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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7호] 전지연 씨
전지연 씨를 만나기 전 들은 이야기라곤 그녀가 현재 록 전문 잡지 PARANOID(이하 파라노이드)에서 수습기자로 일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수습기자’라는 타이틀에 맡게 그녀를 ‘음악’과 ‘기자’라는 단어와 연결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 단어만으로 이야기하기엔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사람이었다.
현재 지연 씨는 파라노이드 수습기자 생활과 함께 밴드 마하트마 서포터즈로도 활동하고 있다. SNS에 공연 소식을 올리는 등 밴드와 관련한 전반적인 홍보·마케팅을 담당한다.
“참 신기해요. 연이 닿고 또 닿아 이렇게 파라노이드 수습기자까지 하게 됐어요. 처음 시작은 기타 레슨이었어요. 레슨 봐주시던 선생님이 마하트마 기타 포지션으로 영입되면서 서포터즈 활동을 하게 됐어요. 록 음악을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거든요. 또 홍보·마케팅 대행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일을 배웠어요. 도와드리면 좋겠다 싶었죠. 그때 SNS에 올린 글을 보고 파라노이드 송명하 편집장님이 수습기자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일명 ‘교사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 부모님은 물론 언니와 가까운 일가친척 모두 ‘교사’다. 그에 걸맞게 그녀 역시 충남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을 한 한기 앞두고 있다.
“사실 국어교육과에 진학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해군사관학교를 목표로 공부했어요.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해 포기했죠. 대신 한국해양대학교에 진학해 부사관 시험 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잘 안됐어요. 차선책으로 선택한 게 광고·마케팅 관련 학과였어요. 결국엔 부모님 뜻에 따라 국어교육과에 진학했지만요.”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교사라는 직업을 봐왔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그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었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그녀는 세상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비록 자신이 원하는 학과는 아니었지만 대학생활하는 동안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걸음씩 사회 속으로 또 자신이 원하는 홍보·마케팅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정말 다양한 일을 했어요. 돌잔치 사회도 보고 거리에서 화장품 홍보 일도 하고, 마트 시식 코너랑 뷔페에서도 일했어요. 텔레마케터, 주방 보조로도 있었고요.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 것도, 사회학을 복수전공 한 것도 모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예요. 재미있기도 했고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잘하고 싶어 돌잔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마트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직접 보고 싶어 시식코너에서 일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직접 경험하며 차곡차곡 경력과 실력을 쌓았다.
“부모님은 아무것도 모르세요. 파라노이드 수습기자로 일하는 것도, 지금까지 해 온 수많은 아르바이트도요. 아마 짐작만 하시는 것 같아요. 일이 힘든 것 보다 숨겨야 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부모님은 제가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하세요. 교사는 제 길이 아니라고 5년째 설득 중인데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요(웃음).”
올해 1월부터 파라노이드 수습기자로 일을 시작한 지연 씨는 파라노이드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부터 공연, 인터뷰 기사 작성 등 점점 자신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전문적인 지식도 깊이도 전혀 없는 자신이 기사를 쓰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고 솔직한 마음을 고백한다.
“좋아하는 분야라 그런지 늘 조심스럽고 부담도 많아요. 소리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아직은 낯설고 어렵기도 하고요. 음악을 듣고 즐길 줄만 알았지 전문적으로 파고든 적이 없어요. 그런 제가 기사를 쓰는 게….”
지연 씨는 말끝을 흐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인터뷰에 함께한 선배 기자도 기자로서 감각도 있고, 글도 제법 잘 쓴다며 격려했지만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는 말만 되뇐다.
“지금은 그냥 흘러가는대로 맡겨두려고요. 음악적으로 공부도 더 해야하고요. 원래 목표로 하던 홍보·마케팅 일은 잠시 접어 둘 생각이에요. 대행회사에서 일 할 때 생각했던 것과 실제 업무가 많이 달라 힘들었거든요. 굉장히 정적이더라고요. 계획 세운다고 그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제가 음악관련 기사를 쓸 줄은 전혀 몰랐죠. 방향을 틀긴 했는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또 다른 기회를 찾아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