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7호] 노랑에 가까운 주황, 옅은 은은함으로 노래하다

노랑에 가까운 주황,

옅은 은은함으로 노래하다

 

밴드 완태

     

 

완태를 처음 안 건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통해서였다. 첫 번째 EP앨범 《제주도 있잖아》의 타이틀곡 <제주도 있잖아>라는 곡을 들으며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가사와 맞물려 밴드 연주가 노을을 연상하게 한다. 보컬 마태 씨의 목소리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며 천천히 붉게 번지는 태양의 몸부림 같다. 완태의 노래에는 해가 떠오름과 저묾이 공존한다. 총천연색으로 하늘을 뒤덮은 빛깔 중 하나와 같다. 그중 완태의 색을 찾자면 태양과 가장 먼 곳에서 옅게 퍼진 노랑에 가까운 주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든다. 그렇게 완태는 아주 짙진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산란하는 은은함으로 노래한다. 

 


 

 

미약하지만 무엇보다도 강한, 용기 내는 순간의 감정

완태를 만나던 날 장마가 시작했다. 우산을 들고 걷기에 번거롭기는 했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싫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완태 노래를 듣고 와서인 것 같았다. 노래 속 쿵쿵 울리는 드럼 소리가 빗소리 같았다. 완태의 기타리스트 형우 씨도 날씨가 완태 음악과 딱이라고 얘기하자 확실해졌다. 완태를 만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원래 시작은 친구들이 제 음악을 도와주는 식이었는데, 음반을 준비하면서 ‘이 정도면 내 개인음반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할당량인데?’ 싶어 고민하다 밴드 이름 같으면서 솔로 이름 같은 완태로 지었어요.”_기마태

 

완태라는 밴드명은 보컬 마태 씨의 본명이다. 일단 완태라 정하고 살짝 의미도 끼워 넣었다. 완태는 ‘마음이 풀어져 게으름을 피움’이라는 뜻이다. 마태 씨의 성격과 똑같다고 한다. 
완태는 각종 음원 사이트에 자신들을 ‘아직 지상과 대지의 형상이 구분되지 않은 새벽에 머무르면서 먼동이 트려 할 무렵의 진동’이라고 소개한다. 태양이 떠오르며 빛이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 아마도 빛이 닿는 곳은 존재함과 관심일 테고, 닿지 않는 곳은 잊힘과 무관심일 것이다. 물론 존재함과 잊힘은 반대어는 아니다. 그러나 완태에게 있어 잊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과 같아 보인다. 이들의 음악은 그 중간쯤에 웅크려 손을 내밀고 기다린다. 그 모습이 참 유약하다. 그럼에도 먼저 내민 손이 힘 있다.

 

“혼자가 아닌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런 순간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을 때 용기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냥 있어요>라는 곡이나 <매미>라는 곡 같이 잊히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요. 손 내미는 음악이라고 표현해요. 그 손을 잡아 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을 가사로 표현해요.”_기마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웃음),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고독감이 클 때도 있고, 무언가를 잃었을 때도 어릴 때보다 상실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음악도 많은 것 같고요. 결론적으로는 삶 속에서 다들 고독감과 상실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서 얻는 에너지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_정명환

 

멤버가 가장 많을 때는 여섯 명, 현재 멤버는 네 명이지만 완태의 음악에는 그 이상의 소리가 담겼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부족한 사운드다. 완태가 꿈꾸는 사운드는 열 명 이상이 필요한 지금보다도 더 풍성한 것이다. 멤버들이 좋아하는 밴드도 ‘본 이베어(Bon Iver)’와 ‘더 내셔널(The National)’이다. 두 팀 모두 한창 멤버가 많을 때는 아홉 명도 더 됐다고 한다. 마태 씨가 “무대가 더 좁다고 느낄 정도의 음악이 필요하다”라고 말하자 형우 씨는 웃으며 “시대의 역행 아니에요?”라고 묻는다. 그 옆에서 드러머 유준 씨도 “진정한 서브컬처죠”라며 덧붙인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야 모두 각자의 색이 있다지만, 완태의 음악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아마 그 평범하지 않음은 독특한 사운드 때문일 것이다. 귀에 익은 음악은 아니다. 어쩌면 그 독특함에 자꾸만 이끌리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작 본인들은 전혀 독특하다 생각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고 추구하는 사운드를 만들 뿐이다.

 

(위에서부터) 기타 노형우, 기타 정명환, 보컬 기마태, 드럼 이유준

    
모든 것은 재미에서 시작한다

완태를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됐지만, 멤버 모두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음악을 해 왔다. 형우 씨가 유준 씨의 음악 경력 10년을 두고 새싹이라 말할 정도로 다들 긴 시간 음악과 함께했다. 마태 씨는 그래서 다들 완태의 음악을 더 신선하다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 신선함으로 2016년에는 헬로루키 본선에도 진출했다.
 
 

“헬로루키에 출전했을 때도 관계자 분들에게 옛날 음악 같기도 한데, 요즘 음악 같기도 해서 ‘뭐지, 뭐지?’ 하며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뭐지, 뭐지 하다가 음악이 끝났네? 얘네 오라고 해, 요런 느낌?”_기마태 

 

“본선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완태를 세상에 알릴 뻔했다, 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그때 얻은 힘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고요.”  _노형우

 

헬로루키라고 하면, 인디 씬에 있어 가장 주목하는 경연으로, 장기하와 얼굴들, 데이브레이크, 국카스텐과 같은 굵직한 뮤지션들을 배출한 프로그램이다. 이런 곳에서 본선까지 갔다고 하니 괜스레 같은 지역 사람으로서 어깨가 솟는다. 지난해에는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소개되기도,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만하면 대전의 경사가 아닌가 싶다. 
누구라도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울 만한 무대에도 서 봤지만, 정작 대전에서는 공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 로컬 밴드로 시작해 활발히 활동하며, 후배들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로컬씬 중심에 서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다. 클럽도 운영이 어려워 기획 공연이 없다 보니, 직접 공연을 기획해 무대에 선다. 명환 씨는 이 현상이 비단 대전만의 문제가 아닌 시대의 흐름이라고 이야기한다. 전국적으로 밴드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음악을 배우는 어린 친구들도 대부분 힙합이나 R&B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듣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져 그럼에도 음악이 계속하고 싶으냐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마태 씨가 웃으며 멤버들끼리 종종 우스갯소리로 하는 거라며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노가다를 갔을 때 반장님이 한 아저씨에게 일을 시킨 대로 하지 않는다고 뭐라고 했어요. 그때 그 아저씨가 한 말이 머리에 박혔죠. ‘내가 엄마 말 안 들어서 노가다 하는데, 내가 니 말을 왜 들어!’(웃음) 저희도 엄마 말 안 듣고 음악 하는 거라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죠. 재미없어지면 그만 두겠죠?”_기마태

 

그래, 결국 모든 일은 재미에서 비롯된다. 재미있지 않은 일을 하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것도 없고, 하는 일이 재밌어야 좋은 결과물도 있는 법이다. 완태가 계속해서 재미있게 음악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고민하는 것 같아요. 저희끼리 말은 서브컬처라고 하지만, 너무 그 안에서 ‘우리는 이렇고, 남들 안하는 음악 하는 거고’ 하는 생각을 하며 고여 있지는 않은가 해요. 계속해서 흐르고 싶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장르가 있지만, 우리만 좋아하는 건 아닌가 싶은 때가 있거든요. 인디밴드지만 대중음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우리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계속하면서 음악을 할 것 같아요.”_기마태

    


글 사진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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