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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5호] 이슈 밴드
밴드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풀 밴드를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다. 버스킹이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던 중 재림 씨는 우연한 계기를 통해 아는 ‘교회 형’이었던 회성 씨를 재발견한다. 같이 음악을 하면 좋겠다 싶었다. 재림 씨가 손을 내밀었고, 회성 씨가 그 손을 잡았다. 재림 씨는 전공인 일렉 기타 대신 어쿠스틱 기타를 매고, 회성 씨는 보컬을 맡았다. 작년 3월의 일이다. 두 사람은 떨리는 첫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3회의 공연을 해왔다.
그러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일부러 공연을 보러오는 팬이 생겼고, 공연을 청해오는 장소도 생겼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자신만큼이나 상대방을 걱정하는 사이가 됐다. 일 년 남짓한 시간동안 생긴 일이다.
“첫 버스킹은 작년 3월 30일 엑스포공원 남문광장에서 했어요. 앰프 하나, 기타 하나, 마이크 하나 이렇게 달랑 들고 갔죠. 단 한 명이라도 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50여 명 정도의 많은 사람이 모인 거예요. 아마 첫 공연 때부터 사람이 없었다면 힘들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덕분에 지금까지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여름에는 하루에 2~3회, 일주일에 4~5회 정도 힘든 줄도 모르고 거리에 나섰다. 딱 두 번을 빼고는 매주 공연을 했다. 아이돌 가수의 노래, 포크, 록, 발라드, 인디뮤직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 그리고 관객이 원하는 대중적인 곡을 자신들이 원하는 색깔로 표현하고 부르는 것이 이슈 밴드가 노래하는 방식이다. 가장 많이 부른 것은 버스커버스커의 곡들이다.
“매주 가는 곳들은 은행동, 엑스포공원 남문광장, 관저동, 노은동 네 곳이에요. 그 외에도 가끔 가는 곳을 포함하면 열 곳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축제도 가고 우연히 연이 된 분을 통해서 각종 행사에서도 공연을 하고 있어요.”
이슈 밴드는 버스킹을 처음 시작한 작년 3월부터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했다. 매주 수요일 열 시에 공연 일정 공지하는 일을 빼먹지 않았고, 공연 후에는 공연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며, 관객의 댓글에 빠짐없이 답글을 달았다. 버스킹 때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홍보했고, 그렇게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이 벌써 이천여 명이다. 페이스북 관리는 주로 회성 씨가 맡고, 재림 씨는 유투브에 동영상을 올린다. 이제는 미리 공지된 공연 일정을 보고 찾아오는 관객도 제법 생겼다. 이슈 밴드를 추천한 관객 덕분에 실내공연을 할 기회도 종종 생겼다. 얼마 전부터는 선화동 카페드블랑에서 매주 금, 토요일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버스킹을 하기 힘든 겨울 무렵 찾아온 더없이 반가운 기회다.
“힘들지 않아요. 재미있어서 하는 거고, 좋아서 하는 거라 공연을 하면 오히려 힘이 더 나죠. 누군가를 위해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더 강해요. 공연하기 전 날이 저희에게는 불금이고 불토예요. 그만큼 신이 나고 공연하는 날만 기다려져요.”
‘팬’이라는 표현이 어색하다는 그들, “팬이라기보다는 친구가 많이 생겨서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두 사람은 풋풋하다 못해 싱그럽기까지 하다.
“올해는 날 좋을 때에 전국투어 버스킹을 해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우리 곡 두세 곡 정도를 디지털 앨범으로 발매해서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엄청 큰 무대에서도 공연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목척교에 있는 의자 앞에서 좋은 장비를 갖춰서 공연할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엄청난 인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적당한 수의 팬이 저희를 꾸준히 봐 주고, 잘 되면 스무 명 정도 모여서 노래하고 얘기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그냥 걱정하지 않고 공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