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9호] 카일린의 일본 문화 탐방기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며 언제나 흥미진진하게 묻는 것은 그들의 이름입니다. ‘이름 석 자’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 한국은 말 그대로 이름이 3음절인 사람이 많죠? 순 한글 이름도 있지만, 한자로 된 이름도 있습니다. 일본인의 이름도 한국인의 이름과 공통된 점이 많아요. 한자로 되어있다는 점, 성에 조상이 살던 지역의 힌트가 숨어있다는 점, 결혼하고 태어난 아이들의 성은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 반면 일본인의 이름만이 가진 재미있는 특징도 많답니다.
일본인의 이름은 한국처럼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성’과 ‘이름’ 이렇게요. 미국처럼 중간성을 쓰는 경우는 없답니다. 순서 또한 성, 이름순으로 한국과 똑같아요. 다만 성 한 음절, 이름 두 음절이 주류는 아니랍니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한자라도 읽는 방법이 다른데요, 예를 들어 저의 일본 성인 ‘森本’는 한국이라면 ‘삼본’ 하고 읽지만, 일본에서는 ‘모리모토’라고 읽는답니다. 한자를 한 글자만 쓰더라도 한 음절로 읽히는 성은 있긴 있지만 아주 드물어요. 저도 아직 한 사람도 못 봤습니다! 일본에서 흔한 성 林 씨도 ‘하야시’라 읽습니다. 짧으면 한자 하나에서 길면 한자 여섯 글자까지, 길이는 각양각색입니다. 한자 두 개로 이루어진 성을 제일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일본인의 성은 여러 가지 요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지명, 풍경, 방향, 직업, 통치자의 이름에서 파생된 성 등등, 그 종류는 약 30만 가지라 해요. 우리나라에선 김, 이, 박씨가 성이 제일 많죠? 일본이 흔한 성씨 1위는 佐藤(사토), 2위는 鈴木(스즈키), 3위는 高橋(타카하시)입니다.
이름 또한 각양각색이랍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모의 바람이 담긴 이름, 예를 들어 건강하길 바라면 건강할 건(健), 효도하는 자식이 되길 원하면 효도 효(孝)를 써서 이름을 짓습니다. 꽃이나 과일 이름을 가진 사람도 많이 봤어요. 벚꽃을 의미하는 ‘사쿠라’, 백합을 의미하는 ‘유리’, 복숭아를 의미하는 ‘모모’ 등, 참 예쁘죠? 형제자매끼리 돌림자를 쓰는 집도 많습니다. ‘타카키’와 ‘토모키’ 형제, ‘아야카’와 ‘아야노’ 자매처럼 발음이 같은 부분을 넣어 한가족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일남이, 차남이, 삼남이 하고 심플하게(?) 이름을 지었던 것처럼 一郎 (이치로), 次郎 (지로), 三郎 (사부로) 처럼 순서를 알기 쉬운 이름도 있어요.
  
  
  
  
요즘은 일본에서도 워낙 개방된 사고방식으로 특이한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요. ‘키티’, ‘라이온’, ‘신디’ 등 정말 일본 이름인가 헷갈리는 이름도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이런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나와 자랑스럽게 자기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어린이들 이름이라면 괜찮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키티 할머니~’하고 불리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보니 웃음이 터졌습니다. 약간 도를 지나친 것 같은 이름도 있습니다. 일본 전국을 들썩이게 한 이름 사건도 있었어요. 부모가 자기 아이 이름을 ‘악마’라고 지은 겁니다. 악마를 소재로 한 펑크 패션이나, 악마를 멋진 존재로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등이 적지 않은 일본에서 아이의 부모도 이에 영향을 받아 ‘악마’라는 이름이 나쁘지 않다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이 이름은 수리가 거부되었다 합니다.
아무리 일본 생활이 익숙해도 언제나 사람들의 이름을 물을 땐 긴장이 됩니다. 흔하지 않은 이름은 한 번에 알아듣기도 힘들고 외우기도 어렵거든요. 하지만 특이한 이름을 만날 때마다 무슨 의미일까,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은 참 즐겁습니다. 학생 시절 좋아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이름은 ‘아카리’였습니다. 빛이라는 뜻의 이 이름, 발음하기도 예쁘고 뜻도 좋다고 생각하여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득 임신한 회사 언니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해 태어난 딸의 이름을 ‘아카리’ 라고 지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저런 이름을 만나 인연을 맺으며 이름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습니다.
  
  

박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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