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6호] 아직, 누구에게만 찬란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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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누구에게나 찬란한>, <족구왕>,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목숨>을 볼 기회였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봄맞이 영화극장 ‘불어라 봄바람 불어라 독립영화’가 지난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4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 사업은 (사)한국영상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및 비상설극장 기획전 지원사업’에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공모해 선정된 것이며 약 9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사)한국영상위원회는 ‘일반 극장 개봉이 어려운 독립·예술영화를 지역 비상설극장을 통해 상영해 지역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마련했다.’라고 사업목적을 밝힌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누구에게나 찬란한>,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감독과의 대화를 마련했으며 3일 동안 여섯 차례 상영한 다섯 편의 영화는 모두 무료로 볼 수 있었다.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한 건 아니다.”
-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 해설 중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을 상영한 3월 19일, 봄맞이 영화극장을 찾았다. 몇몇 관객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영화 볼 채비를 마쳤다. 영화는 2012년 1월 창단한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단인 ‘희망FC’의 탄생부터 대회 출전까지 6년간의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찬란한>의 임유철 감독은 지역 아동복지시설에서 활동하던 축구감독인 박철우 감독과 유소년 축구 클럽을 시작했다. 축구팀 창단을 하기 위해 발로 뛰었지만, 어려운 여건이었다. 팀 창단이 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해지자 2010년 포털 사이트 다음 ‘희망해’에서 모금활동이 시작되었다. 총 1,636명이 참여해 6백여만 원의 후원금을 바탕으로 2012년 1월, ‘희망FC’가 창단한다. 경남 지역의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축구를 하고 싶지만, 포기해야 했던 많은 아이가 모였다.

“박철우 감독은 제가 정말 존경하던 분이었어요. 이 영화를 찍기 전부터 8년간 아동복지시설에서 축구로 아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걸 봐왔거든요. 여러 이유로 감독이 교체되는 상황이 발생했죠. 박철우 감독은 가난하기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사회 구조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정말 진지하게 축구로 꿈을 실현하기 원하셨어요.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전에는 강압적으로 아이들을 다그치던 분이 아닌데, 생각했던 것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중압감이 크셨던 것 같아요. 그만두신다고 하셨을 때 정말 많이 붙잡았는데, 결국 박 감독님이 추천해주셨던 김태근 감독이 함께하게 되었죠.”

박철우 감독에게 매일 혼나기만 하던 아이들은 김태근 감독과 함께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보인다. 아이들의 더디지만, 꾸준한 성장을 포착해 하나하나 보여준다. 돈이 없거나, 엄마나 아빠가 부재한 아이들이었다. 카메라는 아이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결핍으로 인한 상처까지 하나씩 보여준다. 그러한 아이들이 나보다는 우리, 함께하는 이 경기에 관해 지속해서 알려주고, 보여주는 김태근 감독의 가르침으로 한 뼘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프로스포츠로서의 축구는 더는 공 하나만으로 할 수 없는 운동이었다.”
-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 해설 중

“이 아이들보다는 이 아이들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사회적 구조를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단순히 이 영화를 개봉해야겠다는 게 목적이 아니었어요. 영화를 통해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제도에 관해 다시 이야기가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요즘 임유철 감독은 영화보다 세월호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좀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보았을 때는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나겠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살아 있어요.”라고 영화 시사회 때마다 이야기하는 통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곤욕스러워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제 영화 속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자기가 누구인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학교나 학원 공부에 치여서 매일 허덕이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아무런 희망도 없이 영화 속 아이들처럼 포기하는 것을 먼저 배우는 아이들이 있다. 임 감독의 말처럼 1년 전, 차가운 바다에서 죽어간 아이들도 있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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