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하
<익룡의 점심>, <강아지>,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 <서울 사람 고르바>, 이렇게 봤어요. <그들>이라는 작품도 소재는 정말 좋았는데 판타지 같은 이야기인데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게 아쉬웠어요.
오현종
제가 본 작품은 <진화>, <강아지>, <마그리트의 창>, <호로새끼들>이었어요. “이거다!”라는 확신이 오는 작품이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호로새끼들>은 서사는 재밌는데 완결이 안 됐어요. 입심은 좋은데 세태소설 같아서…. 이런 걸 문학상으로 뽑아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진화>도 재미는 있는데 익숙하고요. <마그리트의 창>은 꽃게와 아버지가 상징적으로 연결되는 게 재미있었어요.
김운하
올해 작품들은 작년에 비해 재치 있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작년에 올라온 작품들은 모두 심각하고, 무겁고, 진지한 작품들이었어요. 신인답게 통통 튀는 게 느껴지지 않고 한없이 무거웠어요. 너무 한없이 무거워도 숨이 막히거든요.
오현종
재치와 가벼움의 경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것도 있었어요.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는 지나치게 가벼운 것 같았어요. 가벼움이 유쾌하게 갈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그 선을 넘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없이 가벼워진 거죠. 가벼움을 재치로 끌어올리고, 설득력을 주는 게 어렵죠.
<마그리트의 창>은 등을 진 채로 창문을 바라보는 남자의 형상과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김운하
오현종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까 <마그리트의 창>이 좋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제목을 보고 많이 기대했던 작품이었어요. 소설 안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미술 작품을 사용한 것, 꽃게 등의 장치를 재치 있게 사용한 것 같아요. 부족한 점을 조금 보완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이용원
지난해 수상자는 월간 토마토 문학상을 받으면서 다시 써 볼 동력이 되었다는 말을 했어요. 이번 수상자에게도 월간 토마토 문학상이 그런 의미였으면 좋겠네요. 이번에는 혹시 수상작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요. 그런 경우가 있었거든요. 다행히 한 작품으로 이견을 좁힌 것 같습니다.
흔히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주 낯설어지는 순간이 있다. 대상작 <마그리트의 창>은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해, 과연 나는 얼마나 접근해 있는가? 그의 본질에 얼마나 다가가 있느냐에 대한. 염보라 작가는 이 무거운 질문을 ‘꽃게’라는 가부장적 세계의 상징을 흥미롭게 배치하며 오해로 점철된 관계들에 대해 가벼운 조롱을 던진다.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심상한 어투로 던지는 의미화의 깊이가 꽤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