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1호] 건축학교, 남간정사와 동춘당의 매력 속으로

지난 8월 15일, 동구 가양동의 우암사적공원에서 ‘행복을 담는 건축학교(이하 건축학교)’ 수업이 열렸다. 집결 시간이 되자 우암사적공원의 안내도 앞으로 스무 명 가량의 건축학교 학생이 모였다. 가족 답사였기 때문에 초등학생, 중학생과 그 부모들이 학생으로 참여하였다. 답사의 안내 및 지도강사를 맡은  유병구 건축가협회 사무국장이 우암사적공원부터 동춘당으로 이어지는 이날 답사 일정을 알리자, 씨앤유건축사사무소 성재욱 팀장이 답사 방법에 관해 간략히 설명하였다.
“전통 건축물에 담긴 수많은 전문 용어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답사할 건축물이 지닌 역사적 배경과 그 용도에 대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남간정사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성재욱 팀장은 건축학교 일행을 ‘남간정사(南澗精舍)’로 안내했다. 남간정사는 우암 송시열이 후학을 양성하고 강학을 하기 위해 지은 서당으로서, ‘담양에 소쇄원이 있다면, 대전에 남간정사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려한 원림이기도 하다. 연분홍 꽃을 피운 배롱나무와 소제호에서 옮겨 온 기국정의 홑처마 사이로 남간정사의 창문이 보인다. 남간정사 뒤편의 산기슭 샘물에서 흐르는 물은 누마루의 하부를 관통해 뜰 안에 연못을 이루는데, 이는 전통 조경사에서 유래가 없는 유일한 양식이다. 보통 건축에서는 수맥이 있는 곳에 집을 짓지 않는 것이 원칙임에도 이곳만은 집 아래로 물을 흐르게 했다면서, 유병구 사무국장은 남간정사의 조경사적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한 쪽에서는 성재욱 팀장이 전통 건축에 대한 학생들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칸 개념, 기국정 홑처마와 남간정사 겹처마의 차이 등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횡으로 굵게 자란 버드나무에 걸터앉아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의 눈이 성재욱 팀장의 손을 좇아 남간정사의 겹처마로, 창으로 옮겨갔다. 

               

                

유물관과 이직당, 인함각

남간정사 답사를 마치고, 일행은 송시열의 유물을 전시하는 유물관으로 이동했다. 유물관에는 송시열의 연보와 송자대전판, 효종이 송시열에게 하사한 초구(담비의 털로 만든 갖옷) 복제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병자호란과 정묘호란, 두 번의 치욕적인 패배에 대한 참담한 심정으로 쓴 ‘(恥)’자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조선과 청의 관계에 대한 송시열의 의식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물관 답사를 마친 일행은 우암사적공원의 상부에 있는 이직당으로 향했다. 이직당은 서원의 강당으로, 이직당의 좌우로 공부방이라 볼 수 있는 명숙각과 인함각이 있다. 계족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솔솔 부는 인함각의 마루에서 건축학교 학생들과 지도강사는 오전의 답사를 정리하고 휴식을 취했다.

            

            

동춘당

다음 답사지는 대덕구 송촌동의 ‘동춘당(同春堂)’이었다. 보물 제209호 동춘당은 송준길의 회덕 동춘고택 중 일부로 사랑채의 기능을 했던 별당이다. 조선 후기 문신이자 학자였던 동춘당 송준길은 기골이 장대하고 호탕한 송시열과 달리 검소하고 단아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고택의 규모나 형태가 송준길의 지위와 명성에 비해 작고 꾸밈없다. 현재 동춘고택과 사당에는 후손이 살고 있어 내부 출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건축학교 일행은 동춘고택의 외관만 둘러보고 별당인 동춘당의 내부 답사를 시작하였다. 동춘당의 전체적인 인상은 간결했다. 여타 조경이 없고 고송 몇 그루만이 담장 주변에 심어져 있다. 남간정사와 비교하였을 때 동춘당의 겉모습은 초라해 보이지만 뜯어볼수록 단아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특히 겹처마를 사용하지 않고도 만들어낸 깊은 처마는 검소하면서도 그 곡선의 멋이 일품이다. 

             

                   

동춘당 대청마루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4주 동안의 건축학교 답사에 대해 좋았던 점이나 미숙한 점을 서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현대 건축물인 세종국립도서관에서 출발한 건축학교는, 근대 건축물인 옛 충남도청사 답사에 이어 이번 남간정사와 동춘당 답사를 마지막으로 그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이날 답사를 통해 건축학교 학생들은 전통 건축물에 대한 이해와 그 가치에 대한 재인식을 함으로써, 공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글 사진 윤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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