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1호] 지역을 기록하다

소제동

지역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지난 5월부터 진행한 지역 리서치 프로젝트는 예술가가 그들의 시각으로 지역의 문화예술 자산을 발굴하고 여러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3월부터 약 한 달여간 작가를 모집하고, 5월 6일 1차 합격자를 발표했다. 총 여덟 명의 작가가 1차 합격자로 선정되었다. 


“리서치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예술가의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본다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어떤 사실을 발견하는 것보다 대전이라는 장소를 토대로 그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는 게 작업의 주를 이루었습니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의 이야기다. 지역 리서치 작가 팀은 5월 6일 선정된 이후 일곱 번의 워크숍을 통해 대전을 공부했다. 대전 엑스포, 보문산, 소제동, 대흥동 등 대전의 특색있는 지역을 탐방하며, 어떻게 예술가의 상상력을 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워크숍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고, 자신들이 작업을 펼칠 만한 공간을 선택했다. 세 개 팀 중 소제동과 대전 엑스포를 선택한 두 팀이 지난 7월 지역리서치프로젝트 참여팀으로 선정되었다. 9월 중 이들의 작업은 소제동과 대전 엑스포 곳곳에서 보여줄 예정이며, 10월 15일부터 30일까지 옛 충남도지사 공관에 한데 모아 결과보고전을 펼칠 예정이다. 

           


                            

소제동 전경
소제뱅크: 누구의 동네도 아닌 소제

김영배, 배상순, 안민욱 작가, 세 작가는 다녔던 많은 공간 중 소제동을 선택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집이 아직 많이 남은 곳, 이들의 관심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다. 조용한 동네에 수많은 이방인이 들어와 이곳을 지켜야 할 이유를 만들지만, 정작 마을 주민은 큰 동요 없이 일상을 사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이곳을 변화시키거나 지키려면, 어찌 됐든 마을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작가들은 “그렇다면 이곳의 주인은 누구일까?”라고 묻기 시작했다. 


“소제동이라는 동네에 남은 집에 주목했어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이 거쳐간 집이잖아요. 개발된다는 말도 있었고, 그것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기도 했을 테고요. 또 방치된 곳도 많고요. 그래서 이 집들의 주인이 누구일지를 고민하고, 이 사람들이 이곳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관해서 기록해 보려고 해요.”


소제뱅크 팀의 안민욱 작가 이야기다. 과거에 그곳의 주인이었던 사람과 현재 주인을 찾아서 기록한다. 만약 이곳이 이 모습을 지키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전시립박물관 고윤수 학예사의 도움으로 일본에 있는 배상순 작가가 소제동에서 태어나 자란 일본인 몇을 찾아서 만났어요.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찾으면 이곳을 기억하는 더 많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서 어떻게 풀어야 할 지는 아직 숙제고요.”

                       

                       

리시너리(Re-scenery): 대전엑스포를 기억하고 보존하다

김태은, 김태훈, 노상희 작가가 한 팀을 이룬 리시너리(Re-scenery)팀은 화려한 기억을 안고 있는 대전엑스포를 다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1993년, 아직도 많은 사람이 대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전엑스포가 사라지려는 시점에 이들은 대전엑스포를 다시 만났다. 
“당시 자료를 보고 회상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많은 사람의 추억에 남은 장소인데 서서히 기억에서 잊히고,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거대한 추억을 소멸할 수밖에 없을까에 관한 생각도 다시 짚어보고 싶었어요. 1993년 대전 엑스포 당시에 제시한 미래가 있는데, 우리는 그때의 미래에 사는 거잖아요. 과거와 미래를 같이 떠올리는 작업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까지 큰 엑스포는 없었거든요. 화려했던 엑스포가 사라지는 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대전엑스포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작품이 중간자 역할을 해 보자는 게 리시너리 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작업은 당시 기록을 복원하고, 숨은 기록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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