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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8호] 좋아요 지금 참 좋아요
대전시 둔산동 교정 전문 치과에서 치위생사로 일하고 있어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일 시작해 벌써 3년 차예요. 치위생사도 여러 분야로 나뉘는데요. 일반 치과에서 일하기도 하고 저처럼 교정 전문 치과에서 교정만 전문으로 보조하는 치위생사도 있어요. 보건소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고요.
교수님 소개로 지금 병원에서 일하게 됐어요. 교정만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 일반 치과보다 깔끔해요. 치과 특유의 냄새도 안 나고요. 보통 원장님이 환자 치아 상태 보고 교정 계획을 세우면 저는 그에 맞게 교정 장치를 만들어 환자 치아에 시술해요.
사실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어요. 대학 진학할 때 취업 잘 되는 학과를 선택했거든요.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집안 형편이 두 명 다 대학 보낼 사정은 안 됐어요. 빨리 취업해서 돈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부모님은 국립대 진학하길 원하셨는데 가고 싶은 학과도 없었고 취업이 잘 될 것 같지 않아서 건양대학교 치위생학과에 진학했어요. 또래보다 현실적인 것 같긴 해요. 철이 빨리 든 것 같기도 하고요. 제 몫은 제가 빨리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었죠. 중·고등학생 때 막연히 영화와 관련한 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작가, 영화감독 이런 직업을 꿈꿨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니 어렵겠더라고요. 공부를 잘 하지도 않았고 엄청 욕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오빠랑 처음 영화관에 갔는데 그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생긴 같아요. 그때 본 영화가 배우 유승호가 출연한 ‘집으로’라는 영화였어요. 이후로 오빠랑 또 친구들이랑 영화관에 자주 갔어요. 오빠도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지금까지 본 영화 티켓이랑 포스터를 다 모아둘 정도로요. 저는 영화가 스토리가 있어서 좋아요. 영상이 죽 펼쳐지는 게 좋아요. 그래서 음악도 영화나 드라마 OST를 즐겨 들어요. 노래 들으면 스토리가 함께 떠오르면서 머릿속에 영상이 그려지거든요.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도 좋아하고 공연 보러 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대학 다닐 때도 관심은 많았는데 특별히 활동하지는 못했어요. 학교만 열심히 다녔거든요. 지금은 그게 가장 아쉬워요. 그때는 열심히 학교 다녀서 빨리 일하고 싶었어요.
인디레이블 반지하멜로디에서 일한지는 3개월 정도 됐어요. 기획팀 소속인데 음란카페라는 공연을 담당하고 있어요. 취업하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배우고 있어요. 베이킹도 배우고, 기타 레슨도 받고요. 반지하멜로디 활동도 그중 하나예요. 문화예술에 관심 많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에 반지하멜로디에서 신입 팀원 구한다고 해서 함께하게 됐어요.
주로 음란카페 공연 기획이랑 블로그 관리를 하고요. 그 외 레이블에서 하는 일 도와주고요. 재미있어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보기만 했던 공연을 직접 만들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기도 해요. 같이 하는 팀원들 보면 학생인데도 추진력이 대단해요. 힘들지는 않아요. 아직 반지하멜로디에서 하는 일이 많지 않기도 하고 팀원들이 많이 도와주고요.
지금이 좋아요. 전에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고, 그냥 별생각 없었어요. 학교 열심히 다니고 아르바이트하고요. 그런데 요즘은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요. 주변에서도 좋아 보인다고 이야기하고요. 일 끝나고 집에 오면 그냥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요. 재미있는 일, 관심 두던 일 하나씩 찾아 하는 재미가 있어요. 일이 아니라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웃음). 작은 바람은 반지하멜로디가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더 바쁘게 재미있게 활동하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