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9호] 살포시 다가오는 마음 한 조각

조금 가까운 사이

누군가 살며시 마음으로 다가올 때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하나씩 해본다. 평소 마시지 않던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조금가까운사이-「밀크티」), 별 것도 아닌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조금가까운사이-「바람만바람만」). 고백의 순간은 마음에 콕 박혀서 머리를 떠나지 않고(조금가까운사이-「기억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그 사람이 하는 생각, 마음을 전부 알고 싶어진다(조금가까운사이-「알고싶지만 알고싶지않은」). 설레는 순간이 담긴 네 곡은 밴드 조금가까운사이의 EP앨범 『알고싶지만 알고싶지않은』에 담긴 수록곡이다.

  

  

세 사람이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궁금해요.

정명환 조금가까운사이는 2010년에 처음 결성했어요. 그 이전엔 선영이와 커버곡으로 공연하는 팀으로 활동했는데 반 년 정도하다보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우리 곡을 만들어서 함께 공연하려고 드러머를 찾았는데, 유준이가 눈에 들어왔어요. 유준이는 일하는 학원의 학생이었어요. 조금가까운사이에 합류한 게 2010년이었는데, 그때 고등학교 1학년이었죠. 유준이가 스펙트럼이 넓은 친구였고, 저와 취향이 비슷해서 잘 통했죠.

이유준 지금 생각하면 좀 애늙은이였던 것 같아요. 옛날 음악도 많이 찾아듣고 그랬어요. 형이랑 같이 있으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요. 좋아하는 게 많이 비슷해요.

이선영 아무래도 애매한 관계잖아요. 저와 오빠는 지금은 부부지만 그때는 연인이었고, 유준이는 제자였으니까요. 어느날 카페에 있는데 오빠가 ‘조금가까운사이’라는 이름 어떠냐고 묻는 거예요. 나중에 ‘조금’은 유준이고, ‘가까운 사이’가 명환 오빠와 저라고 이야기했죠. 곡을 쓰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였는데, 둘이 할 때는 커버곡이 더 많았어요. 유준이를 영입하면서 곡 수를 늘렸죠.

  

  

6월 3일에 공식 앨범을 출시했잖아요. 2010년부터 꽤 오랜 시간 활동했는데, 첫번재 EP앨범이에요. 앨범 없이 활동하다가 앨범을 내야겠다는 동력을 얻은 계기가 있었나요?

이선영 저희가 좀 게을러요.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다가 오버스테이션이라는 레이블에 들어가면서 동력을 얻었죠.

정명환 조금가까운사이가 오버스테이션 레이블 막내인데 계약 조건이 올해 안에 앨범을 내는 것이었어요. 밴드 활동의 동력을 얻으려고 레이블에 들어간 거였어요. 저희끼리는 지지부진한 게 있는데, 대전 밴드인 혹시몰라준비한팀이나 이건일 밴드, 박상훈 씨가 레이블에서 활동하면서 성장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저희는 음악만 하던 사람들이라 기획을 한다거나 공연을 추진하는 게 약해요. 레이블에 들어가면서 아무래도 한 번씩 더 생각하게 되고, 많이 공부할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같은 대전에서 활동하는 팀들이 뭔가를 꾸준히 만드는 걸 보면서 동력을 얻었나봐요.

정명환 맞아요. 자극을 받고, 배울 점을 찾고, 그렇게 하니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데,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이번 EP앨범은 마치 사랑을 막 시작하는 사람들의 어떤 단계를 그린 것 같았어요. 첫 번째 곡부터 네 번째 곡까지 가사를 듣다보니까 순서대로 이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이선영 아.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앨범에 수록한 곡은 대부분 2010~2011년에 만들었어요. 원래 타이틀곡은「기억하고 있어」였는데, 녹음을 마치고 나니까 다들 「밀크티」가 타이틀곡이냐고 물어서 갑자기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순서도 바뀌고. 여러모로 힘들게 만든 앨범이었어요.

정명환 5월에 레이블 콘서트가 있어서 그 전까지 앨범을 꼭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거든요. 정말 바쁜 시기에 만든 앨범이라서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 꾸준히 활동하는 데 동력이 될 것 같아요.

  

  

* 7월 4일 북카페 이데에서 조금가까운사이의 EP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있습니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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