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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1호] 그녀와 친구가 되는 세 가지 방법
김민성 간사의 하루는 환경에서 시작해 환경으로 끝난다. 그녀에게 환경은 일과 삶을 관통하는 주제다. 요즘엔 무슨 일을 하는지 묻자 기다렸다는 듯 반짝거리는 눈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최근엔 대기질 조사 운동에 힘쓰고 있어요. 도심 속 이산화질소 농도를 체크하는 건데, 시민과 함께 활동해요. 이산화질소는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위험해요. 비염이나 천식, 아토피 등을 일으킬 수도 있고요. 도심 속 이산화탄소 농도 때문에 연간 몇 명의 사람이 죽는지 아세요?”
웃으며 묻는 그녀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할 수 없었다. 환경에 관한 열정과 지식에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을 모르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환경문제는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큰 다짐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옆 사람에 대한 관심만 있어도 환경 문제가 보여요. 예를 들어 비염을 달고 사는 친구가 있다면 왜 비염이 쉽게 낫지 않는지 생각해 볼 수 있죠. 그럼 공기가 안 좋기 때문이고 자동차 매연이 공기 오염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그게 바로 환경 문제에 관한 고민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김민성 간사는 환경운동이란 잘못된 습관을 고치거나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겨울에 전기장판 없이 겨울을 났어요. 발열 매트 여섯 겹을 깔고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니까 오히려 덥던데요?”
그녀가 녹색연합에서 일하기 때문에 당연히 전기를 아끼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무감으로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일하면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깊이 느꼈기 때문이다.
“예전에 화력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어떤 할아버지를 뵌 적이 있는데, 할아버지 손녀딸이 첫째는 미숙아, 둘째는 장애인으로 태어났다고 눈물을 보이셨어요. 모두 발전소 주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국가에서 인정을 안 할 뿐이죠. 저는 아직도 그분의 눈물을 잊을 수 없어요.
모두가 그녀처럼 환경운동가가 될 순 없지만, 누구나 평소에 조금씩 노력할 수 있다. 안 쓰는 불 끄고 다니기, 플러그 뽑기, TV는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시청하기, 충전기는 충전 후 바로 뽑기 등이다. 김민성 간사는 환경을 위해 일부러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처음엔 인권운동가가 되고 싶었다. 평소에 느끼던 남녀차별,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 불법체류자가 겪는 불이익과 같은 부조리한 현실을 바로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NGO와 참여연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졸업 후에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1년 반 동안 일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세상에 관한 관심은 삶의 이정표였다. 그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니 녹색연합에 이르게 되었고, 일하면서 환경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주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4대강 사업이 화제가 됐을 때, 언론의 문제가 지적됐죠. 환경과 언론은 알게 모르게 연관이 깊어요. 환경 문제가 언론에 의해 감춰지기도 하니까요. 저는 환경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환경운동가는 남달리 환경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관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그녀를 보면 알 수 있다. 하는 일이 많아 매일 야근이 기본이라는 그녀에게 친구 같은 마음으로 밥 한 끼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