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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9호] 판다를 보러 나온 사람들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는 WWF(세계자연보호기금) 프랑스 지사와, 프랑스 출신 조각가 파울로 그랑종의 협업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꾀하며 2008년에 시작했다. 전 세계에 남은 야생 판다의 개체수인 1,600. 파울로 그랑종이 재활용 종이를 활용해 판다 인형을 만들었고 1,600개의 판다 인형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야생 판다 개체수가 증가했고 프로젝트의 이름에 ‘+’가 붙었다. 이 판다들은 100회에 가까운 전시를 마치고 우리나라에 왔다. 5월 2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서울의 여덟 곳에서 플래시몹을 진행하고 수원화성행궁을 거쳐 6월 20일 대전시립미술관을 찾은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 분수대 앞으로 길게 판다 인형이 늘어섰고 인형을 따라 우산을 쓴 관객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관객은 조금씩 거세어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판다 인형을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고 부모들은 판다 인형 앞에 아이를 세우고 사진 찍기 바빴다. 대화 소재도 당연히 ‘판다’다. 판다 인형이 몇 마리인지, 이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부모들은 아이에게 설명했다.
직접 판다 인형이 몇 개인지 세 보는 관객도 많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판다 인형은 1,600개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관계자로부터, 비가 많이 와서 판다 인형을 전부 설치하지는 못하고 3분의 2 정도만 선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가 조금씩 잦아들자 분수대의 물이 하늘 위로 솟는다. 물줄기가 한 번 솟아오를 때마다 즐거운 함성소리가 이어진다.
관객들은 도시에 갑자기 등장한 판다 인형에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한쪽 마당 옆에 마련한 에코백, 인형 등을 파는 부스와 WWF 홍보 부스에도 줄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왜 1,600개의 판다 인형을 보러 빗길을 뚫고서 대전시립미술관을 찾은 것일까. TV와 SNS 등에서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 관련 소식을 접하고 플래시몹을 보러 왔다는 관객이 많았다.
성모여자고등학교 2학년, 유서이, 이소윤 학생은 1,600개의 판다 인형이 보고 싶어서 대전시립미술관을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에코백과 판다 인형을 손에 든 유서이 학생은 “판다들이 귀여울 것 같아서 찾아왔다. 직접 보니 귀엽다. 취지도 좋은 것 같아서 에코백과 인형도 구입했다.”라고 말했다. 두 학생은 평소 대전시립미술관을 자주 찾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로 미술관에도 들어가 보려 한다고 했다. 이날,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에도 많은 관객이 모였다.
최선경, 김희주 씨도 플래시몹을 보러 대전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생각보다 판다가 작고 기대했던 것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이런 기회가 있으면 또 보러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날이 개고 시간이 지나며 플래시몹이 벌어지는 장소는 더 활기를 띄었다. 판다 인형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도 많았다. DSLR 카메라로 판다 인형을 하나하나 담는 한 중년 남성에게, 무엇을 사진 찍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거리가 되지. 판다 얼굴을 자세히 봐봐. 표정들이 다 달라. 들여다보면 얼마나 귀여운데. 여기 관계자한테 얘기해서 판다 인형이 서로 뽀뽀하게 만들어 달라 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