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3호] 여행_유럽

여행 
아침저녁으로 점점 더 쌀쌀해지고 있다. 30℃를 웃도는 더운 여름에 이사를 왔는데 이미 겨울의 입구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바르셀로나에 온 지 석 달, 집과 회사만을 반복해 온 나. 바르셀로나의 생활이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뒤로한 런던에 아쉬움은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런던에서 교육 일정이 잡혔다는 것이다. 앗싸~ 한 달 전부터 런던 가서 무엇을 할지 계획하기에 내 머리는 바삐 굴러가고 있었다
비행기가 히드로 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묘한 기분이다. 그리움과 추억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기분이랄까? 익숙한 건물들,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갈지 이미 답이 내 안에 들어와 있다. 내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고향에 돌아온 느낌과도 닮아 있다. 글쎄 내가 런던을 그리워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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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부터)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야경 / 저멀리 보이는 런던아이와 해질녘 비오는 런던 
피카딜리 라인 지하철을 타고 런던 시내에 들어서니 나도 모르게 관광객 모드가 되고 만다. 해 질 녘 런던은 그 황홀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뜨거운 밤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 지난 10여 년간 몇 번이고 지났던 길과 건물들, 여전하구나…. 고작 3개월 만인데 1년은 넘게 나가 지내다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은 뭘까? 똑같은 자리에서 몇 번은 찍었던 사진들…. 하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 또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된다.  
친구들과  타워브리지(Tower Bridge)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각보다 좀 일찍 도착했네…. 타워브리지는 낮과 밤의 모습이 확실히 다르다. 낮도 좋지만, 밤 조명에 빛나는 이 다리가 왜 관광객들의 잇플레이스가 되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왼쪽부터) 런던시청 /  shard
타워브리지 바로 옆에는 런던 시청이 있는데 이곳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것이 살짝 아쉬운 생각도 든다. 시청건물은 둥근 원통 모양으로 건물이 360o로 연결되어 있어 한 바퀴 쭉 돌면 런던의 다양한 뷰를 감상할 수 있는데 말이다. 타워브리지를 뒤로하면 런던의 새로운 랜드마크 Shard가 뾰족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템즈 강변
오랜만의 템즈강은 낭만으로 다가온다. 하늘엔 구름 한 점 박혀 있고, 저녁노을에 노란빛을 반짝반짝 비춰내는 강물…. 강변의 건축물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내며 런던만의 로맨스를 꿈꾸게 한다. 
 
이 아름다운 도시를 왜 떠났는지를 한번 생각해본다. 잘한 결정이었을까? 글쎄, 그 답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살 때와 여행할 때의 경험은 다르다는 것이다. 삶이란 이 도시나 저 도시에서나, 이 나라나 저 나라에서나 그 차이가 별로 없다. 일을 할 것이며, 무엇을 먹을지, 이번 주말엔 무엇을 할지 등 소소한 결정들에 고민하는 현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멋진 친구이며 사물에 대한 그 시각이 달라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번 방문에서 런던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더는 이곳에 살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많으면 일 년에 한번 방문하는 한국도 사실 갈때마다 아름답고 에너지 가득한 곳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되고 지금의 내가 보는 것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우리 현재의 삶도 인생 여행길의 일부일 것이다. 이곳에서의 오늘의 나,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여행객의 마음으로 임한다면 오늘 하루가 또 다른 흥미롭고 아름다운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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