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2호]

월간 토마토 채용설명회 날, 맨 앞자리에 앉아 쉴 새 없이 질문하던 학생이 있었다. 누가 봐도 월간 토마토에 관한 애정과 기자가 되고 싶은 열정이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활동가로 지내고 있는 그녀를 다시 만났다.  
언론은 그냥 산업 아닌가?
학생과 지식인들의 유신반대시위/하지만 침묵하는 언론/침묵하는 언론을 향한 학생들의 분노/이에 부끄러움을 느낀 몇 사람/동아일보 ‘해직’ 기자
EBS 지식채널e <동아일보 해직기자> 중에서

EBS 지식채널e <동아일보 해직기자> 편은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만들고 언론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던 1970년대, 이에 저항하는 동아일보 신문사 기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자를 꿈꾸던 한 여고생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자로서, 진실의 수호자로서 뜨겁게 인생을 살고 싶어졌다. 그 꿈은 대학에 들어와 구체화 돼 1학년을 자유전공학부에서 공부한 뒤, 언론정보학과를 선택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이후, 기자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왔다. 아니, 언론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과연 ‘참된’ 언론은 존재하는가에 관한 생각이었다. 그 회의감과 의구심은 ‘참된’ 기자를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언론인, 그 중 기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이다. 많은 사건 사고 때문에 심어진 기자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더 좋은 기자를 꿈꾸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라고 말하자 한 선배는 “언론은 그냥 산업 아닌가?”라고 말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말이었다. 좋지 못한 언론과 기자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언론의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그 속에 포함된 기자의 역할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근엔 ‘공동체 미디어’에 관심이 생겼다. 공동체 미디어란 지역 내 주민들이 주가 되어 방송을 만들고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미디어다. 기존의 미디어가 사회적 이슈 중심으로 편성되는 데 비해 공동체 미디어는 주민들이 참여해 다양성을 담는다. 대전에는 ‘대덕 라디오’가 대표적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는 언론, 그들의 이야기를 왜곡하지 않는 것이 ‘참된’ 언론의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의 접점에 월간 토마토가 있었다. 월간 토마토 속에 담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양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함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일, 소수자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일,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갖는 일을 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간 토마토

그래서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월간 토마토를 만든 사람을, 그리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며 일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때 당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와 ‘만감(萬感, 만나러감니다)’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평소에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을 정해 인터뷰를 진행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그때 월간 토마토가 떠올랐다. 이용원 대표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였고, 놀랍게도 만남이 성사됐다. 평소에 학교를 다니며 ‘언론정보학과가 나에게 맞는 곳일까,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용원 대표와의 인터뷰는 내가 원하는 언론사가 이런 곳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자기 삶의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함께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룰 곳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단지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일단은 관심이 가는 데로 자신을 맡겨볼 예정이다. 그 여정의 끝에서 그녀가 무엇을 꽃 피울지 기대된다. 

거대한 가치와 명분보다는 일상의 작은 재미와 행복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꾸며나가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다만 한 가지, 진정으로 일상의 행복을 꿈꾼다면 자신을 일상적으로 불행하게 만드는 실체와 정면으로 맞서는 법은 알아둬야 할 것이다.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 중에서


글 사진 이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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