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2호] 시민과 보존 활용은, 두 가지 전제 위에서 출발해야

9월 18일, 제10회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 포럼(이하 원, 공재)이 열렸다. ‘관사촌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옛 충남도지사 공관에서 진행했다. 대전발전연구원 염인섭 박사가 발제했다. 현재, 염 박사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전시는 관사촌 활용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대전시가 수립한 계획은 2019년까지의 장기플랜이다. 운영주체와 세부 콘텐츠는 미정이다. 

민간 협의체를 통한 대전문화예술촌 조성 

염 박사는 관사촌 내 10개 동을 역사적 가치와 문화재 지정 여부, 위치 등을 기준으로 크게 네 분류했다. “도지사 공관으로 활용했던 1호 관사를 비롯해 2호, 3호, 5호, 6호는 1930년대 건축물이다. 모두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4호 관사도 1930년대 건축물이긴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진 않다. 7호 관사부터 10호 관사까지는 1970년대 건축물로 문화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1호 관사와 동쪽 공지는 ‘Zone 1’에 해당한다. 2호, 3호, 5호, 6호는 ‘Zone 2’, 7호 관사부터 10호 관사까지는 ‘Zone 3’, 4호 관사는 ‘Zone 4’다. 이렇게 나눈 4개 Zone에 각각 다른 기능을 부여하겠다는 거다. 염 박사는 “Zone 1은 전시와 아카이브, 교류를 위한 공간이다. Zone 2는 시민을 위한 창작공간이다. Zone 3은 아트 레지던시를 위한 체류형 작업공간이다. 마지막 Zone 4는 지원업무를 위한 지원센터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사촌 운영 관리 계획을 설명했다. 염 박사가 말하는 운영 관리 핵심은 민관협력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다. “협의회는 크게 공공기관과 추진위원회, 마을공동체 등 3개 조직으로 구성한다. 공공기관은 시설 운영 지원과 프로그램 제공 등을 맡고, 추진위원회는 문화예술 및 창작 콘텐츠 담당, 마을공동체는 마을 정체성 확립과 주민자력형 재생사업 등을 추진한다.”라고 설명했다. 염 박사 발제를 정리하면 이렇다. 민관 협의체를 조직해 관사촌을 대전문화예술촌으로 조성하겠다. 이를 통해 ‘요코하마 뱅크아트 1929’와 같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생태계를 구축하겠다. 

관사촌은 근대문화유산이다

염 박사 발제에 관해 테미예술창작센터 최창희 운영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최 팀장은 관사촌과 테미예술창작센터는 한 구획 안에 있기 때문에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테미예술창작센터는 시각예술에 국한해 레지던스를 운영한다. 더불어 수도권 작가, 외국 작가 등 모든 작가를 대상으로 레지던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지역 작가에 대한 안배가 없다. 마지막으로 관사촌은 거주공간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관사촌 일부에서 종합예술 레지던스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직자 씨는 “관사촌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시민 중심의 문화촌을 만들어야지 레지던스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최창희 팀장 의견에 반대했다. 원, 공재 최정우 대표(목원대 교수)도 “관사촌은 근대문화유산이다. 첫 번째 전제는 보존과 유지다. 레지던스는 다른 공간에서도 할 수 있지만, 근대문화유산에 꼭 레지던스를 할 필요는 없다. 관사촌을 어떻게 보존하고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가운데 활용 방향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 강영희 센터장은 관사촌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데 두 가지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첫 번째는 관사촌 주변 거주민에 대한 고려다. 관사촌이 활성화됐을 때 이곳에 사는 세입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관과 협의하는 민은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시민을 위한 공간인데 시민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의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민(民), 다른 하나는 본질(本質)이다. 우선, 그것이 어떤 형태든 민을 위한, 민에 의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본래의 성질이 무엇이냐는 거다. 관사촌은 공방촌도 아니고, 예술촌도 아니고, 레지던스 공간은 더더욱 아니다. 보존하고 유지해야 하는 문화유산이다. 활용은, 그 전제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송주홍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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