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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8호] 많이 알고 배우고 공부하고 싶어요
모두가 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늘 누구에 의한 삶을 살기보다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네가 하고 싶은 게 설령 쓰레기 줍는 일이라도, 네가 가치 있다고 여긴다면 그걸 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했어요.
두 분이 꽤 오랫동안 상의했어요. 그리고 제 뜻에 따르기로 한 후에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면 결국 똑같을 거다. 우리가 널 벼랑 끝에 세운 거다. 이제 모 아니면 도다. 학교 밖에서 현실을 직시하는 게 훨씬 빠를지도 모른다.”라고요(웃음).
아버지는 늘 남과 같은 삶을 사는 것보다는 네 삶을 살라고 하셨어요.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위즈돔 웹사이트를 알려줬어요. 학교 밖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보길 바랐던 거죠. 거기에서 올해 1월에 열린 보슈 독자와의 만남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참석하고, 2월 말 즈음에 보슈에서 새 구성원을 뽑는다는 모집공고를 봤어요. 면접 보고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뻤어요. 부모님도 기뻐할 줄 알았는데 속을 채워야 하는 나이에 겉멋만 들까 봐 걱정이 더 컸어요. 부모님 모습 보면서 저도 붕 뜨면 안 된다고 다짐했어요. 어린 나이에 면접에 통과하고 이런 일을 한다고 우쭐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지 않으려고 다짐해요.
시간표 만들어서 집에서 공부해요. 수학, 영어, 국어 같은 과목인데 꼭 교과서로 공부하진 않아요. 제가 짠 시간표니까 되도록 따르고요. 국어 시간이면 책을 읽기도 하고, 영어 시간엔 외국 영화를 한 편 봐요. 교과서도 공부하지만, 꼭 교과서만 봐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녁때 보슈 모임이 있는 날에는 야자 시간에 보슈 모임을 넣어요. 보슈에서는 마케팅팀 소속인데 사실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려고 해요. 다들 형, 누나이다 보니까 제가 목소리를 크게 낼 일은 많이 없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의 장점을 보고, 배우고 싶은 점을 생각해요. 빨리 자라고 싶어서 조급하기도 하고, 더 많은 걸 하고 싶어서 간절하기도 하고, 그렇게 조급함과 간절함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축구부였는데, 6학년에 무릎에 무리가 갔어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축구를 그만뒀는데, 내내 미련이 남았어요. 혼자 연습해서 다시 축구부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공부도, 축구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해야 하는데, 공부가 제대로 안 되는 거예요. 학교에서는 강압적으로 시키기만 하고, 답답했어요. 이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나도 똑같이 수능이나 대학만을 삶의 목표로 두고 살겠구나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진학하지 않았을 때 처음엔 힘들었어요. 친구들은 학교에 가는데, 나는 제대로 하는 건지 의심도 들고…. 지금은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느리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스렸어요. 만약 학교가 저한테 맞아서 계속 학교에 다녔다면, 평범하게 학교에 다녔을 것 같아요. 지금은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방법으로 공부하죠. 다 제 책임이잖아요. 제가 선택한 과목을 선택한 시간에 하고, 그걸 꼬박꼬박 기록으로 남겨요. 아마 학교에도 저처럼 하는 공부가 맞는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운이 좋죠. 똑똑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뭐든 잘 알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