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6호]손맛 가득 따뜻한 공간, 갤러리 호사

노은역 1번 출구로 나와 얼마나 걸었을까, 눈에 띄는 철문 하나가 발길을 끈다. 철제 간판이 이곳이 Gallery HOSA라고 알린다. 테라스처럼 꾸민 입구 가까이 다가가자, 쇼윈도 너머로 전시한 도자기들이 보인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요.’라고 쓰인 메시지는 ‘편하게 들어와 구경하라.’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묵직한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닥부터 선반까지 온갖 종류의 도자기가 공간을 꽉 채웠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 2층 전시장
 
언뜻 보기에 차가운 느낌의 철제문을 열자, 철과는 사뭇 다른 나무와 흙의 공간이 얼굴을 내민다. 벽면을 길게 이은 나무 선반과 복층인 2층으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이 한 번, 그곳들을 채운 도자기들이 한 번, 서로 다른 느낌의 따뜻함을 불러온다. 
갤러리 호사는 도자 전문 갤러리이다. 1층에서는 생활도자기를 전시·판매하고, 1층에서 계단으로 이어진 2층은 전시장으로 운영한다. 문을 열고 들어와 어찌할 줄 모르는 이에게 이진희 대표는, 2층에서 전시를 보고 오라고 권한다. 좁은 계단을 올라 맞이하는 전시장에서는 <송춘호 찻그릇 전>이 진행 중이다. 바닥에, 진열대에 놓인 찻그릇들은 천천히 둘러 보게 된다. 잠시나마 느리게 흐르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전시는 도자 관련 기획전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한 해 한두 번은 회화 작품전도 진행한다. 가끔 대관 문의가 오면, 대관 전시도 진행한다. 운영한 지 햇수로 5년 차인 만큼, 도자 전문 갤러리로 차근히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새 전시를 열 때, 문자메시지로 알림을 받도록 신청한 사람들이 6백 명 정도다. 
전시 반응이 좋은 작가는, 전시 기간이 끝난 후 도자기들을 1층에 런칭하기도 한다. 그렇게 더 많은 사람과의 접점을 만들어 나간다.
 
 
 
 
손맛으로 채운 공간
“도자기의 원료인 흙은 사람이랑 가까운 재료라 편안해요. 또 도자기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작가가 맨손으로 진행하니까 안전하고 친환경적이에요.”
이진희 대표는 다도를 하다 도자기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2012년, 호사 갤러리 문을 열었다. 서양의 브랜드 식기 대신 우리 도예가들의 도자기로 식탁을 채우고 싶다는 포부로 만든 공간이다. 
1층에는 도자기들이 더 촘촘하게 전시돼 있다. 찻잔, 커피 드리퍼, 화병, 그릇 등 너무 고풍스럽지 않고 모던한 느낌의 생활도자기들은 이진희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구성한 50여 명 작가의 작업물이다. 
쇼윈도에 종이를 붙여 안내한 말처럼,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저렴하게는 5천 원대로도 근사한 그릇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이인희 대표는, 호사 갤러리에서 판매하는 생활도자기들이 ‘작품’은 아니라고 말한다. 작품은 ‘유일한 것’인 반면, 같은 모양의 생활도자기들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각각의 손맛은 다르다. 그것이 도자기의 매력이다. 
 
 
 
 

글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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