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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0호] 대구와 한국지역도서전
11월 160호는 대구의 문화예술 행사 및 공간에 직접 참여와 방문을 하여 취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2020년 대구에서 열린 한국지역도서전을 필두로 대구 곳곳의 문화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에 대전의 지역 서점의 역할과 활성화의 필요성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듯합니다. 이번 일곱 가지의 이야기 중에서 첫 번째를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지역을 다독이다
책을 다독하다
2020 대구 수성 한국지역도서전
글 이용원 사진 황훈주, 박갑철(전라도닷컴)
지역은 영토가 아니라 시대정신이다
(이상 중략)
동원대학교 부길만 명예교수도 마이크를 잡고 일갈했다. 지역은 이제 시대정신이다. 지도 위에 얇은 선으로 표시한 경계와 구역의 문제가 아니었다. 작년 어떤 캠페인에서 사용한 ‘Buy Local’이라는 표현이 불편했다. 어떤 의도로 사용했는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세상 무엇이든 소비라는 범주에서 바라보는 포악한 시선이 떠올라 싫었다. ‘지역은 이제 시대정신이다’라는 말, 하나도 어렵지 않은 낱말을 조합해 만들어 낸 멋진 문장이다.
대구문화재단 대표를 역임한 문무학 조직위원장은 2020 대구 수성 한국 지역도서전 조직위원회를 맡았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2019 고창 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했다. 부길만 교수는 출판 전문가로 지역 출판이 지닌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모두 한국지역도서전이 맺어 준 인연이다.
한국지역도서전은 매년 한국지역출판연대가 지역을 순회하며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2017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수원시와 고창군을 거쳐 올해 대구 수성구에서 열렸다. 2020 대구 수성 한국지역도서전은 ‘지역을 다독이다 책을 다독하다’가 주제였다. 5월로 계획했던 지역도서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0월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열렸다. 본래 행사 명칭에는 없었던 ‘온라인’이 붙었다. 최소 인원으로 진행한 개막식만 대구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나머지 모든 세부 프로그램은 온라인(ssbookfest.kr)에서 열었다. 한국지역도서전에 참여하는 회원사 소개 영상을 비롯해 세부 프로그램 영상을 올렸다. 이 온라인 플랫폼은 1년 동안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언제든 접속해 영상을 다시보기 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규모가 적지 않은 전국 단위 행사를, 한 번도 해 본 적 없은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 조직위원회와 한국지역출판연대 사무국이 얼마나 애면글면했을지 눈에 선했다.
행사 첫날인 10월 16일 금요일 저녁, 수성못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개막식 행사가 열리는 공간에는 울타리를 쳤고 체온은 재고 손 소독을 하는 등 몇 가지 절차를 거쳐 입장이 가능했다. 그것도 제한된 인원이었다. 처음 계획처럼 지역 출판사마다 수성못 주변에 부스를 설치해 책을 전시하고 판매했으면, 제법 왁자지껄 재밌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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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지도3, 천인독자상 대상 수상
개막식에서는 문무학 2020 대구 수성 한국지역도서전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과 함께 한국지역출판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지역출판대상 시상식은 한국지역도서전 주요 행사 중 하나다. 전년도에 서울과 파주출판단지를 제외한 지역 출판사에서 출간한 응모 도서를 심사해 대상 1종과 공로상 2종을 선정한다. 이 상이 더욱 의미 있는 건, 상금을 천 명의 독자가 만든다는 점이다. 이상 별칭이 ‘천인독자상’인 이유다. 제주에서 처음 지역도서전을 개최할 때부터 지켜온 전통이다. 올해 천인독자상 대상은 「대전여지도3」이었다. 맞다, 우리가 만든 책이다. 공로상은 부산 산지니 출판사가 출간한 「다시 시월 1979」, 광주 심미안 출판사가 출간한 「5•18 우리들의 이야기」를 선정했다.
「다시 시월 1979」는 부마민주항쟁을 다룬 책이다.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을 맞아 당시 주역이 모여 직접 증언하고 기록한 책이다. 10•16부마항쟁연구소가 지었다. 「5•18 우리들의 이야기」는 ‘1980년 5월,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라는 부재가 붙였다. 광주서석고등학교 제5회 동창회가 지었다. 두 책 모두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는 아픈 역사 한가운데 섰던 시민이 직접 증언했다는 공통점아 있다. 어떤 거름망도 없이 현장 그대로를 말이다. 지역 출판사가 없었다면, 쉽게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책이었다.
대상을 수상한 「대전여지도3」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역 마을을 기록해 책으로 묶었다. 중구와 동구편에 이어 발행한 시리즈물이다. 사라질 위기에 놓이거나 마을이 간직한 이야기를 증언해 줄 사람이 줄며 점점 희미해지는 마을을 기록했다. 공동체를 유지하며 땅을 딛고 서 숲과 냇물을 비롯해 온갖 생명과 어우러져 살던 우리네 모습의 자취가 남은 마을이 대부분이다. 마을이 간직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며 그 힘을 바탕으로 함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책이다. 한 심사위원은 “대전여지도1, 2를 비롯해 계속 마을을 기록하는 작업에 대한 평가였다”라고 심사평을 전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올랐을 때, ‘대상’이 무척 무겁다고 느꼈다. 머릿속에는 계속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3•8민주의거와 70주기를 맞은 산내 곤룡골(골령골) 학살사건이 떠올랐다. 지역에서 제대로 기억하고 알려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데,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도 들었다. 공공 영역에서 아카이브 작업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 필요한 일이지만, 공공 영역에서 이 모든 걸 해내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전문적인 아키비스트,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 등 기록 생산자, 지역 출판사, 서점, 독자 등을 포괄하는 민간 영역 출판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이 순간에도 지역에 많은 이야기는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2017년 제작한 영화 <코코>에도 나온다. 진짜 죽음은 이승에 기억해주는 사람이 더는 남지 않았을 때라고.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는 기록으로 남겨 전승해야 한다. 그렇게 기억해야 한다. 당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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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태계 안에 ‘출판 영역’은 어디쯤 놓여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열을 겨뤄 순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래도 지점입니다. ‘지역 출판’ 바로 옆에는 도시에 어떤 요소가 이웃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른 요소는 어떤 접촉을 하며 상호 반응하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 편집장의 편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