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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6호] 엄마의 노동가치를 인정하라
엄마의 노동가치를
인정하라
(가칭)엄마유니온 창립준비 모임 ‘메이데이 파티’
매년 새해가 다가오면 직장인들이 하는 일 중 하나는 공휴일 계산이다. 매월 달력을 넘기며 직장인들이 다가오는 빨간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가정의 달 5월은 챙겨야 할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공휴일도 많다. 누군가에겐 기다려지는 공휴일이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다. 매일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일하지만 급여는 없다. 어떤 사람은 그 노동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지난 5월 1일 근로자의 날 대전 동구의 한 카페에 엄마들이 모였다. 엄마유니온의 창립준비모임 ‘메이데이 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지방자치위원회 올해 사업으로 여성정치실험실을 생각했습니다. 최근 청년유니온, 실버유니온 등 유니온이 늘어나고 있죠. 그래서 우리도 엄마유니온을 만들어서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창립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엄마유니온을 생각한 계기와 함께 하나의 화두를 던지는 시간입니다.”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조효경 공동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조효경 공동대표는 이날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맘고리즘에 대해 설명했다. 맘고리즘이란 신조어로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알고리즘(Algorithm)의 합성어이다. ‘임신-출산-육아-직장-부모에게 돌봄 위탁-퇴사-경력 단절-자녀결혼 손자 출산-황혼육아’로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고, 여성의 생애주기별로 육아를 반복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맘고리즘에 관련한 영상을 보며 자리에 있는 엄마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의 표현이었다.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임원정규 공동대표는 “여성이 일하는 비율은 20년 전에 49%, 10년 전에 50%, 지금 51%밖에 안 돼요. 6대 광역시 중에 대전의 특징 중 하나가 고학력 여성이 가장 많은 도시라는 거예요. 그런데 대전은 6대 광역시 중에 고학력 여성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도시기도 해요. 전국의 청소년 수면 시간이 가장 부족한 게 대전이고요. 학업 중단이 가장 높은 도시기도 하죠. 저는 엄마들의 마음에 힘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들이 모여서 단결해서 힘을 가져야 된다는 거죠”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와 이에 기반을 둔 통계청의 분석 등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연간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여성 1인당 1,076만 9,000원으로 한 달에 약 90만 원 꼴이다. 가사노동의 강도 등을 생각했을 때 적정한 금액일까.
이날 행사에서 엄마들은 자신의 월급명세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7급 공무원 기본급을 기준으로 삼았다. 기본급에 시간외 수당, 야간 수당, 휴일 수당, 명절 등의 기타 수당까지 더했고 235만 원에서부터 700만 원까지 다양한 금액이 나왔다. 자신의 노동 시간을 다시금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엄마들의 일상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는 날이 전무하다. 자녀의 연령이 낮을수록 엄마들의 노동 시간은 길어졌다. 워킹맘들은 아이에게 온전하게 신경 쓰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프랑스의 출산파업 등을 보면, 엄마들의 협상대상자는 국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가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기위해 엄마유니온 창립을 고민했습니다. 우리의 요구를 국가정책으로 전환하는 운동을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은 하나의 문제제기이고, 고민의 시작입니다. 앞으로 진행할 여러 프로그램과 기획을 여기 모인 분들이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준비한 발표를 마무리하며 조효경 공동대표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엄마들은 바람개비를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적었다. 야트막한 언덕에 꽂힌 바람개비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글 사진 이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