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 지난 지금, 꿈은 계속된다

6년이 지난 지금, 꿈은 계속된다

동구에 사는 두 대표는 자연스레 동구에 극장 문을 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인프라가 적은 곳에 극장을 여는 것에 대한 주저함은 있었지만, 두 대표는 극장의 위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정말 좋은 콘텐츠를 잘 홍보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월간토마토≫ 2016년 3월호. <동네 극장 문을 열다> 중-

달정이와 버들이

월간토마토가 다시 작은 극장 다함을 찾아 김영태 대표를 만났다. 지난 6월 25일에 대전 형무소에서 <달정이와 버들이> 공연을 진행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 관객에게 제목 느낌이 어떤지 물어봐요. ‘달정이와 버들이’ 단어 느낌이 어떤지. 또 왜 ‘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까 묻죠. 또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하는데 왜 별이 되었을까 하고 말이에요.”
달정이와 버들이는 대전 형무소를 지켜 온 우물과 버드나무다. 이 이야기는 한국 전쟁 당시 대전 형무소에서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한다. 현재 대전 형무소 자리에 있는 우물은 한국 전쟁 당시 170여 명의 민간인이 수장된 두 개의 우물 중 하나다. 그리고 그 당시에 버드나무 한 그루도 그 자리를 지켰다. 당시 비극을 보았을 나무다.
<달정이와 버들이>는 창작집단 쟁이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만든 연극이다. 창작집단 쟁이는 창작예술인 모임으로 무대 및 사무 공간을 소극장 다함과 함께 쓴다. 김영태 대표도 창작집단 쟁이에서 함께 활동 중이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공간’이란 다함의 뜻처럼 다양한 몸짓이 이곳에서 피어나고 있다.
“ 6월 25일에 대전 형무소에서 짧은 공연을 해 줄 수 있냐는 제의를 받고 오히려 저희가 <달정이와 버들이> 공연을 하겠다고 했어요. 돈을 들여서라도 하고 싶었어요.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거든요.”
<달정이와 버들이>는 김미정 작가의 동화책 내용을 기반으로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창작집단 쟁이 김수진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2019년도에 대본을 만들어 이듬해 초연을 올렸다. 글을 연극으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초연 이후 대본을 다섯 번이나 수정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공연을 하면 할 수록 잊지 말아야 할 역사라는 생각이다. 연극을 하며 많은 관객을 만난다. 아이들 앞에서 공연할 땐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도 많다. 즐거운 이야기만 찾는 시대에 슬픔을 노래하고 관객과 소통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값진 경험일 것이다.

다함 김영태 대표

문화도 꾸준한 경험이 중요하다.

김영태 대표는 연극이 지속되기 위해선 교육과 학습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작은 극장 다함에선 2016년부터 꿈다락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꿈다락은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아동·청소년이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저희 공연 중 <아코디아네뜨>라는 공연이 있어요. 공연은 풍물 소리로 시작합니다. 이때 열에 여섯은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귀를 막아요. 그런 아이들이 공연이 끝날땐 풍물 소리가 재미 없을 진 몰라도 귀를 막진 않죠. 문화예술 영역을 넓히기 위해선 이처럼 체험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김영태 대표는 아이들에게 꼭 연극이 좋다고 가르치진 않는다. 네 번 정도 참여해도 흥미가 없다면 다른 문화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맞다. 또 프로그램 마지막에 결과 발표회를 열지도 않는다. 그대신 아이들이 가장 재밌었던 프로그램으로 부모님을 초청하여 함께 뛰어 놀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을 무대에 올리면 잘하는 아이와 못 하는 아이가 나뉘지만 꿈다락 프로그램을 통해 누가 더 잘하는지 경쟁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보단 각자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 자체를 인정한다. 
“가끔 연극을 배우면 내성적인 아이가 활발해 질거라고 기대하는 부모님도 계셔요. 그럴 때마다 말하는 건 연극쟁이의 70~80%는 내성적이라는 겁니다. 연극은 무대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연습하는 과정이지 성향이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김영태 대표는 연극을 접하며 즐거운 경험이 쌓인다면 언젠가 연극을 찾아 다니는 이들도 생길거라고 믿는다. 문화도 경험이고 학습이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꾸준히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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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은 계속된다. 

공연장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사회적거리두기가 시행되며 티켓 판매가 중단된 곳이 많다.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앞서 공간을 폐쇄하니 소극장 또한 밀폐된 공간이란 불안감에 찾아오는 이가 급격히 줄었다. 공연장을 열 수 없었다. 이제 조금씩 완화되는 거리두기 속에 천천히 공연장 문을 열고 있는 다함이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올 수 있었어요. 다함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발전해 마을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여러 활동을 해 왔죠.”
동구엔 큰 광장이 없다. 재능을 뽐내고 싶어도 보여줄 공간이 적다. 다함은 열린 공간으로 누구나 찾아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아트 플리마켓, 지역 축제도 함께 했고 극장 앞 작은 마당엔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게 줄넘기와 스카이 콩콩도 놓았다. 주민 민원을 피해 도시교통공사와 연계해 지하철 버스킹을 진행했었다. 지역 안 문화 공간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 주민이 오가며 일상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틈이 생긴다. 다시 조금씩 공연이 활기를 띠는 이 순간, 다함이 더 크게 가지를 뻗어 나가 다양한 이들을 품길 바란다.
김영태 대표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제까진 고창, 군산, 순창에 갔다가 지금 인터뷰 후엔 진도에 내려가 공연 일정이 있다고 한다. 공간 운영으로 힘들기도 했고, 여러 스케줄로 바쁘기도 하지만 그는 행복하다고 한다. 공연자가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나와 다른 탈을 쓰고 다양한 삶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인 일인거 같아요. 현재 나와 다른 탈을 쓰고 그 모습으로 관객과 만난고 관객은 내가 쓴 탈과 교감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또 연기엔 정답이 없으니 각자 자신의 연기를 찾아가는 끊임없는 과정이 멋진 일인거 같아요.”
김영태 대표는 왜 연극이 좋은지 묻는 질문에 가장 밝은 얼굴로 답한다. 무대에서도 말을 잘 못 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던 그가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묻는 말에 가득찬 에너지로 답한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계속 꾸려나가는 이곳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된다.
작은 극당 다함 입구

 글 황훈주 사진 황훈주, 김영태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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