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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5호] '관계'속에서 생각하는 행복한 삶
권인호 씨는 2015년 올해 모토를 ‘무한 긍정’과 ‘사고 치기’ 두 가지로 정했다. 그동안 ‘긍정’이라는 단어를 ‘마냥 힘들어도 좋다.’라는 뜻으로 이해했는데, 있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긍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올 한해 ‘무한 긍정’ 하기로 다짐했다. 또 하나, ‘사고 치기’. 인호 씨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사고 치기’라는 말로 표현했다.
청년의 삶 고민하는 권인호 씨
“올해 크지는 않지만 사고를 두 번 쳤어요. 하나는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걸기였어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청년이 무전여행 하고 있다고 밥 주시면 설거지하겠다고 들어와 밥을 얻어먹더라고요. 요즘에는 무전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들어서 관심 있게 쳐다봤었어요. 그런데 다음날 차를 타고 가다가 어딘가 걸어가는 그 청년을 봤어요. 용기가 없어서 지나쳤다가 다시 차를 돌려세우고 말을 걸었어요. 그분도 제 얼굴을 기억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전주에서 청년활동 하는 분이었어요. 얘기 나누고 연락처도 교환했어요.”
요즘 ‘사고 일기’를 쓰고 있다는 인호 씨는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사업지원팀에서 일한다. 대학교에 다니며 비영리 영역에 관심을 두었는데, 그 관심이 이어져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말 그대로 ‘사회적 자본’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됐다.
“사회적자본은 신뢰, 협동, 호혜, 네트워크 같은 무형의 자본이에요.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하는 일은, 사회적자본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거예요. 사람 간의 관계를 끈으로 이어주는 거죠. 관계의 끈이 생길 때, 사회적 문제, 파편화된 삶을 극복할 수 있어요.”
작년,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지원하면서 인호 씨는, 마을과 사회적자본을 청년 관점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청년들이 관계하지 않고 파편화돼 있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두게 됐다.
“원룸에 살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관계가 파편화된 상황에서 취업, 진로, 결혼 등 여러 압박을 받으니 삶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년들이 더 사회 밑바닥 구조에서 고통 받는다고 생각해요.”
인호 씨는 ‘The BENCH’라는 청년 단체에서도 활동한다.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도 함께하지만 원래 인호 씨가 다니는 함께하는 교회 청년부 ‘벤치에서’가 시작점이다. 작년 초여름,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대전 청년 네트워크인 ‘청년고리’가 다른 청년 단체들과 MOU 체결 행사를 했었는데, 인호 씨가 좋은 행사가 있다며 함께하는 교회 청년부 사람들을 불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The 벤치에서’를 만들었다. 각 단체가 다른 단체에 지원할 수 있는 것과 지원받고 싶은 것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당시, ‘The 벤치에서’는 교회 공간이 있으니 청년들의 다양하고 유익한 활동에 공간을 지원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공간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네트워킹한다는 콘셉트였다.
‘The 벤치에서’는 ‘The BENCH’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북콘서트와 소셜다이닝, 갭이어 콘서트 등을 기획해 다양한 청년을 만났다. 인호 씨가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그리고 ‘The BENCH’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다양한 경험과 사람 간의 관계가 더 풍요로운 삶을 만든다는 생각에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관계 맺을 수 있어 좋아요. 저는 태어났을 때 주어진 게 많았어요. 아버지가 만들어 온 관계 속에서 삶을 풍요롭게 살았어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제게 주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삶을 풍성하게 했고 삶을 사는 원동력이 됐고 마음의 여유도 줬어요. 그게 사회적 자본이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다양한 삶을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활동해요.”
올해 ‘The BENCH’는 청년들이 모여 엄마가 해 준 레시피로 음식을 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먹는 ‘엄마의 레시피’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름에는 캠핑 콘서트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려 한다. 또 인호 씨도 다양한 사람들, 청년들을 만나며 ‘무한 긍정’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일단 모이는 게 재밌어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는 게 제 삶을 풍성하게 해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