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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2호] 동네사람이 동네에서 만든 장
동네 어디에나 있는 작은 놀이터에 천막을 둘렀다. 놀이터 곳곳에 아이들과 함께인 엄마, 아빠가 보인다. 마을회관 앞 어쩐지 생경한 풍경이 9월 19일 펼쳐졌다. 도마동 용화어린이공원과 정림동 강변들어린이공원에 마을 엄마들이 마련한 잔치가 열렸다.
밤이면 컴컴하고 ‘우범지대’라 불리는 공원이었다. 동네 사람 모두가 편견 때문에 잘 가지 않던 공원에 엄마들이 모였다. 이곳을 어떤 이야기로 채울지 주민의 생각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림동에 공원이 많아요. 강변들어린이공원은 나무도 많고, 넓은 공원인데 활용하지 못하니까 아쉬운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수밋들어울벗 김화진 대표의 이야기다. 수밋들어울벗은 정림동의 옛 이름 수밋들과‘함께 어울리는 벗’이라는 뜻을 담아 ‘어울벗’이라는 낱말을 더했다. 정림동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한다. \
먼저 공원 입구에서 설문조사를 한다. 재활용을 이용한 정크아트 공원, 동화를 테마로 한 공원, 체육공원, 마을주민 작품 전시 공원까지 네 개 안으로 조사한 뒤 솟대 만들기, 재활용 저금통 만들기 체험을 한다. 체험 후 차를 마시며 공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삼삼오오 모인 동네 사람들이 놀이터를 꽉 채웠다.
“원래는 쓰레기도 많고, 아이들만 보내기에는 안심이 되지 않는 공원이었어요. 마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 후에 시나 구와 함께 좀 더 많은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고 싶어요.”
파란 천막 아래를 지키는 것은 엄마들보다 아이들이 더 많다. 자기보다 어린아이들에게 목걸이 만드는 법, 가방 만드는 법을 차분히 알려준다. 아이들 대부분 달팽이어린이도서관에 다닌다.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자랐고, 떠들고 놀며 친구를 사귀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도서관에 다녔어요. 책도 보고, 배우는 것도 많아요. 토요일은 기타도 배우고, 평일에 다른 날은 역사도 배우고요. 오늘이 처음은 아니에요. 어린이도서관에서 하는 마을잔치에서 봉사활동 많이 했어요.”
도마중학교 1학년 김준환 학생의 이야기다. 준환 학생은 에코백 만드는 체험의 도우미 역할을 맡았다. 에코백을 만든 아이들은 준환 학생에게 3천 팽이를 준다. ‘팽이’는 이 축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다. 준환 학생 옆에 있던 초등학교 5학년 한결 학생도 곤충 책갈피 만드는 체험을 돕는다. 아이들 모두 도마동에서 자라 달팽이어린이도서관에 다닌다.
“저희 아이도 이곳에서 자랐어요. 어릴 때부터 도서관 다니면서 도서관에서 하는 체험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도서관을 좋아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이 일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달팽이어린이도서관 차윤영 관장의 이야기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잔치에는 먹거리와 놀 거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체험 부스와 미끄럼틀 앞에서 방방 뛰어다니고, 엄마들은 놀이터 한쪽에 앉아 책을 읽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느리게 천천히, 제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도서관 앞에 ‘달팽이’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