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6호] 나도 꽃게 몸 속 비밀을 맛보고 싶다

2015년 응모한 78편의 응모작 중 열다섯 편이 본심에 올랐다. 눈에 띄게 뛰어난 작품은 없었지만,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다는 게 김운하, 오현종 심사위원의 총평이었다. 김운하 작가는 월간 토마토 문학상 1회부터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오현종 작가는 올해 처음 심사위원으로 만났다. 두 작가는 1990년대 후반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운하 작가는 현재 건국대학교 몸문화 연구소 연구원으로 문화연구와 비평활동을 하고 있다. 《137개의 미로카드》, 《그녀는 문밖에 서 있었다》 등을 발표했다. 오현종 작가는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의 강의전담교수이다. 장편소설 《너는 마녀야》,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옛날 옛적에 자객의 칼날은》 등을 발표했다. 본심에 오른 열다섯 편의 작품 중 대화의 탁자 위에 오른 작품은 총 일곱 편이다. 
 
 
 

 
김운하

<익룡의 점심>, <강아지>,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 <서울 사람 고르바>, 이렇게 봤어요. <그들>이라는 작품도 소재는 정말 좋았는데 판타지 같은 이야기인데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게 아쉬웠어요.

 

 오현종 

제가 본 작품은 <진화>, <강아지>, <마그리트의 창>, <호로새끼들>이었어요. “이거다!”라는 확신이 오는 작품이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호로새끼들>은 서사는 재밌는데 완결이 안 됐어요. 입심은 좋은데 세태소설 같아서…. 이런 걸 문학상으로 뽑아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진화>도 재미는 있는데 익숙하고요. <마그리트의 창>은 꽃게와 아버지가 상징적으로 연결되는 게 재미있었어요.

 

김운하

올해 작품들은 작년에 비해 재치 있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작년에 올라온 작품들은 모두 심각하고, 무겁고, 진지한 작품들이었어요. 신인답게 통통 튀는 게 느껴지지 않고 한없이 무거웠어요. 너무 한없이 무거워도 숨이 막히거든요.

 

 

 오현종 

재치와 가벼움의 경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것도 있었어요.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는 지나치게 가벼운 것 같았어요. 가벼움이 유쾌하게 갈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그 선을 넘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없이 가벼워진 거죠. 가벼움을 재치로 끌어올리고, 설득력을 주는 게 어렵죠. 

 <마그리트의 창>은 등을 진 채로 창문을 바라보는 남자의 형상과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가 이미지로 이어지는 게 노련해요. 소설을 많이 써 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가 사라진다는 설정이 참신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주 뻔한 서사는 아니었다는 생각에 점수를 줬어요. 결말 부분도 누구나 다 짐작할 수 있는 결말은 아니었어요. “나는 꽃게의 몸통 속 비밀을 맛보고 싶었어.”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점수를 더 줬어요. 또 월간 토마토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이니까 월간 토마토의 성격과도 맞는 소설을 선택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김운하

오현종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까 <마그리트의 창>이 좋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제목을 보고 많이 기대했던 작품이었어요. 소설 안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미술 작품을 사용한 것, 꽃게 등의 장치를 재치 있게 사용한 것 같아요. 부족한 점을 조금 보완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이용원

지난해 수상자는 월간 토마토 문학상을 받으면서 다시 써 볼 동력이 되었다는 말을 했어요. 이번 수상자에게도 월간 토마토 문학상이 그런 의미였으면 좋겠네요. 이번에는 혹시 수상작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요. 그런 경우가 있었거든요. 다행히 한 작품으로 이견을 좁힌 것 같습니다. 

 

 

흔히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주 낯설어지는 순간이 있다. 대상작 <마그리트의 창>은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해, 과연 나는 얼마나 접근해 있는가? 그의 본질에 얼마나 다가가 있느냐에 대한. 염보라 작가는 이 무거운 질문을 ‘꽃게’라는 가부장적 세계의 상징을 흥미롭게 배치하며 오해로 점철된 관계들에 대해 가벼운 조롱을 던진다.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심상한 어투로 던지는 의미화의 깊이가 꽤 깊다. 

 

 


정리 사진 이수연

* 제7회 월간 토마토 문학상은 
    염보라 작가의 <마그리트의 창>이 당선되었습니다. 
* 염보라 작가의 인터뷰는 34p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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