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97호] 즐거운 우리의 하루_카페'일루와' 전우석 씨
‘일루와’는 전우석 씨가 2년 동안 준비한 공간이다. 2년 전, 중구 보문로 351(선화동 152-8)에 집을 지어 놓고는 돈이 없어서 카페 문을 열지 못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돈이 모이면 틈틈이 카페 구색을 갖춰나갔다. 카페 문을 열고 난 지금도 공사를 진행하려 한다. 2층에 테라스를 만들고 마당에 간판도 만들 생각이다.
“전부터 내 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공간 마련하고 2년 동안 빈집으로 뒀어요. 돈 생기면 지붕 하고, 벽 하고 그랬어요. 회사 일을 하다 보니 굉장히 더디게 공사했어요. 그러다가는 아예 문을 못 열 것 같아서 무작정 회사를 그만뒀어요.”
‘일루와’는 언뜻 보면 작가의 작업실 같기도 하고 가정집 같기도 하다. 멀리서 누리와 초코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가까이 가 봐야 이곳이 커피나 돈가스를 파는 카페라는 걸 알 수 있다. 또 간판이 없는 탓에, 휴대폰에 잡히는 와이파이 신호를 검색하거나 전우석 씨에게 직접 물어야 이곳 이름을 알 수 있다.
“어렸을 때, 은행동에 ‘일루와’라는 경양식집을 자주 다닌 기억이 있어요. 그 ‘일루와’가 없어져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어요. 중구청에 물어보니 ‘일루와’라는 상호를 쓰는 곳이 없다고 해서 제가 ‘일루와’라는 이름을 쓰면 어떨까 싶었죠.”
개를 안 좋아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누리와 초코의 덩치만 보고 겁을 낸다. 무작정 남편을 따라 ‘일루와’에 들어왔다가 누리와 초코를 보고 기겁해 테이블 위로 올라간 이도 있다. 대신에 ‘일루와’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단골도 늘어가는 중이다.
전우석 씨에게 누리와 초코는 특별한 존재다. 15년간 키우던 강아지가 죽고 나서 2년간 다른 개를 키우지 않았는데 아는 사람이 데려온 막 2개월 된 누리의 눈이 마음을 끌었다. 암컷은 새끼를 낳아야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다는 말에 교배시켜 새끼를 낳았다. 그중 한 마리가 초코다.
‘일루와’에서 돈가스를 먹고 있으면 누리와 초코가 다가와 식탁 주위를 맴돈다. 괜히 의자 다리 옆에 기대어 누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한 입 달라는 몸짓이다.
“손님들이 애들 귀엽다고 드시는 도중에 돈가스를 주려고 하면 제가 못하시게 해요. 애들 버릇이 나빠지거든요. 주고 싶으면 다 드시고 주라고 하죠. 애들 주려고 일부러 남기시는 분들도 있어요.”
전우식 씨는 개가 주는 따뜻함을 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 편안한 느낌.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함께 있으면 종일 심심할 일은 없다. 누리와 초코에게 받는 것이 많다. 다른 사람들도 누리, 초코와 놀면서 그런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누리나 초코에게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다.
“굳이 음식이나 차를 시키지 않고 얘네랑 놀고만 가셔도 돼요. 누구나 편하게 왔다 갔으면 좋겠어요.”
아침 열 시쯤 카페 문을 열어 재료 준비하고 식사와 커피를 만들고 손님이 없는 때엔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다가 밤 열시가 되면 카페 문을 닫는 삶. 전우식 씨는 일과를 마치면 누리, 초코와 함께 슈퍼마켓에 간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의미로 계산대 옆에 있는 세 개에 천 원짜리 계란을 사 누리와 초코에게 준다. 녀석들이 먼저 알아서 계산대 옆에 가 서곤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마치는 삶이 전우식 씨는 재밌다.
“하고 싶은 일 하니까 재밌죠. 회사 다닐 때보다 돈은 적게 벌어도 맘이 편하고요. 나중에 정말 장사 안되면 마음이 바뀌기는 하겠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