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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2호] '왜' 좋았는지 중요한 공간 _Y씨어터
유성구 궁동 로데오거리라고 불리는 그곳에 작은 소극장이 생겼다. 유명한 체인 분식점, 화장품 가게, 기타 다양한 상점의 간판 속에서 ‘Y theatre’라고 적힌 동그란 간판만이 그 존재를 알린다. 계단을 내려가 지하에 있는 공연장에 들어서니 은은한 아로마 향이 난다. 저 멀리 불을 밝히는 소이 캔들이 보인다. 좌석에는 폭신한 캠핑 매트가 깔려 있다. 관객들이 차례로 들어와 착석한다. 공연 준비를 마치자 관객석과 무대를 비추던 조명이 꺼진다.
이슈밴드 김재림 씨의 기타소리와 함께 옅은 조명이 켜지며 보컬 정회성 씨의 목소리가 작은 소극장을 울린다.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등 열 명 남짓한 관객의 눈과 귀가 무대 위의 이슈밴드에게로 집중한다. 노래가 끝날 때, 시작될 때, 관객에게 선물을 주러 자리를 이동할 때마다 곳곳에 위치한 조명이 각기 다른 밝기로 무대 위의 두 청년을 비춘다.
공연을 마치고 밴드 팀이 악기를 챙기는 사이, 한 여성이 무대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Y 씨어터 윤다경 대표이다. 무대를 정리하는 모습이 능숙하다.
“제가 연출이며, 음향, 조명 등을 도맡아 하고 있죠. 따로 사람을 둘 만한 여유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만한 여유는 아직 없거든요. 직접 하는 것도 재밌어요. 이쪽으로 와 보실래요?”
그녀가 안내한 작은 방에는 음향장비와 각종 기기 등이 놓여 있다. 그녀가 여덟 개의 스위치 콘센트를 가리켰다.
“이 스위치 하나하나가 무대를 비추는 각각의 조명과 연결되어 있어요. 보통은 기계를 써서 여기 켰다 저기 켰다 하는데, 저는 일일이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면서 수동으로 조작을 하는 셈이죠. 이 재미가 꽤 쏠쏠해요.”
윤다경 대표는 충남대학교 무용과 출신이다. 그래서 Y 씨어터의 무대도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나무로 만들었다. 주 무대를 무용 공연으로 생각하고 만든 것이다. 하지만 막상 Y 씨어터를 주로 찾은 사람들은 거리 공연을 하는 음악인들이었다. 그녀도 거리의 음악인들이 마음에 들었다. 음향에 세심한 신경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장 내의 소리에 울림을 주기 위해 의자와 벽면에 나무를 갖다 대었다. 이 모든 인테리어 설계는 부부가 상의를 통해 결정한 일이다. 전문가의 도움은 구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두 달여 만에 준비된 일이에요. 무대 배치부터 조명, 곳곳의 마감재와 페인트 색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상의하고 결정했죠. 그 동안 신랑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남편 하동욱 씨는 직장에서 일을 마치면 극장으로 와서 티켓팅을 돕는다. 극장을 나오는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넨다. 공연 포스터도 하동욱 씨가 밤새워 디자인하며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외조가 남다르다.
젊은 예술가들과 만나다보니 그들의 준비가 부족해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열심히 준비한 공연에 단 한명의 관객도 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거리공연을 주로 하던 친구들에게 전용 극장에서 공연할 기회를 줄 수 있어서 그럴 때마다 뿌듯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지난 주 토요일에 열린 락 공연은 진짜 좋았어요. 그날은 밴드도, 관객도 흥이 나서 모두 즐기는 공연이었죠. 그날 회식 때 밴드 리더가 제게 그러더라고요. 이런 무대가 그리웠다고. 우리만 바라봐 주는, 우리의 음악에만 귀기울여 주는 이런 무대가 그리웠다고. 제가 얼마나 흥분되고 뿌듯하던지.”
Y 씨어터에서 Y란 글자는 하동욱 씨가 생각해 냈다. Y는 ‘왜’라는 의미의 영어 WHY를 뜻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왜’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한다. 관객은 공연을 보고 단지 ‘좋았다.’라는 감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왜 좋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예술가 역시 끊임없이 그들의 예술을 자문해 나가면서 발전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공간을 구성하는 저도 창의성 넘치는 젊은 예술가들과 관객을 하나로 이어주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싶고요. 관객과 예술가, 공간 이 모두가 ‘왜?’라는 물음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 마음을 앞으로 쭉 지켜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