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1호] 두 시간의 거리

SPAIN

몇 년 전부터 작은 소망을 품었더랬다. 스페인에서 한번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말이다. 이 작은 바람은 7~8년 전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친구를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 방문할 때마다 느껴지는 스페인 친구 특유의 따뜻한 환대가 어쩌면 스페인 사람 모두를 기대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온화한 날씨, 풍부한 음식도 영국 생활에 지쳐가는 내게 막연한 환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소망은 이루어졌고, 나는 새 나라 새 직장을 위해 런던에서 두 시간의 거리를 날아 이곳 바르셀로나에 왔다.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신비로운 건축물로 세계 관광객을 유혹하는 이곳은 골목골목 세월의 숨결과 예술혼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가우디의 유명한 구엘 공원(Parc Güell), 샤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ília) 성당 , 까사 바트요(Casa Batlló), 까사 밀라(Casa Milà), 까사 비센스(Casa Vicens) 건축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딕(Gothic) 지구에는 웅장한 고딕 양식의 바르셀로나 성당을 중심으로 자그마한 빈티지 가게가 옹기종기 펼쳐진다.  

친구가 준비해 준 가정식 식탁.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 타파스!

친구가 준비해 준 가정식 식탁.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 타파스!

  

30℃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살랑 바람이 송송 맺힌 땀방울을 식혀 주는 기분 좋은 날씨. 멀리 보이는 몬주익 산과 티비다보 산. 바다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바르셀로타 바닷가를 찾을 수 있다. 골목골목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작은 커피숍과 바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하몬 이베리코 (Jamón ibérico)이다.  돼지 다리를 통째로 말려 조금씩 슬라이스해서 먹는 이베리코 하몬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여기에 레드 와인을 곁들이면…. 꺄~ 말이 필요없다. 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맥주와도 찰떡궁합!

가우디의 대표적인 건물 까사 바트요. 이 건물을 볼때마다 네모난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것을 창조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가우디의 대표적인 건물 까사 바트요. 이 건물을 볼때마다 네모난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것을 창조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행이 아닌 삶을 위해 이곳으로 온 나에게는 영국과 단 두 시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곳이 너무 멀다. 언어가 멀게 느껴지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언어는 그중 가장 큰 것이 아닐까 한다. 바르셀로나는 다른 스페인 도시에 비해서 국제적인 도시이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방인이 정착하기에는 힘든 도시이기도 하다. 같은 스페인 사람에게도 힘든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어 뿐 아니라 카탈란(Catalan)이라는 지역 토착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도시에 정착하는 데는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 영어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축복이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내가 영국에 처음 갔을 때 잘하는 영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중, 고, 대학교를 거치며 배운 기본기는 있었는데 말이다.

하몬 이베리코. 이베리코 햄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리, 옥수수, 도토리 등의 사료로만 키운 스페인 토종 흑돼지 다리를 통째로 소금으로 절인후 깨끗이 씻어 말린다. 12개월에서 48개월 정도의 숙성 기간이 보통이다 .

하몬 이베리코. 이베리코 햄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리, 옥수수, 도토리 등의 사료로만 키운 스페인 토종 흑돼지 다리를 통째로 소금으로 절인후 깨끗이 씻어 말린다. 12개월에서 48개월 정도의 숙성 기간이 보통이다 .

    

    

바르셀로나 온 지 한 달째. 아직 친구 하나 사귀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침의 눈 부신 햇살을 맞으며 걷는 회사까지의 출근 시간이 아름답고, 집 베란다를 통해 보이는 몬주익 산을 보면서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문득문득 느껴지는 두려움과 외로움. 익숙한 것을 떠나 하는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선사하지만 두고 온 곳에 대한 그리움과 새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런던으로부터 거리, 두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글 사진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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