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6호] 활_칼럼 박효배

여러분은 지금 무슨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일본에서는 취업 준비, 결혼 준비, 노후 준비 등 각종 준비를 하는 활동을 ‘~활(~活)’이라고 해요. 요즘 만들어진 신조어이지요. 예를 들어 취업 준비는 ‘취활’, 결혼 준비는 ‘혼활’이라고 하지요. 예전부터 쭉 있었던 활동도 있지만, 최근에 새로 주목받는 활동도 있습니다. 이 ‘~활’은 일본의 한 단체에서 매년 지정하는 신조, 유행어 대상의 후보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활’ 이라는 신조어의 원조는 바로 취직 준비 활동을 뜻하는 취활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우리나라에서는 취준생이라 하지만 일본에서는 취활생이라 한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대학교 3학년 2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취직 준비 활동을 하기 시작했었으나 아베 총리가 취직 준비 활동이 학업에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 하여 2014년부터 4학년 때부터 취직 준비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조정하였습니다.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일정으로 무척 바빠지기 때문에 3학년 2학기까지 학점을 대부분 취득해 놓고 수업을 거의 듣지 않아도 되도록 조정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취활생들은 한국 이상으로 엄격한 복장을 하고 취활을 합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방까지 정해진 모양의 것을 착용하지요. 기업에서 그렇게 하라는 지시는 없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눈에 띄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일본인의 특성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일본의 취활에서는 ‘소활(ソー活)’이 빠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소’는 바로 소셜 미디어를 뜻해요. 즉,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취업 준비 활동을 하는 거지요.
취활과 함께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활은 ‘혼활(婚活)’이 아닐까 싶어요. 일본의 주간지 《AERA》에서 처음으로 결혼 활동을 줄여 혼활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해요. 혼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상적인 결혼 상대를 찾아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를 부탁하기도 하고, 결혼 중개 업체의 힘을 빌리기도 합니다. 
‘종활(終活)’이 어떤 활동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바로 인생의 끝을 위한 활동입니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죽을 준비를 하는 활동이지요. 주변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죽기 전에 자신의 장례나 묘지를 미리 준비하거나 유산 상속 등을 정리해 두는 것이지요. 세계 최고의 평균 수명을 자랑하는 일본은 그만큼 노인의 수도 아주 많습니다. 많은 노인이 인생 마무리를 자신의 손으로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종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종활에 관한 다양한 책이 출판되고 있는 것은 물론, 종활 카운셀러 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습니다. 또한, 종활에 관해 상담도 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종활카페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위부터 .종활 ,취활 

혼활 다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임활(妊活)’입니다. 아이를 갖기 위한 활동이에요. 요즘 일본에는 공개적으로 어떻게 임활을 하고 있는지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임활을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도 있어요.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활(朝活)’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에 독서나 스포츠 등 취미 활등으로 자신의 능력을 높이고자 하는 활동을 일컫습니다. 

임활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온활(温活)’이 인기예요. 항상 몸을 따듯하게 하여 몸도 마음도 건강하자는 취지의 활동이지요.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온활은 여름에도 차가운 냉방에 방심하지 말자며 강조되기도 한답니다.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생강을 요리에 활용하기, 따듯한 욕조에 아침저녁으로 들어가기, 내복을 여러 겹 입기 등 온활의 방법은 각양각색입니다. 
이 밖에도 아이를 보낼 보육원을 찾아다니는 ‘보활(保活)’, 수면시간을 잘 이용해서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한 ‘취활(寝活)’, 미용을 위한 ‘미활(美活)’ 등 무궁무진한 ‘~활’이 있습니다. 요즘 아침에 눈 뜨는 게 힘들어 어기적어기적 늦은 시간에 일어나는데, 저도 조활 한번 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활’을 하고 싶으신가요?  


글 사진 박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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