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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7호] 원도심현상, 어떻게 볼것인가_두 번째 집담회
지난 2월 22일, 대전광역시 NGO지원센터에서 대전문화연대의 두 번째 집담회가 열렸다. 주제는 최근 여러 매체가 이슈로 다룬 원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전 공동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대도시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이며, 선진국에서는 문화예술과 관련해서 극복하는 사례도 있다.”라며 “현재 대전시에서는 원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관련된 구체적 대안이 없는 상태이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하며 이날 집담회를 시작했다.
기사글집담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임기대 전 대표는 “도시여행자, 프랑스문화원, 산호여인숙 등 여러 공간과 인적자원이 대흥동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전문화연대 김선건 고문은 “대흥동이 많이 살아났고 문화 단체들도 자리를 잡았는데, 임대료가 올라 쫓겨나게 되는 것이 딜레마”라며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어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리에 모인 이들은 최근 대흥동을 비롯한 원도심의 변화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이를 어떤 현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기도 했다. 월간 토마토 이용원 편집국장은 “좁은 개념의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기준으로 대흥동을 보는 것은 문제 해결 지점을 잘못 찾는 것이다.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할 수 있지만 지금 대흥동 일대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예술인이 자리 잡으며 유동인구가 늘어나니 거대자본이 밀려 들어오는 식의 홍대 앞 이야기를 대전 원도심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문화예술인이 원도심 일대의 변화에 대한 지분율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느냐 먼저 따져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원도심에 대한 무분별한 예산 투여가 이 지역 건물주나 토지주 등에게 기대심리를 높였다는 게 이용원 편집국장의 주장이었다.
디트뉴스24 이충건 편집국장은 “문화예술인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볼 게 아니라 원룸과 임대주택으로 도심이 대체되며 슬럼화되는 현상으로 대흥동 일대를 봐야 한다.”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적으로 문화예술 기반의 보조금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가 원도심 일대 옛 건물들을 사서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자리에 원룸 건물이 들어오게 돼 자리를 옮겨야 하는 프랑스문화원 전창곤 원장도 현재의 대흥동 일대를 ‘슬럼화 현상’으로 바라봤다. 시간이 지나 원룸 건물의 공실률이 높아지면 슬럼화 현상을 면치 못할 것이란 의견이었다. 또한, “외부인에게 대전의 모습이라고 보여 줄 만한 곳이 없다. 그나마 대흥동, 선화동 일대가 그 역할을 했는데 원룸이 들어서며 도시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라며 “공무원들이 비전을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해 도시의 얼굴을 제대로 남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권선택 대전시장이 원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해결책을 주문했을 만큼, 원도심의 변화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오렌지나인 박종선 대표는 “사례, 사연만 이야기하지 말고 대전의 상황에 맞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서울의 경우 문화예술 앵커 시설로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현재 다비치안경원으로 쓰이는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은 시가 매입해서 앵커 시설로 활용했어야 하는 공간”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집담회에는 청년들도 자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대전 지역 청년들이 모여 만든 대전문화협동조합의 김한솔 이사는 “왜 청년들이 원도심에 안 오는지 이야기를 들어 봤으면 좋겠다. 협의체를 구성해서 가든 민간단체를 구성해서 가든 진지하고 지속적인 고민이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객석에 있던 청년 예술가 김종수 씨는 “문화 인재가 서울로 많이 유출되고 있다. 일자리 문제 등 여러 문제로 대전의 탈지역화가 심한데 어르신들이 먼저 문제를 해결해 줘야 우리 세대가 서울이나 경기권으로 가지 않고 대전에서 도전하고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시간 반여의 집담회를 이어가는 동안 참여자들은 현재 원도심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으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대전 원도심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해야 한다. 제2회 대전문화연대 집담회는 그 시작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