했던 작업들 덕분에 녹음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고, 무대에 서는 일 대신 다른 사람의 노래를 녹음해 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무대를 만들면서 또 나아갈 길을 찾은 거예요. 무대를 만들고 녹음실을 차렸어요.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둔산동에서 녹음실을 운영했어요.”

                         

                            

누구나 노래하고 무엇이나 연주하는 곳

녹음실은 비수기도 있고 성수기도 있었지만, 먹고사는 데 큰 걱정은 없었다. 그래도 항상 마음에 갈증이 있었다. 무대에서 내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마음, 조금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작년 6월에 혼자 통기타를 들고 남문광장에서 버스킹을 했어요. 늦은 나이에 혼자 길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큰 용기를 얻었어요. 제가 언제 나오는지 물어봐서  맞춰서 나오는 분들도 생겼어요. 다시 노래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의 남은 시간 동안 무대에서 보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와 같이 무대에 서고 싶은데 설 무대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면, 더 재미있게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간을 구상하고 함께할 사람을 찾았다. 후배 조대환 씨와 함께하기로 마음먹고 마땅한 공간을 찾다가 어은동 115-1번지를 찾았다. 직장인 밴드, 학교 밴드, 인디 밴드 등 밴드뿐만 아니라 무대를 지켜보다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도, 이 무대는 열려 있다. 시간이 나면 한상언 씨도 그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 어떤 날, 어떤 시간에 무대를 쓰고 싶다는 밴드가 있으면 ‘대관’처럼 빌려주기도 한다. 무대에 서는 것만큼은 누구에게나 무료다. 

         

한상언 공동대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되도록 많은 무대에서 자기 곡을 연습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대전에는 ‘무대’라고 할 만한 곳이 많이 없어요. 연습실과 무대는 또 다르거든요. 이 공간이 그런 친구들에게 좋은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무대를 쓰고, 악기를 쓰는 건데 왜 돈을 받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악기라는 게 어차피 사용하는 거잖아요. 같이 쓸 수도 있는 거죠. 무대 보면서 즐기고, 그러면서 술도 한 잔씩 하고, 그러면 또 운영할 수 있는 비용이 나오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즐거워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계속 즐거울 수도 없을 거라는 것도, 앞으로 분명 힘든 일도 많이 있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녹음실을 운영할 수 있었고,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영원한 게 어딨겠어요. 이렇게 가다 보면 또 길이 열리겠죠. 막상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처음 생각과 다른 게 무수히 많았어요. 그래도 다 길이 있더라고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이수연 사진 이수연, Gtree

주소 대전 유성구 어은로 46 ┃ 문의 042.863.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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