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5호] 2015 테미를 기대해 봐

지난 12월, 대전 대흥동에 자리한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2기 입주예술가 선정이 완료됐다. 김주리, 박소영, 조영주, 이선희, 홍기원, Tiziana Jill Beck, Annesofie Sandal 등 일곱 명 예술가와 2인 1조로 구성된 The Bite Back Movement 디자인 듀오까지 모두 아홉 명 입주 작가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 터를 잡고 활동을 펼쳐갈 예정이다.

대전테미예술창작촌 김수연 매니저는 “4월 초, 프리뷰 전시를 열 예정이다. 2기 입주예술가가 그동안 해왔던 작업을 선보이고,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다. 이밖에도 입주예술가를 위한 워크숍, 지역 예술가와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을 위한 워크숍과 네트워크 자리를 꾸준히 만들 계획이다. 예술가와 주민의 다양한 교류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라며 “지역에 많은 예술적 교류와 활동이 일 수 있도록 더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겠다.”라고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이야기했다.

상반기 활동을 시작한 여섯 작가 중 네 명의 작가를 만났다. 그들의 공간과 이야기를 살짝, 아주 살짝 엿보고 왔다.

흙과 물
김주리 작가

김주리 작가는 흙과 물로 작업을 진행한다. 조소를 전공한 그녀는 어느 날, 흙으로 만든 작은 조형물이 물통에 빠져 점점 형태가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순간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후 흙으로 만든 조형물에 물을 부어 점점 형태가 변하고 사라지는 과정 모두 그녀의 작품, 작업이 됐다. 첫 전시는 낡은 여관방을 재현하는 작업으로 여관방에 있을법한 물건을 흙으로 만들고, 그 위에 물을 부었다. 누구나 한 번쯤 왔을 법한 낡은 여관방에서 관객들은 각자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환상과 허구, 진실을 혼동한다. 이후 신체와 집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이어왔다.

“집은 신체의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서울 휘경동에서 10년 정도 살았는데, 2008년 즈음 재개발 문제로 동네가 시끄러웠어요. 그때 동네의 낡은 주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주택 모두 전체적인 구조나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똑같은 집은 단 한 곳도 없어요. 흥미로웠어요.”

앞으로도 흙과 물을 사용해 작업을 이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작업을 보여주는 방식을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영상과 사진 등 여러 매체를 고민하고 있다.

  

  

타자(他者)화되는 것들의 고찰
소영 작가

제 몫을 다하고 거리에 버려지는 수많은 물건, 더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물건이 박소영 작가에게는 모두 하나의 작품이된다. ‘타자화되는 것들의 고찰’, 그녀가 그동안 진행한 작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박소영 작가의 작업은 ‘타자(他者)’의 속성을 가진 물건을 수집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떨어진 식물의 일부분, 죽은 곤충, 쓰고 버린 일회용 용기 등 보잘것없다고 여기는 물건, 하지만 시간을 간직한 물건을 거리에서, 또 자연에서 수집한다.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물건을 수집하는 과정, 음지의 것을 밖으로 끌어내 물, 불, 흙, 공기를 이용해 다시 빛을 비추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녀가 수집한 물건은 다시 기계적 상상력과 결합해 색다른 작품을 만든다. 다 쓴 필름으로 만든 무지개증폭장치는 필름 표면을 긁어내 빛을 굴절시키는 장치다. 매미 허물로 공기의 흐름을 나타낸 매미고라운드 등 재밌는 상상력이 묻어나는 작품이 많다. 그녀는 대전에서도 꾸준히 ‘타자화’된 물건을 수집할 계획이다.

  

  

차별을 바라보는 그녀
조영주 작가

페인팅 작업을 뺀 모든 장르,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사진, 사운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조영주 작가는 ‘차별’이라는 큰 주제 아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차별이나 편견, 다양한 분야, 상황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관심이 많아요. 파리와 베를린에서 지낼 때 저는 이방인, 외국인이었죠. 그때 경험했던 차별이 당시 제 작업의 주제였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차별, 한국 사회에서 한국 여성이 겪는 차별에 관심 두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제 입장과 위치가 바뀌면 또 다른 상황과 차별에 관심을 두겠죠.”

그녀는 2월 11일부터 ‘그랜드 큐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신체적 변화가 시작되고 엄마와 아내로서 역할이 달라진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한국 여성의 역할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프로젝트다. 대전시 대흥동에 거주하는 50~60대 여성이 직접 참여해 작가와 대화하고, 대화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춤으로 표현한다. 중년 여성이 자신을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인으로 생각하길 바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결과물은 비디오로 촬영해 전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그녀는 미술계에서 서양 남자 작가와 한국 여자 작가를 바라보는 시선과 편견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

  

  

공간, 신체, 움직임
홍기원 작가

홍기원 작가는 공간과 신체, 움직임에 관심을 둔다. 특정 장소를 오픈된 전시공간으로 가정한다. 사회와 우리 삶을 오픈된 전시공간으로 설정하고, 키네틱(kinetic, 움직이는 예술로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작품, 관객이 움직일 수 있는 작품으로 나뉜다)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홍기원 작가는 몸과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작품과 작가, 관객 사이 형성되는 관계, 지위에 주목한다.

“예술 작품 속에서 관객의 지위와 역할이 달라져요. 제 작품 중 저울을 이용한 작업이 있어요. 저울 위에 관객이 올라섰을 때, 그리고 내려왔을 때 작품과 관객 사이 역할과 지위, 높낮이가 달라지죠. 관객에 의해 작품이 움직이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죠.”

앞으로 연극과 퍼포먼스 요소를 가미한 움직임, 그 속에서 발생하는 관계, 지위, 역할에 관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금은 텅 빈 스튜디오를 더 고민하고, 실험하며 가득 채워갈 것이다.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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