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1호] 예술가의 지속 가능한 삶

2015 산호레지던스 워크숍 ‘예술가로서 지속가능한 삶’ <관계의 미학>
“지속적이며, 안정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는 없을까?” 산호여인숙 5년 차, 시간이 지날수록 산호여인숙이 계속 마주하는 질문이다. 지난 8월 14일, 산호여인숙은 이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5 산호레지던스 워크숍 ‘예술가로서 지속가능한 삶’ <관계의 미학>(이하 <관계의 미학>)이 북카페이데 2층 딴데에서 열렸다. 음악가 봄눈별과 야마가타 트윅스터, 미술가이자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운영위원 스밀라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1. 봄눈별 서로 좋은 응원군이 되자

음악을 하면서 피자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 일주일에 70시간 넘도록 피자 배달하면서 돈은 벌었지만,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게 쌓였다. 계속 이렇게 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느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관한 고민이 이어졌다.

“마사지를 배우고, 세 명 이상 모이면 집으로 찾아가서 요리하고, 연주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공연하러 다니니까 한 달 생활이 가능하더라고요. 평균 60~70만 원 정도 수입을 유지했어요. 지금은 항상 돈이 남아요.”

45년 된 집에서 월 20만 원의 월세를 내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 많이 벌어서 버는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낸다. 술, 담배, 커피, 고기, 해산물, 계란, 우유를 끊고 음악을 한다. 그렇게 하니 이전보다 평화롭고 행복하다.

“마흔아홉에 피아노 배우기 시작한 아저씨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많이 늦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아저씨에게는 칠순잔치에 모두 앞에서 피아니스트로 데뷔하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어떤 때는 폐지 줍는 할머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저렇게 살면 어쩌나.’ 걱정을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삶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재단하는 일이었어요. 제가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세 개예요. 덜 가지고 덜 쓰자. 나 자신을 위해 재미있게 한다. 비슷한 꿈과 마음을 가진 서로에게 좋은 응원군이 되자.”

  

  

#2. 스밀라 모두가 생존하는 보편적인 복지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매달 일정한 돈을 주는 복지의 하나예요.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인 복지의 하나죠.”

미술을 전공한 스밀라는 대학 졸업 후 고민에 빠졌다. 한 학기에 700만 원이 넘게 드는 대학원에 가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 작업을 한다.

“한국의 빈곤은 외형으로 보이지 않아요. 개인의 안녕이 아니라 모두가 생존하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기본소득에는 동의하지만, 예술가복지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우리가 예술가라서 가난하고 복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사회라면 예술가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3. 야마가타 트윅스터 삶을 나누는 사람을 만나다

“단식농성장에서 댄스음악 틀고 춤추고 그랬어요. 거기에서 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한 거죠. 현장으로 가야겠다. 현장에서 힘을 주고, 즐거움을 줘야겠다고 많이 느꼈어요.”

길흉전자 단식농성장에서 자신의 음악에 반응하며 힘을 얻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음악할 원동력을 얻었다. 이후 홍대 두리반 투쟁에 참여하면서 연대하고, 관계 맺었다. 음악가들이 함께한 이 투쟁은 철거로 인한 피해자 아닌 예술인이 힘을 합치며, 공공적인 이슈로 퍼졌다. 통장 잔액은 늘 ‘0’이거나 마이너스였지만, 두리반 농성을 하며 맺은 관계에서 삶을 나누는 사람을 만났다.

“자본주의에서는 0이나 마이너스는 실패라고 하지만, 자본이 침입할 수 없는 관계를 맺으면서 삶의 에너지가 생기고, 잔치가 형성됐어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권리예요. 남을 나처럼 생각하기 힘들지만,그런 것들로 영혼의 장운동을 촉진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4. 지속할 수 있는 삶 돈이 전부는 아니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활동을 펼쳤다. 적게 쓰고, 적게 버는 삶을 택한다거나 기본소득과 같이 해결점을 찾는 방식을 알린다거나 관계를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포럼을 이끈 세 사람이 찾은 방식이다. 산호여인숙 송부영 대표는 “늘 고민했던 것이 삶의 유지였어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산호여인숙에서는 요즘 ‘작가의 생존’에 관한 고민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2011년 문을 열고, 많은 작가와 기획자를 만나며 늘 고민이었던 것이 ‘삶의 유지’였습니다. 작업을 위해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경제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예술가들을 보면서 늘 안타까웠습니다. 좀 더 근원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고 안정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무엇이 예술가로서 오래갈 삶인지, 어떤 가치를 찾아야 할지 해답을 구한 건 아닙니다. 평생 고민해야 할 부분을 다른 분들과 함께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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