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대구시가 본격적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설계를 추진한 것은 2008년이다. 그리고 2009년 12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추진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2003년에 대구시가 대중교통중심의 교통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위해 주변 상인들과의 간담회나 설명회를 개최하며 의견을 모았지만, 반대하는 상인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2005년에 추진이 중단됐었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교통문제’로 접근한 대구시와 ‘생업’의 문제로 받아들인 주변 상인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2007년, 대구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원창희 씨는 “원도심 쇠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상인들이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혹시 돌파구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라며 “상인들이 대구시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고 반대에서 관망의 자세로 돌아섰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왼쪽부터) 보행자 전용 도로인 동성로 /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알리는 표지판 / 대구시 교통정책과 원창희 씨
대중교통전용지구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대구시가 중앙로를 바라본 시각은 다음과 같다. “원도심 쇠퇴” 그리고 “교통 상습 정체 지역”이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하는 원도심은 점점 쇠퇴해 갔으며, 자동차의 평균 통행 속도가 10.9km/h(2007년 기준)였다. 대구 간선도로 평균 통행 속도가 24.9km/h였던 점을 고려하면 중앙로가 어느 정도 정체됐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구시는 중앙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만들어 도심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친인간, 친환경적인 거리로 조성하고자 했다. 총 사업비 98억 원(국비 30억, 시비 68억 / 간판정비 별도 10억 원)을 들여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축소해 인도를 확대하고 환경을 정비했으며 시내버스가 우선 통행하도록 체계를 바꾸었다.
거리의 속도
현재 중앙로는 원칙적으로 대중교통과 이륜차만 통행이 허용된다. 대구시 전체 107개 노선 중 23개 노선이 중앙로를 지난다. 택시는 밤 9시에서 다음날 아침 10시까지만 통행할 수 있으며 조업 차량은 통행증을 발급받아 아침 9시에서 11시까지, 오후 3시에서 5시까지 통행할 수 있다. 통행증을 발급받은 조업 차량이 1천 대 정도 된다.
중앙로는 보행자와 대중교통이 중심이 되는 길이다. 4차로를 2차로로 줄이며 인도를 넓혀 보행이 편리하도록 함과 동시에 원래 3개였던 횡단보도를 11개로 확대 설치했다. 중앙로 주변에는 보행자 전용도로 4개소(450m)를 운영한다. 중앙로 통행 속도는 어린이 보호 구역 수준인 30km/h로 제한되어 있다.
원래 9개소였던 버스 정류장은 4개소로 줄이고 환승 기능을 강화해 이용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정류장에서 내려 환승하려면 다른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했던 불편함을 정류장 통합으로 해결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라는 단어만 듣고 도로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막연하게나마 떠올린 모습은 자가용이 다니지 않고 버스가 다닐 뿐, 일반 도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직접 대구 중앙로를 걸으며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차도를 다니는 차량의 종류도 아니었고 원래보다 넓어진 인도의 폭도 아닌, 거리의 속도였다. 차들이 1.05km 거리를 30km/h 이하의 속도로 지나고 넓은 인도를 걷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주로 차도를 지나는 것은 버스 그리고 오토바이였는데, 통행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버스가 연이어 지나기도 했고 종종 어떠한 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차도를 건너 건너편 인도로 향했다.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렇게 건너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로 중앙로에서 차와 사람의 구분, 인도와 차도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았다. 인도에 조성한 수변 시설이 그 구분의 명확성을 더했을 뿐이다.
중앙로 전체를 아우르는 디자인 콘셉트는 ‘물’이다. 지하철 건설 후 그곳에서 나오는 지하수(음용수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만지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를 버리지 않고 지상에서 경사로를 활용한 자연 유압으로 반월당에서 대구역까지 흐르게 했다. 더운 도시인 대구의 더위를 잠재우고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의 화마를 물로 다스리겠다는 의미다. 중앙로 곳곳에는 작은 폭포나 분수 등 물을 활용한 시설이 있다.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다
시민은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어떻게 바라볼까. 중앙로에서 만난 시민 박현우 씨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하고 나서 거리가 깔끔해져 걷기에 좋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토바이가 많이 지나다니는 게 불편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김혜옥 씨도 “대체로 괜찮지만 오토바이가 위험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한 속도 30km/h의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빠르게 지나는 이륜차가 많았고 이는 교통정책과 원창희 씨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문제였다. 그는 “빠르게 달리는 오토바이 때문에 과속방지턱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많은데, 저상버스 뒷부분이 턱을 지날 때 덜컹거리기 때문에 설치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중앙로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운영한 지 6년 정도가 지났는데 대체로 평은 좋은 편이다. 주변 상인은 업종에 따라 다른 입장을 취하지만, 단체로 문제 제기 하는 일은 없다. 대신, 중앙로를 따라 형성된 상가의 업종이 많이 바뀌었다. 저녁이 되면 문을 닫는 도매업 매장 등의 자리를 카페나 음식점이 채웠다.
2009년 연간 489만 명이었던 시내버스 이용객은 2014년에 654만 명으로 늘어 33.8%가 증가했다. 평일 유동인구는 12시간에 56,311명에서 66,294명으로 17.7% 증가했다. 대기 질도 개선됐다. 이산화질소는 54%, 미세먼지는 36%, 일산화탄소는 33%, 아황산가스는 25% 감소했고 소음은 68dB에서 64dB로 4dB 감소했다.
수치로 말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대구 중앙로는 걷고 싶은 거리다. 자동차 통행량이 적어 시야가 건너편 인도에까지 트이며 통행속도가 낮은 것과 넓은 인도가 여유로움을 준다. 또한, 중앙로와 접한 골목과 반대편 골목이 곧바로 이어지도록 횡단보도를 설치해 막힘 없이 중앙로를 통과할 수 있다.
길게 늘어선 다양한 종류의 가게도 재밋거리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선택으로 소비하며 많은 우연성을 마주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이곳이 하나의 상권으로서만 의미를 지녀야 한다면, 고민해야 할 것이 많다.
대중교통 중심 정책을 펴야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시를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석유 부족과 기후 변화의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떠한 도시에 살고 싶은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집단지성이 필요하며 시도와 끈기,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대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