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2호]대전물총축제


지난 8월 29일 중구 중교로에서 충청권 지역 내 대학생들로 구성된 대전물총축제(DWGF)에서 기획, 주최한 ‘대전물총축제’가 열렸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중교로 차없는 거리 행사에 포함된 축제였다. 날씨는 화창했다. 한반도를 휩쓸 것이라던 태풍 고니가 소멸하자 불볕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며 흑색 시멘트를 뜨겁게 달구고 늦여름의 강렬한 태양이 유감없이 자신을 뽐내던 날이었다.

사진
15:00 ~ 18:00 水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시간

중구청에서 중교로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의 열기가 후끈하다.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등 중교로 차없는 거리에 나온 다양한 행사부스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더 깊숙이 들어가자 ‘수水태프’라 불리는 대전물총축제 스태프 60여 명이 판매 부스, 물품보관소, 탈의실, 건조실 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한 편에 설치된 디제잉 부스에서는 디제잉 파티를 준비하는 DJ가 기계를 점검한다. 

오후 한 시가 가까워지자 대전평생학습관 정문 앞으로 곳곳에서 사람이 모여든다. 다들 옷차림만큼이나 발걸음도 가볍다.
“영리를 목적으로 이 축제를 기획한 게 아니에요. ‘다 같이 놀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예요. 여기 보이는 물총, 방수팩 등은 우리 물총축제에서 사비로 구입한 거예요. 살수차도 저희가 불렀고요. 구나 시의 예산은 아예 건드리지 않았어요. 수익금이 생기면 전부 사회에 환원할 예정이에요.”

현장티켓부스를 담당하는 매니저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거리 곳곳에서 거리 통제, 프로그램 준비, 티켓 판매, 물품 보관, 홍보 등의 역할을 각기 맡은 스태프들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진다. 
개회선언과 함께 축제가 시작되자 거리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물총에서 수水트레스가 뿜어져 나온다. 두 대의 살수차 위에서는 대형 호스를 통해 사람들 머리 위로 거센 물을 뿌린다. 온 몸이 흠뻑 젖어버리자 거칠 것이 없다. 함께 놀러온 친구들을 향해, 혹은 모르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아무렇게나 물총을 쏘아댄다. DJ의 멘트와 비트는 늘어지는 틈이 없이 분위기를 계속해서 고조시킨다. 사람들은 중교로에 놓인 분수대와 물총축제에서 설치한 풀장에서 물을 계속 채울 수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물총을 쏘며 즐기느라 바쁜데 한 쪽에서는 댄스팀이 물 위에서 춤을 춘다. 어느새 총구의 방향은 댄스팀에게로 향한다.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줄도 모르고 하늘 위로는 물풍선이, 비누 거품이 떠다닌다. 도로가 온통 물바다임에도 사람들의 열기는 축제가 끝날 때까지 식을 줄 모른다.
축제가 끝난 뒤 현장정리를 지휘하던 물총축제 총책임자를 만났다. 하하호호 웃고 수다를 떨며 흩어지던 시민들의 모습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망했죠. 기획대로 된 게 거의 없었어요. 디제잉 부스랑 물총 부스도 저만큼 떨어져서 원래 계획했던 위치에 세워지지 못했고요. 준비한 만큼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네요. 오늘 행사 괜찮았나요? 다들 즐거워하셨다면 다행인데….”

성공이나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이번 축제를 만들어가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 중구문화원 박경덕 사무국장 역시 운영에 있어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에는 더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중교로 차없는 거리의 의도는 마당을 조성하자는 것에 있어요. 다양한 실험을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가볍고 즐거운 생각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혹자는 이 축제에 불편한 시선을 던졌다. 중교로를 통행하는 시민들에게 방해가 될 것이라고,  물총이라는 소재 자체가 식상하다고. 이런 축제에 어떤 정체성이 있느냐고. 막상 축제가 진행되자 이러한 시선들은 서서히 사라졌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기보다 축제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관중이 되었고, 어떤 시민들은 집으로 다시 돌아가 가족을 데리고 나오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더라고요. 물총만 있으면 되잖아요. 집에 가서 남편이랑 아이들 데리고 나왔어요.”
물총이라는 소재의 식상함도 버블파티, 물풍선 파티, 댄스팀 공연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지루해질 수 있는 한계를 극복했다. 축제 시작부터 축제가 끝나는 세 시간 동안 참가인원은 줄어들기보다 더욱 늘어나 있었다. 
분명 완성도 있는 축제가 아니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모여 기획하고 준비한 단 하루뿐인 축제에 운영상의 노련함이나 주변 상권의 이익 도모, 문화적 정체성 등까지 만족시키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이날 중교로에 모인 사람들의 스트레스 총량은 분명히 줄어들었다. 성공이나 실패를 떠나, 모두가 즐길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축제가 끝난 며칠 뒤, 물총축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3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하여 사회에 환원하지 못했다.’는 전정현 총책임자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연탄 봉사, 산타 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복지를 실천할 것이라고 한다. 
2016년 물총축제까지 다시 1년이 남았다. 여름 한철의 울음을 위해 남은 계절을 준비하는 매미처럼, 그들은 가을, 겨울, 봄을 지나며 기다릴 것이다. 다시 찾아올 여름에 주어질 단 하루를. 


글 사진 윤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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