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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6호] 발 아래 풍경도 전시하는 곳
낮은 건물 사이로 삐죽 높게 선 대전역 쌍둥이 빌딩이 세상에서 가장 높이 솟은 건물처럼 보인다. 풍경 앞 언덕에 놓인 평평한 돌의자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 나란히 난간에 기대어 서서 아래를 향해 손을 뻗는 아이들, 풍경을 즐기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곳이 좋은 이유는 비슷하다. 산책하듯 설렁설렁 조금만 올라가면 골목 사이사이를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내려다보이는 골목 사이를 쏜살같이 지나다녔다.
사진
작품을 전시하고
지하철 대동역에서 내려도 되고, 버스를 타고 우송대 입구 역에서 내려도 된다. 2009년 대동 무지개프로젝트의 하나로 대동 하늘공원을 조성했다. 빙글빙글 도는 풍차, 전망대에 깔린 나무 바닥이 그때 생겼다. 조금만 오르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 그 풍경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환경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여기 스파이더맨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 데리고 놀러 왔어요.”
산성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대동 하늘공원을 찾았다.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어느새 새 위에 올라타고, 스파이더맨에 매달렸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1월 10일까지 《대동 하늘공원: 열린 미술관》 전이 열렸다. 《대동 하늘공원: 열린 미술관》 전은 지역 내 문화적 체험 확대와 계층 간 문화적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찾아가는 미술관’ 사업이다. 오대호, 안치수 작가의 작품 여섯 점이 하늘공원 곳곳에 놓였다. 스파이더맨, 거북이, 새 등은 모두 버려지거나 버려야 할 것으로 만든 정크아트 작품이었다.
“좀 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생각했어요. 공원이다 보니까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작품을 설치했고요.”
전시에 참여한 오대호 작가는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로 불린다. 정크 아트는 수없이 버려지는 자원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오대호 작가와 안치수 작가는 많은 사람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설치했다. 거북이, 새, 스파이더맨 등 어렵지 않은 작품이다. 생명을 다한 자동차, 오토바이 부품 등으로 만든 것들이 공원에서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되었다.
풍경을 전시한다
공원 구석구석을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떠났다.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대동 하늘공원에 올랐다. 사람들은 작품을 보러, 풍경을 보러 이곳에 오기도 했다. 벽 한쪽에 마구잡이로 걸린 자물쇠를 보니, 누군가는 두 손을 꼭 잡고 약속을 하러 이곳에 오기도 했던 모양이다.
방학 보충학습을 제치고 왔다는 한밭여자중학교 2학년 여학생 둘은 대동 하늘공원에서 한눈에 보이는 학교를 손가락으로 콕 집었다. 걱정 같은 건 별로 없었다. 아이들 손가락을 따라 내려다보니 하루 정도 보충학습에 가지 않은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대동 하늘공원에서는 한밭여자중학교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골목과 주택이 보인다. 일정한 규칙 없이 얽힌 골목 사이에서 툭 하고 사람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골목길과 작은 건물들, 점처럼 작게 콕 찍혀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크고 작은 틈으로 많은 것이 보인다.
그사이 흐렸던 하늘이 파랗게 개었다. 공원 사이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드나들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새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각기 다른 지붕 사이로 제각기 다른 모습의 삶이 지나다녔다. 하늘은 푸르고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만히 앉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모두 해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