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2호] 바른결심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주무늬씨

호리호리한 체격에 강단 있어 보이는 눈매, 처음 만난 그는 퍽이나 단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는 선입견 때문인지도 몰랐다.  왠지 더욱 바짝 긴장이 됐다. 하지만 의례적인 인사 몇 마디에 활짝 웃어 보이는 얼굴을 마주하자 이내 긴장은 풀어졌다.     충남대 재학시절 학보사 편집국장을 지내며 늘 현장에 있었으며, 보고 듣고 기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각종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충청지역대학생문화연대’를 만든 것도 그런 활동의 일환이었다. 급기야 작년 6.4 지방선거 때는 대전 유성구 기초의원 후보로 출마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때보다도 청년 이슈가 뜨거운 이 때, 당사자로서 정치에 직접 나서보자는 생각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조금쯤 더 단단해졌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을 지닌 그, ‘주무늬’ 씨는 여전한 걸음으로 뚜벅뚜벅 걷고 있다. 

 


 

저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예요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를 다녔어요. 사회적 이슈를 많이 접했고, 자연스레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후 충남대 학보사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는 이슈가 많아지고, 취재하고 참여하는 현장이 많아지면서 관심을 확장하게 됐어요. 특히나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그 이유는 제 주변에 실제 비정규직인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3년 전쯤에는 충남대 청소노동자의 부당해고 및 임금체불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이를 계기로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분들과 연대하며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월급이 백만 원이 안되는 일도 부지기수고, 지하에 마련된 휴식 공간도 열악하죠. 그래도 그건 그나마 나은 경우예요. 화장실 청소용구 칸을 휴식공간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으니까요. 
굳이 다른 사람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현재 초등학교 교무실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저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예요. 학교 동기들 중에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고요. 결코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닌 거죠. 

 

 

내가 해야 할 일

전공은 사회복지학이었어요. NGO로 진출하는 동기들이 많았고, 저 또한 관심이 없지 않았어요. 그래서 3학년 때 학보사 편집국장 임기를 마치고 2008년 (사)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를 통해 베트남 소수민족 마을에 아동지원을 갔어요. 다녀와서 ‘이 일은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NGO 일은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고, 그만큼 저보다 뛰어난 사람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청년이나 노동문제 등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일은 내가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이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충청지역대학생문화연대를 만든 것도 그 즈음이에요. 그 무렵 대안포럼이나 강연 등을 들으러 서울을 자주 왕래했는데, 그런 연대체가 지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공주, 청주, 대전 등 대학생들과 연대해서 만들게 됐어요. 그곳에서 대학생 대안캠프 등을 기획하며 대학생들의 움직임을 만드는 운동을 해왔어요. 현재는 노동, 지역, 통일 문제 등을 다루는 민주민생대전행동이라는 단체에서 청년분회를 맡고 있어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작년 6.4 지방선거 때 유성구의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어요. 유성구에 대학교도 많고, 청년 관련 이슈도 많은데 직접 정치에 나서는 청년은 별로 없어요. 그렇다면 내가 나서서 이슈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 부모님은 엄청 반대 하셨어요. 한편 제가 멘토로 삼고 있는 고교 은사님은 “어차피 말려도 할 거잖아. 대신 상처 받지 마라.”라고 격려해주시더라고요. 선거 유세 때는 인력도 돈도 부족해서 많은 걸 하진 못했어요. 홍보물을 만드는 일이나 행정적인 일들도 직접 해야 했어요. 그래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았고,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가져 줘서 놀랐어요. 사실 굉장히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이거든요(웃음).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데서는 겁을 덜 내는 것 같아요. 선거를 치르면서는 겁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지금은 생업에 종사하면서 앞으로 청년과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관련된 일을 계속 하려고 해요. 결국은 다 연결돼 있는 문제잖아요. 피부관리실에서 일하는 한 친구는 일하는 도중 손님에게 손찌검을 당했는데도 정당하게 항의도 못해요. 화가 나지만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죠.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이, 사람들이 뭉쳐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요. 그게 돼야 내가 행복할 수 있고, 내가 낳을 아이가 지금처럼 힘들지 않게 살 수 있으니까요. 
내 삶의 자신 있는 주인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주변 정세나 흐름을 잘 살펴서 바른 결심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칫 게을러지면 내가 편한 대로 익숙한 대로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심의 배경이 되는 사회의 흐름을 잘 살피고, 놓지 않고 갈 수 있었으면 해요.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사진 엄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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