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6호] 당신, 3인의 책

당신,

3인의 책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작가 강철규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독일로 가는 비행기에서 중년의 ‘와타나베’가 어느 한때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때는 스물의 나이가 되는 해이며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나오코’를 떠올린다. 그리고 와타나베는 중년이 된 그제야 나오코가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게 된다.
이 소설을 애정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를 좋아하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특별히 《노르웨이의 숲》을 애정하는 것은 읽을 당시 내 상황과 동일시되는 부분이 상당히 있었던 이유가 가장 크다. 미스테리한 나오코, 얄궂은 미도리, 우유부단한 와타나베, 독선적인 나가사와, 연륜의 말을 내뱉는 레이코 등 내게도 그런 인물들이 당시 내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1년에 몇 번, 책꽂이에서 《노르웨이의 숲》을 꺼내 든다. 그럼 그때의 인물들, 그러니까 나의 나오코, 나의 미도리가 회상된다. 또한 그때의 와타나베 같은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건 지나간 청춘에 대한 증언을 되감아 듣는 일 같기도 하다. 아쉽고 아련했던 그때를 애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온 나라 책공간 탐구서)

지역에 살다, 책에 산다
책마을해리 / 기역(ㄱ)

 

책마을해리 촌장 이대건

무엇 무엇을 기념하는 책, 이렇게 꾸밈이 붙으면 재미가 없다. 진지해져서다. 재미지기가 이를 데 없는 기념 책도 있다. 우리나라 온 지역마다 책 짓는 사람들이 모여 신명을 지피는 ‘한국지역도서전’ 세 번째를 기념하기 위한 책, 일단 신나서 자지러지는 사람들이 품을 모아 만든 책이다. 책 안에 포옥 지역출판생태계 곳곳 공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태계 끝, 책이 읽히고, 놀리고, 보여지고, 사랑받는(그래서 가끔 책에 이빨자국이 난다) 우리나라 지역 책 공간에 대한 답사기이다. 작은 책방에서 작은 도서관에서 북스테이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까닭으로, 책과 지역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살뜰한 살림살이를 엿볼 수 있다. 도심 한가한 변두리 골목 꽃그늘 아래서, 바다가 창틀에 머뭇거리며 찰랑 바람을 일으키는 곁에서, 노을이 지면 온통 빨강에 휩싸여 붉은 숨을 뱉는 지평선 가까이서, 어쩌면 그렇게 책이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고군과 분투 사이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 문학과지성사

  

혁신청 대표 김영진

《사람, 장소, 환대》는 김현경 인류학자의 책이다.

인간이라는 자연적 사실을 넘어서, 사회의 구성원,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다른 말로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기 위해선 어떤 환대가 있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태아, 노예, 흑인 등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기존 사회에서 완전한 타인으로 취급 받던 이들이 환대를 통해 어떻게 ‘우리’가 되는지 설명한다. 

사회의 경계란 끊임없는 인정투쟁 속에 다시 그어진다는 저자의 말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의 경계는 어느 곳에 있는지, 이 경계를 넓히는 절대적 환대는 어떻게 가능한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정리 콘텐츠팀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