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2호]살아있는 책들의 공간을 꿈꾸는 사람

9월 12일 토요일 ‘도어북스’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아름다운 ‘숲속작은책방’의 모습이 슬라이드에 나타나자 마음 좋은 동화 속 아저씨 같은 모습의 김병록 저자에게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북콘서트의 백미는 ‘북쇼’였다. 책을 펼칠 때마다 꽃다발이 튀어나오고, 햄버거 모양의 책에서는 갖가지 벌레들이 숨어 있다 모습을 드러내고, 원통 속의 줄을 끌어당기자 코르크 마개로 만들어진 사람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책’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었고, 모든 ‘상상’의 시작이었다.


김병록 저자 

아름다운 책 공간에 대한 꿈

백창화·김병록 부부는 2002년부터 일산 정발산동과 마포 성산동에서 사설 도서관을 운영하며 책 문화를 이끌어 왔다. 그리고 현재 김병록 저자는 충북 괴산 시골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봄날, 2015)는 두 사람이 전국의 작은 서점들을 탐방하고 소통한 결과를 담은 책문화공간 안내서이다. 더불어 두 사람이 오랫동안 키워 온 ‘책마을의 꿈’과 그 꿈의 결과인 ‘숲속작은책방’을 완성해 가는 과정도 그려져 있다. 


“아내와 제가 기획을 하고 이 공간을 이렇게 꾸미자, 스토리텔링을 담아 보자 하면 구현은 제가 합니다. 숲속작은책방의 책 공간들이 바로 나온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10년 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며 쌓이고 쌓여서 알게 된 거죠.” 
김병록 저자는 오랫동안 책 읽는 공간에 대해 구상해 왔다. 유럽에는 그들이 꿈꾼 책 공간이 이미 조성되어 있었다. 확신이 없었는데 유럽에 가 보고서야 그 꿈의 마지막 단추를 꿸 수 있었다. 그러니까 숲속작은책방이라는 아름다운 책 공간은 10년의 시간 동안 발품을 팔아 유럽과 전국 어린이 도서관을 살피며 직접 체득한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꿈을 현실로 이루며 사는 건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생각하는 것들을 숲속작은책방이라는 실제적인 공간으로 구현해 냈다.

매일 기획회의 하는 부부

숲속작은책방은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북스테이를 제공하고 있다. 고요하게 책 읽기를 원하는 사람, 벗과 함께 책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은 사람, 책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이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관광문화가 아닌, 책을 매개로 문화적 체험을 공유하는 새로운 개념의 여가문화이다.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 획일적인 원룸이나 아파트가 아닌 아름다운 꿈의 공간으로 사람들은 숨어들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이 숲속작은책방에 들러 몇 시간 놀고 가는 게 아니라 하루 자면서 더 오래 머물면 어떨까 해서 처음 북스테이를 시도해 보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서히 물 잔이 채워져 넘치듯 자연스럽게 꿈이 이루어졌다. 그에게 꿈이 이루어져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행복한 게 맞아요. 반은 행복하고 반은 고단하죠. 아내도 저도 꿈꾸는 걸 좋아해요. 꿈꿀 때 행복해요. 이번에 이런 도서관을 해 보자 하면, 온갖 이상적이고, 판타스틱하고, 럭셔리한 아이디어들이 다 나와요.” 
김병록 저자는 계속 꿈을 꾼다고 했다. 꿈에 대한 대가는 항상 혹독하며 가난을 각오해야 한다. 길을 가다 보면 막힐 때가 있고 이걸 뚫고 나가려면 처음에 꿈꿨던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 일을 진행하며 여러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마음은 어느새 싹 사라진다. 하지만 초심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한다. 처음부터 꿈꿨던 대로 되지는 않지만 먼 길을 돌아서 이루어지기 마련. 돌아가는 게 정답이라는 걸 항상 알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웃음 띤 얼굴이 참으로 온화하다. 꿈을 이루어 가고 있는 자의 강인한 온화함이다.

자연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책 공간

자연 속에서 책을 보는 경험이 주는 특별한 감동이 있다고 김병록 저자는 말한다.
“처음 괴산 숲속작은책방에 와서 적응이 안 되었던 게 어둠이에요. 너무 조용한 거죠. 방문객들이 잠을 잘 주무시는 이유 중 하나가 소음이 없어서죠. 잡스러운 게 하나도 없고 자연만 있어요. 풀벌레 소리만 들리죠. 아무리 들어도 거슬리지 않는 소리예요. 그 상태에서 책을 보니까 귀에 쏙쏙 들어오고 집중도 잘돼요. 조용한데 거기에 쓱 빠져 들어가는 거죠. 작가가 뭘 쓰려는지가 다 보여요. 완전히 새로운 책 경험이에요. 서로 동화가 되는 걸 많이 느낍니다. 작가와 어떤 생각이 같고 뭐가 다른지. 깊이 파고드는 독서가 가능해요.”


자연이라는 훌륭한 배경을 뒤에 놓고 스토리텔링을 담은 의자, 책장, 피노키오 오두막으로 동화 속 책마을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야생화가 만개한 정원에 책 요정이 나타난대도 이상하지 않을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김병록 저자가 직접 나무로 만든 소품들 하나하나에 모두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푸른 개’를 형상화한 의자도 그중 하나다. 푸른 개는 그림책 『푸른 개』에서 주인공의 자아 찾기를 도와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 의자는 엄마나 아빠가 뒤에서 아이를 껴안고 책을 읽어 줄 수 있게 설계되었다. 공간마다 담긴 이야기들이 방문객들을 책의 세계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자, 숲속작은책방의 힘, 책의 힘이다.  


글 사진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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