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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8호] 수도 서울에서 '지역출판'을 말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4년 통계로 보는 콘텐츠산업’을 살피면, 출판 부문에서 콘텐츠산업 전체 매출액이 감소하는 추세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판은 콘텐츠 산업의 기본으로 콘텐츠 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산업입니다. 전체 매출액이 감소하는 추세이니 지역출판시장은 말할 것도 없이 어려울 것입니다. 출판 자체를 ‘숙명’으로 보고, 출판사의 헌신으로 유지하는, ‘헌신문화사업’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구체화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 내실 있는 토론을 기대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의 이야기다. 지난 5월 11일, 국회 의원회관 2층 제8간담회실에서 ‘지역출판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민예총 배인석 사무총장의 사회로 도서출판 각 박경훈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도종환 의원의 인사말로 문을 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의원실, 배재정의원실, 김태년의원실, 박주선의원실이 주최하고, 지역출판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모임이 주관했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최낙진 교수와 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가 발제하고, 부산 산지니 출판사(이하 산지니) 강수걸 대표, 두 달에 한 번 함께가는예술인(이하 함께가는예술인) 조동흠 기획조정위원, 월간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이하 전라도닷컴), 도서출판 각(이하 ‘각’) 박경훈 대표, 동원대학교 부길만 교수, 월간 토마토(이하 토마토) 이용원 편집국장, 골목잡지 사이다(이하 사이다) 최서영 편집장이 발제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지역출판의 현실을 더하는 지정토론자로 발언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최낙진 교수는 ‘지역출판 환경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이야기했다. 최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발간한 ‘한국도서관 연감 2014’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3 콘텐츠산업통계, 2014 콘텐츠산업통계’ 등을 바탕으로 정리한 출판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짚었다. 최 교수는 현재 지역출판 생태계 위기 징후로 독서인구 감소, 출판사 감소, 매출액 감소, 수도권 집중화, 지역 서점 급감, 대형서점의 (독)과점화 추세, 온라인 서점 도서 구매 증가, 전체 출판시장 구조적 불황기, 매체 패러다임 부적응을 꼽았다.
“매체 패러다임 부적응은 온라인 출판 시장이 늘면서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출판계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인즉슨 이미 출판시장은 종이 매체에서 온라인, 전자출판으로 전환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전자출판을 다루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통계를 살펴볼 때 서적출판업은 감소하지만, 전자출판 시장은 늘고 있습니다. 전자출판 역시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높습니다. 향후 지역출판사 역시 전자출판물의 생산 및 유통에 참여하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를 만들려면 각 지역의 작은 출판사가 연대해 단체를 만들고 지자체나 중앙에서 기금을 모을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공공도서관에 지역출판 도서 구매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지역출판 도서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나오는 도서전을 상설 운영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돗토리 현에서는 1988년부터 지역출판사의 모든 책으로 도서전을 합니다. 여러 방법으로 중앙 정부와 각 지역에서 지역출판을 살리는 여러 정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지역출판을 살리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로 “좋은 출판사는 좋은 대학과 같으며, 지역출판은 지역의 지식 문화 공공재”라고 말했다. 출판 지원 정책은 책 읽는 시민을 만들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어 출판사가 이렇게 많은 현실에서 4년제 대학에 출판학과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1부 지정토론자인 산지니 강수걸 대표, 함께가는예술인 조동흠 기획조정위원,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이 지역출판의 현실과 발제에 관해 질문을 이어갔다. 강수걸 대표는 “출판산업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가 부족하므로 지원정책 역시 미흡할 수밖에 없다.”라며 “지역출판사의 실태와 현실적인 부분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함께가는예술인 조동흠 기획조정은 “힘 없는 사람이 말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방식이며, 출판문화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만드는 일이 쉬워지긴 했으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지역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은 “지역출판을 통해 기록되어야 할 가치가 시장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다. 문화 다양성 차원에서 붕괴하는 지역출판을 ‘종 다양성 보존’의 문제로 봐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라며 “자치단체에서 출판하는 여러 출판물이 지역출판 전체에 왜곡을 주기 때문에 자치단체는 생산자보다는 민간 출판의 구매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최낙진 교수는 “황 대표의 말처럼 지역출판 범위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 공적자금을 투여한다고 할 때 한계가 분명하다. 되도록 범위를 좁히고, 나눠 먹기 정책으로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두 번째 발제는 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가 ‘지역문화와 지역출판 진흥 방안’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했다. 구 교수는 부산이라는 도시를 예로 한국의 제2도시라는 말보다는 ‘아시아 속에 있는 도시’로, 지역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본과 권력이 집중된 수도권의 출판을 뛰어넘는 방법론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으며, 지역출판 역시 기술, 디자인 면에서 상품가치를 높이려면 계속해서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갖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정부에서 요즘 화제인 ‘마을만들기 사업’ 같은 경우는 서점과 함께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동네서점, 소규모 도서관이 활성화되어서 마을마다 독서모임이 생기고, 책과 함께하는 문화가 생활문화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과거에 생활문화는 일상적인 삶에서 문화적인 의미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것을 말했지만, 오늘날 생활문화는 대중문화와 층위가 같아졌습니다. 생활문화를 육성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지역출판사는 지역문화재단과 함께 상생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지역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어 왜 ‘보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출판사 모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콘텐츠나 형식에서 수도권과 대등하게 갈 수 있도록 부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모룡 교수의 발제에 이어 2부 지정토론자인 ‘각’ 박경훈 대표가 지역문화와 지역출판 진흥 방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지역출판이란 지역문화산업이라는 ‘업’이지만, 현재 지역의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지역출판은 ‘지역문화운동’이라는 점을 짚었다. 박 대표는 지역출판이 어떤 ‘기록’을 가치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짚는 진지로써의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따라 지역출판에 관한 제도를 만들 때 ‘포인트’를 잘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올레코스에 관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올레코스에 관련한 책자가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책들이 과연 지역에서 세대를 넘길 만한 지식을 생산하는 출판사인가를 봐야 합니다. 지역 자체만 다룬다고 해서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점’을 짚어서 다음 세대에 남길 기록을 하는가 논의해야 합니다. 제도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출판은 한 번도 싹을 틔우거나 꽃을 피운 적이 없습니다. ‘지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야기된 게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제 막 씨를 뿌린 상황인데,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원 정책과 관련 제도를 만들 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경훈 대표에 이어 동원대학교 부길만 교수는 법적으로 지역출판을 지원할 방안에 관해 정리했다. 이용원 대표는 “지역문화재단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채 예산을 집행하는 중간기관으로 자리함에 따라 발생하는 한계가 명확해 지역문화재단이 재정과 운영을 독립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이다 최서영 대표 역시 출판 관련 전문인력이 지역문화재단에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세 시간여 가까이 진행된 토론은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의 “출판 물류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지역출판사에서 전국 유통이 어렵다는 사실은 몰랐던 사실이다.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을 생각하도록 하겠다.”라는 발언으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