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도시재생은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 개소

글•사진 황훈주

월간토마토 vol. 178.

1.

대전광역시는 국토교통부의 2016년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된다. 국비 180억 원을 지원받고, 시비 221억 원을 매칭하여 401억 원 규모로 원도심 일원에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사업인 '중앙로 프로젝트 마중물 사업'을 추진한다. 이 마중물 사업으로 도심형산업 지원 플랫폼과 함께 신,구지하상가 연결, 중앙로 보행환경개선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도시재생 뉴딜 사업 유형은 다섯 가지다. 그중 경제적 파급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 바로 경제기반형이다. 대상 지역도 역세권, 산단, 항만 등 지역경제 기반의 주요 토대가 되는 곳이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을 통한 기대 효과는 복합 앵커 시설 구축과 같이 신 경제거점을 형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2022년 3월 23일, 대전 인쇄 거리에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이 개소했다. 총 196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대전시는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인쇄, 문화 등 원도심의 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여러 사업과 연계, 협업을 통해 826억 원 경제적 효과와 283명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 만큼 기대한 효과가 도출되길 바란다.

2.

대전 인쇄 거리는 서울,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인쇄 거리로 뽑힌다. 인쇄 거리는 정동, 중동, 삼성동을 걸쳐 이야기한다. 대전 지역 전체 인쇄업 대비 70% 이상이 이 인쇄 거리에 밀집해 있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이 지역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인쇄를 비롯하여 제본, 사무용인쇄, 옵셋, 상업용 스티커 제작 등 돈을 제외한 모든 인쇄가 가능함"이라고 평가함과 동시에 원도심 경제구조 변화를 위해선 지식융합인쇄출판 산업을 주도할 시설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것이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은 건물 안에서 기획 및 디자인부터 제작 및 출고까지 이뤄질 수 있는 One Stop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 이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각 산업군이 서로 복합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2022년 4월 11일, 도심형산업 지원 플랫폼 건물을 방문했다. 아직 건물에 입주한 기업은 많이 없었다. 대부분 공간은 비어 있었지만 층별 문에 달린 문패를 통해 어떤 기능을 하게 될 것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건물은 지하 2층~지상 5층이다. 지하 1층에는 공동 인쇄 작업 공간이, 1층에는 인쇄 박물관이, 2층엔 피부 교육실과 두피 교육실 같은 뷰티 관련 업종이 들어올 예정이다. 3층에는 다목적 강당이 있으며 4층에는 인쇄 관련 기업이 입주했다.  2층은 미용학회와 건양대 뷰티학과가 주로 사용할 예정이며 5층에는 현재 옛 충남도청 3층에 위치한 대전 웹툰 캠퍼스가 이전할 예정이다.

공간을 둘러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한 업종을 한 건물에 모으는 것은 서로 소통과 협업 증대를 위함이다. 이는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 설립 취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건물은 층별로 독립된 공간이란 인상을 강하게 준다.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공간 대신 선명하게 공간과 공간 사이를 벽으로 단단히 나눈 느낌이다. 3층 다목적 강당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공간 조성에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3.

국토교통부는 선진국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의 사례로 영국 셰필드시를 들었다. 2008년 국토연구 제57권엔 '파트너십 형성을 통한 도시재생 방안, 영국 셰필드 사례 연구'라는 자료가 있다. 이 자료는 영국 셰필드시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어떻게 도시재생 사업을 해 왔는지 분석하고,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을 통해 실질적 성장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서술했다.

셰필드시는 철강산업을 통해 발전했으나 철강산업의 쇠퇴와 함께 노후되던 도시였다. 하지만 주민 참여를 통해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영국 안에서 가장 성공적인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운영한 곳을 성장했다.

인쇄 골목을 돌며 만난 인쇄 공장 대표 대부분은 현재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에 회의적이다. 플랫폼 건물을 만들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사업추진협의회를 운영했지만, 건물을 통해 어떤 일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지역 내 공통된 의제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영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에 국한된 프로젝트 중심 개발 위주 사업 때 보인 모습과 비슷하다. 여기까지가 플랫폼 건물이 들어서기까지 있었던 일이다.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이 들어서기 전에 이곳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지역 주민과 충분한 상의 후 확실한 결론이 나왔어야 했다. 

4.

현재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 운영 주체는 대전 도시재생지원센터다.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 건물 4층에서 인석노 센터장과 이영희 팀장을 만났다. 이들을 통해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을 통해 나아 갈 방향과 현재 단계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 4층에는 디자인 기획 사무실 위주로 10팀이 들어와 있습니다. 지하 1층에는 인쇄조합 사업추진 위원회에서 인쇄 기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고요. 이제 입주팀을 받는 시점입니다. 올해는 첫 운영관리가 이뤄지는 해인 만큼 들어온 팀들의 의견을 듣고 잘 조율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인석노 센터장은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은 사업 초기부터 사업추진위원회에서 공간 계획을 세웠고 세부 운영 계획도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사업운영관리를 위해 사업추진협의회를 사업실무위원회로 변경하고 세부 사업별 운영 주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또한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대전광역시, 자치구, 대전경제통상진흥원, 대학 산학협력단 및 전문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뷰티 산업은 도시재생 공모사업 지원 단계에서부터 예정돼 있던 사업이었습니다. 원도심에 뷰티관련 업종도 집적되어 있고 산업 특성상 세미나, 박람회 개최가 많기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은 뷰티, 웹툰, 인쇄업이 협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뷰티케어지원센터, 대전 콘텐츠진흥원, 인쇄조합 간 원활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이 부분에 관해 현재 사업실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5.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사업은 실질적 경제 성장과 원도심의 활성화를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대전 인쇄 골목에서 인쇄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번 사업이 인쇄 골목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정말 대전 인쇄 골목을 살리기 위해선 서울이나 대구처럼 인쇄업을 위한 산업단지를 대전시에서 확보해야 해요. 과거에도 산업단지 조성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부지를마련하지 못했죠. 인쇄 골목 주변이 다 개발되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어요. 땅값은 오르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대부분 공장 건물을 임대해서 써요. 인쇄를 하려면 큰 공간이 필요하니까요. 이대로 가면 결국 공장 문을 닫거나 다른 공간을 찾아 다 떠나게 될 겁니다. 지금 중요한 건 일감이 아니라, 일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거죠."

인쇄 골목에 위치한 코팅 공장의 대표가 한 말이다. 일부는 플랫폼 건물에서 인쇄가 가능한지도 모르겠다는 의견이다.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의 인쇄 공장은 지하 1층에 들어설 예정이다. 대량 인쇄 결과물을 나르기 위해서는 지게차가 필요한데, 지하 1층에 지게차가 들어갈 공간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 운 영을 위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6.

셰필드시의 도시재생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도시재생 사업이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2005년 이후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긴 시간 동안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 사업을 주도한 곳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도시재생 파트너십은 공무원 중심에서 지역 사회 민간 대표를 통한 민간주도 파트너십으로 변했다. 그리고 도시재생 개념을 프로젝트 중심의 물리적 재생에서 산업 구조 전환을 포함하는 종합적 재생으로 정의했다.

셰필드시의 최근 도시재생 파트너십 구축은 2007년 '창조도시 셰필드' 도시개발회사 설립이다. 창조도시 셰필드는 경제, 문화적 측면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도시재생을 지향한다. 조직 구성은 시의원, 시청관계자, 민간 업체 및 주민단체 대표, 대학 관계자로 구성한다. 핵심 활동은 셰필드시를 제조업 중심에서 연구 산업 중심으로 변화시 키기 위해 각종 펀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활동은 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광범위한 텍스트 자료와 이미지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도시를 마케팅한 것이다. 도시 산업 발전은 외부 자원을 도시 내부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도시를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인터넷에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전 인쇄 골목에 세운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도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쇄 거리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후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인쇄 거리를 마케팅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7.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에서 바라보는 도심형산업은 크게 경제 활성화, 도심형산업 육성 및 지원, 공공성 확보의 역할을 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입주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발판 삼아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고용 기반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심 형산업이라 밝혔다.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은 다양한 인쇄 관련 사업을 따 오는 거점 센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단순히 입주한 기업만 수혜를 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업 확장성이 중요하다. 뷰티, 웹툰, 인쇄 영역 관련 사업을 수주해 인쇄 골목에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 운영 주체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독립적으로 인쇄 거리 특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다양한 사업을 플랫폼 기업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부터 도심형산업지원 플랫폼 운영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많다. 그 길을 나아갈 때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지나온 길은 현재의 관심으로 바꿀 수 있다.


ㅇ글•사진 황훈주

월간토마토 vol.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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