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9호] 노래하는 김용화 씨

김용화 씨가 북카페 이데에서 여는 삼팔광땡장에서 노래하는 날이었다. 셀러로 참여한 엄마를 따라 나온 한 꼬마 숙녀는 김용화 씨의 노래에 수줍어졌다. 엄마가 가져온 상품인 말린 꽃다발 하나를 손에 들고 등 뒤로 감췄다가, 다시 무대 앞으로 나갔다가 그냥 돌아오기도 하고 그러다, 앉아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김용화 씨 앞에 멀찍이, 꽃다발을 놓고 돌아온다. 그때부터 김용화 씨는 노랫말에 꼬마 숙녀의 이름인 ‘지우’를 넣어 노래한다. 초여름 밤, 삼팔광땡장에 찾아온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한 두 사람. 김용화 씨는 노래하면서 꽃다발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고 멋쩍게 웃는다.
                           
김용화 씨는 이날 Jason Mraz, Jessie J, Damien Rice, 김광석 등의 노래를 불렀다. 김용화 씨가 이 중 특히 좋아하는 뮤지션은 Damien Rice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무작정 서울로 가 음악을 해 보겠다고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던 어린 김용화 씨가 자주 들었던 것이다. 짐을 싸 혼자 무작정 서울에 올라가 집도 없이 3주 간 지냈다. 밖에서 자고 어떤 건물의 화장실에서도 잤다. 음악이면 뭐든 될 것 같았던 때, 반지하 자취방에 살면서 길거리 공연을 했고 힙합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때, 음악을 업으로 삼기는 힘들겠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답이 안 보였다.
다시 대전으로 왔다. 검정고시를 봐서 무역학과에 들어갔다. 외국어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선택한 전공이다. 현재는 경험 삼아 사업 하나를 시작했다. 뭐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늘,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아버지 덕분이다. 군인인 아버지는 김용화 씨에게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법을 일러줬다.
학교에서 무역학을 공부하며 사업을 하느라 요즘 한창 바쁘게 지냈다. 현재 김용화 씨에게 길거리에 나와 노래하는 것은 ‘잘하고 싶은 취미’다. 이런 정도로 노래하고 사는 것이 만족스럽다. 좋아서 재미있어서 노래 부르고,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조금 더 잘하고 싶을 뿐이다. 노래를 하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김용화 씨는 대흥동, 궁동, 수목원, 둔산동 어느 길거리에서 노래한다. 가끔 프리버드에서도 노래한다. 장소마다 관객들의 특성이 다른 게 재미있다. 관객이 조금이라도 모여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김용화 씨 앞에 멈춰 서 노래를 듣는다. 쑥스러워서 쉽게 멈춰 서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데 한 번 멈춰 서면 집중해서 노래를 듣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좋다.
김용화 씨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좋아서 노래하며 사람들 앞에 선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글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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