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7호] 하기나름

파리에서 온 그녀
일시 2월 12일 오후 4시 ㅣ 장소 이공갤러리

누군가의 첫사랑, 첫 연인, 그리운 사람과 같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다. 2월 4일부터 15일까지 이공갤러리에서는 화면 속 소피 마르소보다 더 궁금한, 영화 현장이나 삶에서의 소피 마르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2월 12일 《소피 마르소의 삶과 예술가들》 전시와 함께 작은 파티가 열렸다. 


1층에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소피 마르소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사진 열다섯 점이 걸려 있었다. <라붐>의 소녀, 소피 마르소는 시간이 흐르며 더욱 성숙하고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995년에는 단편영화 <새벽의 뒷면>으로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2002년에는 장편영화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발표했다. 전시장 2층에는 영화 현장과 소피 마르소와 함께 활동했던 배우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파리의 89갤러리 안은희 관장과 인연이 되어서 함께 추진하게 되었어요. 나탈리 에노를 그곳에서 만났거든요. 나탈리 에노에게는 소피 마르소가 뮤즈였어요. 그녀의 일상을 밀접하게 들여다보고, 그녀를 이해하는 작업을 사진으로 담는 작가였죠. 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배우가 소피 마르소이기도 하잖아요. 좀 더 친밀하게 소피 마르소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공갤러리 전형원 관장의 이야기다. 전형원 관장과 안은희 관장은 2015년 89갤러리에서 열린 《파리에서 부는 나무》 전시로 인연을 맺었다. 프랑스 12구에 있는 89갤러리에서는 한국 작가의 개인전이나 유럽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의 그룹전 등이 열린다. 

            


             

《내 이름은 제동크》
한지아 작가와 함께하는
“얘들아, 모여라~ 책 읽어 줄게~”
일시 2월 13일 오후 3시 ㅣ 장소 계룡문고

계룡문고 갤러리에서 한지아 그림작가와 아이들이 만났다. 대전에서 태어나고 현재 대전에서 살고 있는 한지아 작가의 《내 이름은 제동크》는 당나귀 엄마와 얼룩말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제동크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알려 준다. ‘책 읽어주는 마법사의 빛그림 상영’과 ‘한지아 작가와의 만남’이 끝나고 ‘가족화 그리기’ 특별행사가 이어졌다. 작가는 물고기, 집, 구름, 하트 모양으로 파서 만든 지우개 도장을 준비해 왔다. 그림책에 쓰인 도장 찍기 기법을 따라해 보는 시간이었다. 가족의 모습 주변에 신나게 도장을 찍는 아이들. 빛그림도 보고, 작가도 만나고, 그림도 그리는 신나는 책방 나들이 시간이었다.

                      


                   

길을 걸었지
원종근 개인전
일시 2월 15일~2월29일 ㅣ 장소 북카페 이데 

월간토마토, 북카페 이데와 인연이 깊은 원종근 작가가 북카페 이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월간토마토 일상 예술 프로젝트로 진행했으며 전시 이름은 ‘길을 걸었지’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일상의 풍경처럼 편안하면서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작품들은 2월 한 달간 북카페 이데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어디에서 그렸다는 간단한 글과 함께 담백한 삶의 풍경을 담고 강렬한 색이 눈길을 끌지만 들여다볼수록 차분해지는 그림들은 원종근 작가가 그간 보여주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 국민서명 
일시 2월 16일 오후 5시~7시 ㅣ 장소 으능정이 거리

416연대에서는 2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 집중 국민서명의 날’로 정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조사와 수사를 보장하는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이다. 416연대는 2월 18일 4만1천6백 명의 서명을 받아 1차로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안산, 경기, 수원 등 각 지역에 다니며 서명을 받았다. 지난 2월 16일, 세월호 유가족 다섯 명이 대전에 왔다. 

그날 이후 두 번째 맞이하는 겨울
“만약 저희가 그렇게 죽었다면 얼마나 억울했을지 생각했어요.”
“아직 바닷속에서 아홉 명이 돌아오지 못했잖아요.”
“서울에 가야 하는데 유가족들이 와 있다고 해서 힘이 되어 드리려고 나왔어요.”
“구할 수 있었는데 안 구한 거잖아요.”


2월 16일, 으능정이 거리에 아이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이제 4학년이 되는, 샘머리 초등학교 3학년 2반이었던 아이들이다. 어떻게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는지 묻자 이곳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빠르게 내뱉는다. 지난 4월 이후, 아이들은 매달 16일이면 담임 교사에게 세월호 관련 수업을 받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교육이라는 건 진실을 가르치는 거잖아요. 지난 1년 동안 아이들과 광화문에도 나가고, 금요일마다 시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하기도 했어요.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아이들이 이런저런 것들을 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요. 해 보고 싶다는 아이들과 함께 시위 현장에도 나가 보고, 함께 금요일마다 시위를 하기도 하는 거예요. 1년 동안 아이들이 생각이 달라지고, 관점이 생기는 경험을 했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부모를 설득해서 함께 시위현장에 나오는 경우도 많았어요. 해야 한다는 강요가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오늘이 3학년 2반 학생들에게 마지막 세월호 수업이에요.”


올해부터 화정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기는, 김영조 교사의 이야기다. 김영조 교사와 함께 나온 아이들 덕분에 현장이 죽 밝았다. 아이들은 피켓을 들고, 손에 리본을 한 움큼씩 쥐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리본을 내밀었다. 아이들보다 훨씬 큰 어른들은 아이들 손에서 작은 리본을 하나씩 가져다가 손에 쥐었다. 대전에 온 유가족들도 사람들에게 가방에 리본을 달아 주며, 서명해 달라고 외쳤다. 


“서명해 주시는 분들 보면 힘이 나기도 하지만, 가끔 대못을 박는 말을 하고 가는 분들이 있어요. 세월호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느니, 진실이 밝혀지는 데 500년은 걸릴 거라느니, 그런 이야기요. 그런 이야기는 힘이 들죠.”
유가족 전인숙 씨의 이야기다. 아침부터 쏟아지던 눈발이 하얗게 흩어졌다. 벚꽃이 하얗게 흩어지던 때 떠난 아이들이 그곳에서 두 번째로 보내는 겨울이다. 곧 4월이다. 

        


        

조켓트리 발사!
일시 2월 19일 오후 8시 ㅣ 장소 북카페 이데 2층 딴데 

“제가 겨울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그래서 겨울이면 유난히 함께 있는 사람을 힘들게 하곤 해요. 이 곡은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만든 곡인데요. 겨울이 되면 저를 기억해 달라는 의미를 담은 곡이에요.”

기타를 메고 조정치 씨가 무대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웃음기 하나 없이, 겨울이 오면 기억해 달라는 이야기를 담담히 한다. 2월 19일 북카페 이데 2층 딴데에는 가수 조정치 씨와 밴드 로켓트리가 함께 무대에 섰다. 조정치와 로켓트리의 이름을 붙여 ‘조켓트리’가 결성되었다.


“대전에 올 때마다 이데에서 공연을 했어요. 공연할 때 월간 토마토 직원분들이 기차놀이를 했거든요. 이 사람들 에너지가 장난 아니라고 느꼈죠. 그런데 이제는 기차놀이 하던 직원 분들이 많이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또 이제 늙어서 안 된다고 하시던데, 그때도 젊은 에너지는 아니었거든요. 어쨌든 아쉬웠어요.”


공연 때마다 기차를 타던 김선정 취재기자를 추억하며, 로켓트리 이혜준 씨가 이야기했다. 공연은 조정치 씨, 로켓트리, 조켓트리 순으로 진행됐다. 다섯 명 모두가 무대에 올라 왔을 때 워낙 친한 사이라 티격태격 대는 것도 공연을 보는 재미였다. 조켓트리의 곡 <생선을 꺼내>를 합창하며, <기분이 좋아>를 합창하며, 기분 좋은 공연을 마쳤다. 

                 


                      

대전 종합 만화 축제
일시 2월 20일~21일 오전 9시~오후 4시 ㅣ 장소 대전시민대학

스물다섯 번째 대전종합만화축제 ‘디쿠 페스티벌’이 열렸다. 화려한 코스프레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캐릭터 상품을 사려는 열기가 뜨거웠고, 시민대학 2~3층에 마련한 부스에는 아마추어 만화 동아리가 직접 그리고 제작한 캐릭터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 밖에도 만화산업전 도장 찍기, 이타샤 차량 전시전, 독립 애니메이션 영화전 등 다채로운 행사로 많은 시민이 만화 축제를 찾았다. 

             

 


               

  

공정무역 커피 이야기
일시 2월 24일 오후 7시 30분 ~ 9시
장소 북카페 이데 2층 딴데


공정무역 커피, 코코아, 초콜릿까지, 공정하게 거래된다는 것들은 모두 먹을 수 있었다. 지난 2월 24일, 북카페 이데에서는 공정무역 커피와 코코아를 판매했다. 공정무역 커피는 기존 북카페 이데에서 마셨던 커피보다는 연하고, 신맛이 조금 더 강했다. 공정무역 코코아는 너무 달게 느껴졌던 기존의 코코아보다 단맛이 약하고, 쌉싸름한 초콜릿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오후 7시 30분, 아름다운 커피 한수정 팀장이 북카페 이데를 찾았다. 
“공정무역 커피에 관한 설명을 듣는 분들 중에서는 그렇게 가격을 높게 책정해 주면, 그곳 사람들이 다른 농사는 짓지 않고 커피 농사만 짓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그들의 생태계를 헤치는 게 아니냐고, 되묻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커피 묘목에서 빨간 열매를 맺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년이에요. 3년 동안 아무런 수확 없는 것을 감수하면서 커피나무를 심을 수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예요.


가난한 나라는 불평등한 무역 구조 때문에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다. 공정무역은 현재 진행되는 불평등한 무역 구조가 빈곤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커피는 “빈곤을 심화시키는 무역을, 빈곤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을 기업의 사명으로 삼는다. 한수정 팀장은 아름다운 커피에서 구매를 담당한다. 네팔 현지에서 답사한 사진을 한 장씩 보여 주며, 그곳의 자연 환경과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름다운 커피는 생산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장기 거래를 원칙으로 한다. 


2015년 4월, 네팔 현지에 지진이 나서 거래하는 조합원 농가가 모두 무너졌다. 아름다운 커피에서는 거래하기로 했던 커피를 모두 받을 수 없었지만, 돈은 그대로 지불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현지 조직이 안심하고 농사짓는 게 중요하다. 함께 어려움을 겪고, 더욱 돈독한 거래 관계가 되고, 그곳은 꾸준한 거래로 자기들 안에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면 된다. 


“얼굴 있는 거래가 되려면 과정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커피콩이 비슷한 크기대로 분류되어야 볶을 때 잘 볶아지거든요. 그걸 생산자들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면 대충하게 되잖아요. 그런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는 것도 저희 역할이에요. 모든 걸 함께 만들고, 그들이 제대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공정무역을 하는 이유예요.”

             


                  

청소년위캔센터 ‘직업체험관’ 개관
일시 2월 24일 ㅣ 장소 대전청소년위캔센터

대전 동구청 있던 곳, 대전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대전청소년위캔센터를 세웠다. 지난해 4월의 일이다. 지하 2층에 지상 8층, 터는 5,014m2, 연면적은 1만3,574m2로 정말 육중하다. 대전천 인근 어디에서도 쉽게 보일 정도다. 이곳에는 대강당과 전시실, 다목적회의실, 직업체험관과 다목적체육관 등 다양한 시설을 집어넣었다.


개관은 지난해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시설의 핵심 콘텐츠라 할 만한 직업체험관 개관이 미루어지다가 지난 2월 24일 개관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전체 시설 중 3층과 4층, 5층을 직업체험관으로 활용한다. 3층에는 방송국과 교육실, 4층에는 광고기획사, 인터넷쇼핑몰, 디자인회사, 건축설계사무소, 법원, 게임개발연구소, 종합병원, 레스토랑, 자동차공학연구소, 로봇공학연구소, 군문화체험 시설 등이 들어섰다. 5층에는 적성검사실과 악기체험실, 창업체험실, 과학수사대, 항공우주센터, 연예기획사, 헤어숍, 메이크업숍 등을 설치했다. 모두 열여섯 개 직업체험관과 세 개 응용체험관이다.


청소년위캔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청소년과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인기 있는 직업군과 미래에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직업을 선별해 체험관을 조성했다고 한다.
직업체험관은 12세부터 19세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한다. 하루 체험은 4회 진행하며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회당 90분씩 진행한다. 체험비도 있다. 개인일 경우 몇 개관을 이용할 것인가에 따라 7천 원(1개관)부터 2만2천 원(4개관)까지 이용료를 내야한다. 잔여분에 한해 현장접수가 가능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온라인 신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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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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