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7호] 동네 극장, 문을 열다 _ 작은 극장 다함

약속한 때보다 일찍 도착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작은극장 다함(이하 다함) 앞에 서 있으니, 바로 옆에 있는 서점 주인이 나와 잠깐 들어와 있으란 말을 건넨다. 따뜻한 이웃의 모습이었다. 지난 2월 13일, 동구 가오동에 다함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 전부터 다함은 동네에서 하나둘 이웃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동네 극장’으로 기능하고자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반긴다.

                     

사진
‘다’ 할 수 있는 공간

다함의 김영태, 김수진 대표는 오래전부터 극장 운영이 꿈이었다. 그러다 현재 다함이 있는 건물에서 ‘극장 임대’라고 쓰여 있는 알림을 보게 됐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오랜 시간 꿈꿔 왔던 것을 실현하고 있다.
“이름을 지으며 우연히 열릴 함(豃) 자를 알게 됐어요. ‘다함’이란 이름은 많은 것이 크게 열렸다는 뜻이에요. 정성을 다한다는 뜻도 있고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이 어떤 것이든 다 해도 된다는 뜻도 있어요.”


김영태 대표는 다함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는 연극 등의 공연을 올리고 연극 아카데미, 동호회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빌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프러포즈 이벤트나 생일파티 등도 가능하다. 
가오동 도서관, 원래부터 무대와 객석이 있었던 지하 1층 공간을 김영태, 김수진 대표가 손수 원하는 극장의 모습으로 리모델링 했다. 객석은 총 120석 정도로 작지 않은 규모다. 간이 의자를 놓으면 150석 정도까지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원래 있었던 무대의 단을 내렸고, 객석 또한 낮게 만들어 무대와 객석의 눈높이가 맞도록 했다. 
지하 1층 공간을 반으로 나눈 만큼은 위로 반지하 공간의 사무실을 만들었다. 이후 이 공간은,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자유롭게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한다. 

                        

                      

좋은 콘텐츠로 지역 주민과 같이 가는

동구에 사는 두 대표는 자연스레 동구에 극장 문을 열었다. 다른 지역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인프라가 적은 곳에 극장을 여는 것에 대한 주저함은 있었지만, 두 대표는 극장의 위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정말 좋은 콘텐츠를 잘 홍보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태 대표는 무엇보다 다함이 지역 주민과 주민, 주민과 예술 등 다양한 관계가 이루어지는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곳이 과거에 도서관이었던 자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김수진 대표가 설명한다.
작년부터 용운종합사회복지관의 교육 사업을 맡아 진행했는데, 올해는 다문화 가정 주부들이 공연을 만드는 것을 돕는다. 이외에도 다양한 교육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당극단 좋다 기획실장으로 활동하는 김영태 대표와 부산 극단에서 연극 아카데미를 진행했던 김수진 대표의 경험을 살려 운영한다. 연극을 알아야 연극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두 대표의 생각이고, 다함의 여러 교육 사업을 통해 연극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이다. 또, 전국 극단의 좋은 공연을 다함에 올려 대전 시민에게 소개하는 것도 계획한다. 


문을 열기까지 많은 사람이 두 대표를 도왔다. 40~50명쯤 되는 씨앗회원이 한 구좌씩 마련해 힘을 보탰고 리모델링 공사를 직접 도와준 사람도 많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두 대표는 다함이 자신들과 많은 사람의 꿈이 실현될 공간이 되리라 믿는다. 김수진 대표가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앞으로 차근차근히 채우면서 가기로 했어요. 준비되는 대로 극장 공사도 마무리하고 사무실 시스템도 갖춰야 해요. 개관식 때 많은 분이 와 주셔서 축하해 주시고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려는 걸 참았어요. 다함이 저희와 함께하는 사람의 꿈이 모두 실현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작은 극장 다함  대전 동구 대전로 448번길 70

글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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