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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어 주는 마음은 계속된다
서로를 이어 주는
마음은
계속된다
제이의 서재
"코로나19가 오히려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만나지 못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기에 대안적 만남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거라 믿었죠.”
반석동에 있는 ‘제이의 서재’는 책방도, 카페도 아니다. 좋은 책이 많지만 책을 살 순 없다. 커피를 제공하지만 굳이 커피를 팔진 않는다. 이곳은 서재다. 책을 읽는 공간이다.
책방과 카페, 그 중간에 위치한 공간
'제이의 서재' 김경식 대표는 서재가 있는 집이 꿈이었다고 한다. 이곳은 그의 꿈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싶은 이들이 들어와 독서에 집중할 수 있게 소정의 공간 이용료만 받는다. 한 시간에 천 원. 책 읽기엔 시끄러운 카페, 책을 사야 할 것 같은 책방과는 차별된 공간이다.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선 우린 계속 무언가를 사고 소비해야 한다. 때론 소비 자체가 부담되는 이들에게 내가 가진 시간을 저렴하게 지불하며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제이의 서재는 2022년 1월에 문을 열었다. 아직은 코로나19로 서로 모이기 꺼리던 시기다. 그럼에도 서로 만나고 모이는 공간을 만든 김경식 대표는 오히려 코로나19가 만남의 필요성을 알게 해줬을 거라 믿는다.
“만남이란 것이 특별한 일이 될수록 더 내 취향에 맞닿은 곳을 찾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공간에선 편하게 책을 읽고 서로 만남이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책을 매개로 서로가 이어지는 거죠.”
책은 핑계다. 책을 통해 서로가 만날 수 있도록 만남의 끈을 이어가는 제이의 서재다.
서재에서도 일은 일어난다
"일상 속 머무는 공간이 되려면 큰 길가보단 주택단지 속에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었어요. 아버지 고향이 대전이었죠. 수도권에 벗어나 살고 싶은 생각에 공간을 둘러보다 이곳에 정착했어요.”
제이의 서재는 주택단지에 있다. 주변 상가로 빈티지 카페, 태국 음식점, 꽃집, 공방 등 예쁜 가게가 많은 골목이다. 이 공간을 서재로 정의했으니 주민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우드톤으로 정렬한 책방 분위기는 충분히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좋다. 인터뷰 중에도 서재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들어와 묻는 손님이 많았다. 아직 서재는 소비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기엔 낯설다. 입구는 큰 창을 내어 서재 분위기를 파악하기 좋다. 낯선 공간에 용기내 문을 열기 위해선 큰 창이 필요하다. 새로운 공간에 펼쳐질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좋은 인테리어다.
제이의 서재에선 현재 '한 달에 한 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정한 책을 각자 읽고 마지막에 함께 모이는 시간을 갖는다. 오프라인 모임과 온라인 모임이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매일 김경식 대표가 오픈채팅을 통해 참여자들이 읽어야 하는 장수와 생각해 볼 내용을 올린다. 보여 준 오픈채팅방엔 19명이 참여 중이다. 방학 동안엔 아이들을 위한 책 모임도 진행해 볼 예정이다.
“오랜 후의 꿈이긴 한데 각자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그 책으로 책장을 채우고 싶어요. 모두가 작가가 되고 모두의 이야기를 읽어 볼 수 있는 서재가 되는 거죠. 그러기 위해 글쓰기 모임도 생각하고 있어요.”
제이의 서재가 일종의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김경식 대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 즐겁다는 그는 때론 지칠 때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며 힘을 얻기도 하지만 때론 사람 때문에 상처받기 때문이다.
“무언가 성과를 만들려고 하면 지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결과보단 과정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어요. 내가 해 보고 싶은 것을 꾸준히 시도하다 보면 더 좋은 기획과 만남이 이어질 거라 믿기 때문이죠.”
도전은 두렵지 않다. 제이의 서재는 어쩌면 이기적인 공간이라고 말하는 김경식 대표는 그렇기에 가장 좋은 모습으로 좋은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한다는 것이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꾸준히 일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서재를 운영하는 방법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어렵고 책방 운영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데 서재 운영은 어떠할까? 그 고민은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일요일은 교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죠. 공간을 공유하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자세히 보니 서재에 있는 기구 중 바퀴가 달린 것이 많다. 공간을 유동적으로 옮기며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공유하는 것은 또 있다. 책방과 서재는 책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 책방은 출판사 책을 입고해 파는 것이라 위탁 판매로 책을 입고할 수 있다. 책을 사지 않고 팔리면 출판사에 일정 판매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재는 책을 팔지 않으니 보유하는 책은 서재에서 모두 사야 한다. 제이의 서재는 이를 공유 서재를 통해 만들어가고 있다. 제이의 서재에 있는 책을 펼쳐보면 책 표지 안쪽엔 ‘이 도서는 000 님께서 후원하셨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책장은 후원을 통해 채워진다. 현재 책장 리스트도 Linktree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책이 들어오니 책장은 우연히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책 색깔별로 정렬했다. 책장을 색깔별로 정렬하는 마음을 알기에 책장 모습이 반갑다. 또한 책장 리스트 엑셀 파일에는 ‘위시리스트’ 시트도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적은 것으로 관련 책을 가진 이는 언제든 연락하고 제이의 서재에 책을 후원할 수 있다. 함께 채우는 공간이기에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공간이다.
마을 작은도서관들을 취재하다 만난 한 관장은 마을에 책방이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문화 자산인지 모른다고 하였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책을 핑계로 사람이 모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책방이 그렇듯 서재도 그렇다. 책이 상품이 아닌 학습의 공간이 되는 서재에선 책방과는 또다른 모습으로 마을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서로의 관심과 공유로 이뤄진 이 공간에서 또 어떤 문화가 나타날지 궁금하다.
글 사진 황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