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6호] 2015 대전 도시재생 콘퍼런스_따뜻한 도시는 가능할까?

우리가 사는 도시는 이제 ‘개발’이 아닌 ‘재생’으로 바꾸어야 할 시기가 왔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위해 대전광역시에서도 함께 방법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이하 사자센터)와 풀뿌리사람들, 디트뉴스24,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 포럼이 함께 진행한 2015 대전 도시재생 콘퍼런스(이하 도시재생 콘퍼런스)가 지난 3월 20일 금요일 오후 두 시에 열렸다.

     

‘참여’하는 도시

“오늘 이 자리에 많은 전문가가 오셨으니까 궁금했던 점을 하나씩 풀고 가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살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자센터 강영희 센터장의 인사말로 도시재생 콘퍼런스가 문을 열었다. 첫 번째 발제는 국토연구원 박정은 책임연구원이 ‘도시재생 정책 방향과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에 관한 주제로 발제했다. 박정은 연구원은 도시재생에 관한 전반적인 의미와 추진배경을 전했다. 그간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하면서 발견한 문제점도 함께 짚었다. 박정은 연구원에 따르면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은 목적 및 성격에 따라 도시경제기반형과 근린재생형으로 구분해 진행했으나 정작 도시재생이 필요한 원도심 지역의 쇠퇴에 관한 고려가 미흡했다. 이에 2016년 도시재생사업은 추진방향에서부터 주요 사항을 개선해 진행할 예정이다.

2016년 주요 개선사항은 ‘맞춤형 도시재생사업 추진과 확산’, ‘도시경제기반형 개념 및 추진방식을 명확화’하는 것, 도시경제기반형과 근린재생형으로만 나뉘어 있던 사업유형을 세분화하는 것이다. 2016년부터 추진할 도시재생사업에서는 근린재생형을 두 개 사업유형으로 구분하는데, 하나는 기존의 주민공동체 주도로 지역 특색을 반영해 추진하던 일반 근린재생형이고, 하나는 기존과는 달리 중심시가지형을 신설하는 것이다. 과거 행정중심지로 도시의 중심에 있던 원도심 활성화에 도시 계획적 처방을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이어 각 사업의 유형과 특징에 관해 설명하고, 도시재생은 ‘참여’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며, 많은 시민과 함께 해주기를 당부했다.

    

    

‘협동’하는 도시

“서울시만 해도 빈집이 그렇게 많은데 사람들은 살 곳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과 있는 사람들의 부동산 놀이가 우리가 사는 곳을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청년들은 살 곳이 없고 지난 수십 년간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체득한 것을 토대로 도시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제가 가끔 하는 이야기인데요. 청년들이랑 자본 소득 없는 사람들이 뭉쳐서 차라리 당을 만드세요. 지난 15년간 시장이나 농촌에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거기에 정말 수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그런데 지역 청년들은 관심이 하나도 없어요. 대형 유통기업에 관한 논문은 수도 없이 쏟아지는데, 재래시장은 논문이 안 나와요. 손에 잡히는 연구를 해야죠. 바로 앞에 있는 걸 심층적으로 봐야 합니다. 따져 보고, 끝까지 왜인지 묻고, 눈앞에 잡히는 걸 붙잡고 싸워야죠. 그래야 독자적이고 독보적이고 세계적인 게 나올 수 있습니다. 처음 전주 남부시장 청년들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업계획서였어요. 하나도 실현 가능성이 없었어요. 그때 그 친구들한테 물었죠. 네가 죽었을 때 당장 앉아서 펑펑 울 사람이 열 명 이상 되는 놈이 몇 명이나 되느냐. 하나도 없대요. 두 명, 세 명 하니까 하나씩 손을 들어요. 너희 죽어도 아쉬운 사람이 세상에 열 명도 안 되는 놈들이지 않느냐. 없는 놈들끼리 협동해서 살아라. 뜸들고 익을 때까지 협동하고 협력하고, 없는 놈들끼리 뭉치면 못할 게 없다. 그렇게 말했어요. 점점 그렇게 하더라고요. 늘 배우고, 발견하고, 존재하기 위해서 몸부림쳐야 해요.”

사회적기업 이음의 김병수 대표가 두 번째 발제를 이어갔다. 그는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확산하기 전에 청년들과 함께 전주 남부시장의 터를 닦았다. 지금껏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이어 “모두 이권에 매달리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지금, 부딪히고 설득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 모여서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던 거예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함께’하는 도시

마지막으로 대전발전연구원 정경석 도시기반연구실 연구위원이 ‘도시재생의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대전광역시의 현황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각 지역의 쇠퇴 원인과 환경에 따라 지구별로 다른 재생과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다. 대흥권, 가오효동권, 중앙권 등은 생활권 계획 중심의 균형발전 사업 우선 고려지역으로 나뉘고, 봉명지구나 도룡지구 등은 특성화된 지역발전을 위한 중점 전략 사업 지구로 본다.

국가 차원에서의 도시계획, 전주라는 도시 현장에서 청년들과 함께 변화를 일으킨 목소리,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인 대전의 현재 상황에 관한 이야기까지 발제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 명의 발제자와 오늘 포럼을 함께 진행한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 포럼의 유병구 CNU 건축사무소장, 대전광역시의회의 김동섭 의원까지 다섯 명의 토론자가 콘퍼런스에 참석한 시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으로 끝을 맺었다.

시민이 가장 궁금한 건 도시재생이라는 과제를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토론에 참여한 도시재생본부에서는 “앞으로 도시재생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며, 본부 차원에서 시민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열어두겠다.”라고 답변했다.

도시재생이라는 낱말과 함께 이날 강조된 부분은 ‘시민과 함께’라는 말이었다. 관이 결정하고, 시민이 정책의 들러리를 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도하고 이끈 사업을 관은 어떻게 하면 더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지 지원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우리 도시가 더 괜찮은 도시가 될지, 긴 안목으로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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