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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1호] 얘들아, 같이 크자_관저 청소년 문화제
즐겁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다 짊어진 것처럼 깊은 고민을 하더라도 슬프고 괴롭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관저청소년문화제를 준비하며 관저공동체연합 엄마들이 가장 많이 되뇌었던 말이다.
“전체 행사 주제를 ‘나는 즐겁다’로 정하고 부제로 ‘널 위해 준비했어’라고 붙였어요. 준비하면서 우리끼리는 너무 좋다고 까르르 웃었다니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즐거울까. 어떤 프로그램이 즐거울까.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지난 8월 10일부터 21일까지 관저문예회관,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품앗이마을카페, 관저마을신문사, 한살림 관저매장 등 관저동 일대에서 관저청소년문화제가 열렸다.
“나는 즐겁다”라는 주제로 열린 관저청소년문화제는 메인, 사이드, 디저트 메뉴로 나누어 진행했다. 주메뉴는 8월 11일, 영화로 말하는 매력적인 청소년 <우리가 폭력에 대처하는 자세>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이었다. 학교폭력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친구나 부모와 어떻게 관계 맺고 풀지 생각하도록 하는 강연이었다.
“매력적으로 사는 건 어떤 걸까. 청소년 시기가 많은 고민을 하고, 다양한 생각을 할 때잖아요. 처음 마주하는 상황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때로는 영화에서 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나우심리상담센터 방미나 소장은 영화 <늑대 아이>의 친구 사이인 유키와 쇼헤이, <In A Better World>의 친구 사이인 엘리아스와 크리스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의 사제관계인 시모넷과 트레버의 이야기를 통해 관계와 사람에 관해 이야기했다. 방미나 소장은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었다. 상대에게 내가 먼저 괜찮은 친구가 되는 것,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존중하는 법, 누군가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건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에 옮기는 것 등을 이야기했다.
“사람이 가진 여러 문제를 다른 사람의 문제처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도록 하는 게 영화예요. 영화를 매개로 공감하고 이야기할 때 더 현명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방미나 소장의 이야기다. 9월 10일부터 약 일주일간 관저공동체연합에 속한 다섯 개 단체가 청소년과 함께 재미있게 놀 만한 것들을 선정했다.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관저마을신문, 관저품앗이공동체, 한살림관저모임, 교육공동체 꿈앗이가 관저공동체 연합에 속한 다섯 개 단체다.
“관저동에 중학교만 네 개, 고등학교만 다섯 개 정도가 있어요. 정말 청소년이 많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청소년을 위한 게 너무 없어요. 관저동 하면 먹자골목이잖아요. 청소년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기획했고, 메인으로 하는 대중강좌 하나만은 아쉬우니까 각 단체에서 잘할 수 있는 걸 하나씩 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관저공동체연합 권수영 대표의 이야기다.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잘 모르는 아이들, 노는 거라고 말할 때 피씨방이나 노래방만 생각하는 아이들과 함께 ‘잘’ 놀아보고 싶었다. 아이도 키우고, 살림도 하고, 각 단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병행하면서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질문했다. 우리는 이걸 왜 하는 걸까? 답은 하나였다.
“좋아서였어요. 매일 동네 사람들이랑 이런 거 하면 좋겠다. 저런 거 하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일 벌이지 말자고 서로 투덜대면서도 계속하는 건, 좋아서였어요. 아이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라서 처음엔 학교 가는 것처럼 생각하고, 교육받는 것처럼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참여하면 정말 재미있어하거든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는 어려운 점도 많았다. 동네에 수없이 다니는 청소년을 한곳에 모으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약 일주일간 문화제를 진행하며. 아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우리끼리만 재미있는 걸 한 건 아닐지, 고민이 깊어졌다.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청소년 만나기가 정말 어렵다는 거였어요. 획일화된 교육을 받다 보니까 갈수록 아이들이 가치를 찾는 게 어려워져요.”
멋있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마을에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야 할지, 관저공동체연합에게는 여전히 큰 숙제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어른들에게도 행복한 마을이 아닐까 싶어요. 아직도 관저동에 사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계속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희 역시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함께 계속 크는 과정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