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9호] 골목에 핀 불빛 세 개

으능정이 거리에서 신호등 하나를 건너면 나오는 길은 좁은 골목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밤낮으로 환하게 빛나는 으능정이 거리와 비교하면 늘 침울한 기운을 뿜는 곳이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거리는 도시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외곽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그 고요한 골목 하나에 김완종, 김진종 형제가 나란히 불을 밝혔다.
목척 9길 가는 길
  서울의 별

(대전광역시 중구 목척9길 27(은행동 135-2))

진짜 자몽 덕후를 위한 슈퍼사이즈 자몽을 취급한다는 문구가 서울의 별 곳곳에 붙어 있다. 서울의 별은 형 김진종 씨가 운영하는 카페다. 대학에 다니다 중퇴하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가 커피를 배웠다. 고향인 대전에 내려온 건 3년여 전이다.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다가 목척길에 자리를 잡았다. 3년여 전 ‘서울의 별’의 첫 이름은 ‘fine Thanks and you’였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이쪽에서 장사하셨어요. 그때만 해도 이 거리가 굉장히 사람이 많은 곳이었어요. 경리단길이나 쌈지길처럼 인근에 문화가 생기면 이 거리도 다시 북적일 거예요.”

한 번 왔던 사람이 다시 찾고, 조금씩 단골이 생겼다. ‘서울의 별’로 이름을 바꾼 건 2015년 초, 동생 완종 씨가 나란히 Palsa 맥주와 갤러리 문을 연 즈음이다.

“당장 1~2년을 본 게 아니라 먼 미래를 봤어요. 지금은 동생도 함께 있으니까 더 가

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Palsa맥주와 갤러리까지 함께하니까 찾는 분도 많아지고 주변 분도 덕분에 젊은 사람이 많이 지나다녀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여기도 문화가 조성되면, 상권이 살지 않을까 싶어요.”

  

  

  Palsa 맥주와  갤러리

(대전광역시 중구 목척9길 27(은행동 135)

서울의 별과 나란히 붙어 있는 Palsa맥주와 갤러리는 김진종 씨의 동생 김완종 씨가 운영한다. 2015년 1월 문을 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올라간 서울은 뭔가 늘 일어나는 도시였다. 패션 관련 업계 회사에서 일하면서 화보도 찍고,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잡지에 실리면서 어린 시절부터 끄적이던 그림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보여주다 보니 즐겁고, 계속 작품을 하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전시를 한 건 작년 4월이었어요. 서울에 애드립이라는 공간이 있어요. 아티스트 라이브러리 역할을 하는 곳이죠. 분야별로 예술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해놓아요. 그곳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연결해주기도 하는데 거기에서 사람들 만나면서 연이 닿아서 전시할 만한 기회가 계속 생겼어요.”

서울은 늘 뭔가 일어나는 도시였지만, 언제부턴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청춘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사는 곳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마침 형이 혼자 카페를 운영하며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작품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형 곁에서 같이 하면 더 재밌는 일이 많을 것 같았어요. 맥줏집을 운영하면서 갤러리를 하면 아무래도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것 같았어요. 저도 작품을 하니까 제 그림을 걸 수 있고, 젊은 작가들이 부담 없이 전시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사람들이 점점 더 이곳을 찾고 있어요. 올 초부터 했던 토요예술잔치도 그런 맥락에 닿아 있어요. 84맥주에서 입장료를 받고, 공연을 하고, 말 그대로 잔치를 하는 거죠.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만한 걸 던져주고, 그렇게 하다 보면 이 거리에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이 와서 뭔가를 할 테죠. 앞으로 이 거리가 재밌는 일이 많은 곳이 되면 좋겠어요.”

  

  

1  목척9길

2  palsa 간판
3  palsa 갤러리
4  외부전경
5  형 김진종
6  동생 김완종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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