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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8호] 버스를 타고, 다시
하루에도 두 번 혹은 서너 번씩 버스를 탄다.
학교에 가고 출근을 하고 혹은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말이다.
하루를 다 보내곤 다시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녹아있는 버스, 버스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대전 최초 버스매거진
“초등학생 때부터, 조금 늦으면 중·고등학생 때부터 버스를 타잖아요. 자주 보고 접하면서 애착이 많이 생겼어요. 또 대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교통’이잖아요. 대중교통인 버스도 교통이라는 큰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했죠.”
사실 그에게도 버스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직업 군인으로 훈련받던 중 부상 당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다섯 차례 수술하고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으며 평범하고 자연스러웠던 일상이 불편해졌다.
“스무 살 때 일반 사병으로 입대했어요. 군 생활을 하다 보니 군인이라는 직업이 저와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직업 군인으로 전향하고 일 년 반 정도 더 군 생활을 했어요. 훈련 중 부상 당해 병원에 2년 정도 있었어요. 수술과 재활훈련의 반복이었죠. 어렸을 때라 교통수단이라고는 버스와 지하철뿐인데 몸이 불편하니 버스 타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버스에 관심 두게 됐어요. 지금은 재활훈련 덕분에 버스가 다시 평범한 일상이 됐지만 그때는 정말 불편하더라고요.”
잡지를 통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점을 이야기하고, 버스 노선 등 버스와 관련한 객관적 정보와 버스에 오르는 수많은 사람, 온종일 버스 운전하는 버스 기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스마트 폰 대신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잡지를 만들 생각이에요. 버스에 비치해 버스 타는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할 거고요. 5월 말이나 6월 초에 창간 준비호를 발행할 거예요. 지금 여덟 명이 함께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모두 버스에 애착을 많이 두는 친구들이에요. 한 친구는 어릴 적 꿈이 버스운전기사였다고 하더라고요. 대전 대흥동 카페 도시여행자 김준태 대표도 함께하고 있고요.”
팀원들은 각자 버스에 관해 궁금한 점, 관심 두는 점에 초점을 맞춰 스스로 콘텐츠를 정하고 취재한다. 현재는 팀원 중 디자인을 전공한 두 명이 완성된 기사를 넘겨받아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강병준 디렉터는 팀원들을 전적으로 믿고 취재와 디자인 등 대부분을 자율성에 맡겨두는 편이다.
“직접 버스를 타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하나씩 채워가고 있어요. 순환버스를 반나절 내내 탄 적도 있고요. 버스정류장에 가만히 앉아 버스 기다리는 사람,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가만히 버스 안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요. 버스 맨 뒷자리 구석에 앉으면 버스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모두 볼 수 있거든요. 중앙시장같이 큰 시장을 지날 때는 더 흥미롭죠.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일 텐데 오늘 장에서 뭘 샀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거든요. 버스가 시민의 발이라면
평생 군인으로 살아갈 줄만 알았던 강병준 디렉터. 부상이 아니었다면 버스에 관심을 두지도, 이렇게 잡지를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사실 지금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삶의 큰 목표를 잃어버렸다고 말이다. 그는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직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창간 준비호를 시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