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6호] 작품 걸다 보니 어느새 20년이 흘렀다

작품 걸다 보니

어느새 20년이 흘렀다

  

이공갤러리 개관 20주년

  


  

  

1.

이공갤러리가 문을 연 지 20년이다. 전형원 관장은 버려진 낡은 흙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이공갤러리를 세웠다. 당시 대흥동에 몇몇 갤러리가 있었지만, 건물 전체를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 곳은 없었기에 이공갤러리의 등장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오로지 예술 향유를 위해 지은 공간이다. 
1999년 6월, 개관 기획전을 시작으로 약 600회에 달하는 전시를 진행했고, 참여 작가는 5,000여 명 정도다. 1년에 10회 정도 전시를 준비하며 숨 가쁘게 20년을 보냈다. 전형원 관장은 갤러리 운영 20년을 전투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시시각각 바뀌는 쇼윈도 안 작품들을 떠올려 보면, 그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공갤러리의 전시 준비 풍경이야말로 정말 전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 종료와 함께 새로운 전시 준비에 들어간다. 걸려 있던 작품이 빠져나가면 새로운 작품이 그 자리에 걸린다.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작업을 전형원 관장은 20년을 해 왔다. 
“이렇게 개관 2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뜻을 함께 해 준 작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20년 세월을 돌이켜 보면 금방 지나간 것만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사람과 시간이 담겨 있더라고요. 이 일은 저 혼자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에요. 기꺼이 전시에 참여해 준 작가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형원 관장은 지난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당시에도 이공갤러리가 10년을 지나 올 수 있었던 것을 작가들 공으로 돌렸다. 그렇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꼬박 10년을 더 달려 왔다. 
이공갤러리는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기념전 <동시대 미술가들의 항해술-회화 바깥의 회화>전을 열기도 했다. 청년 작가로 구성한 이번 기념전은 시대성과 지역성을 반영해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한다. 1부 전시는 ‘은유와 알레고리’를 주제로 권영성, 박수경, 박은영, 박정선, 송호준, 아트놈, 오선경, 이은정, 이지영, 정의철이 참여했으며, 2부는 ‘그리기의 정치학’이란 주제로 김만섭, 김은진, 박지혜, 백요섭, 서한겸, 이덕영, 이서경, 이선화, 이재석, 이정성, 주선홍까지 청년작가 21인이 관객과 만났다. 이번 기념전을 통해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펼쳐 낸 작가 각 개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펴 볼 수 있었다. 전시 제목인 ‘회화 바깥의 회화’라는 말처럼 작품 바깥의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생각, 즉 우리의 지금이 작품 안에 스며든 것을 목격할 수 있는 전시였다.
전형원 관장은 “현대미술에 강한 대전의 지역성을 투영하고 현대미술의 특징인 다양성과 개성을 참신하게 자신들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젊은 작가들 초대전이 이공갤러리의 또 다른 20년을 향한 항해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전시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2.

“이공갤러리는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단순 상업 공간만은 아니에요. 처음 시작한 이유도 미술인들의 의식과 생각을 확인하고 싶어서였어요. 예술을 향유하고, 작가의 내밀한 생각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 거죠. 이곳이 존재하고, 꾸준히 전시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행복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흥동을 이야기할 때 이공갤러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자리에서 오랜 시간 문화예술의거리 대흥동을 지켜 왔다. 주로 대전지역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대전미술의 역사와 성장을 함께해 왔다. 수많은 작가와 작품이 이공갤러리를 지나쳐 갔고, 그보다 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전시를 관람했다. 사람들은 갤러리 쇼윈도에 걸린 작품을 보며 오가는 길에도 예술을 향유했다. 작품 크기와 상관없이 유리창 너머에 걸린 그림 한 점이 주는 감동은 헤아릴 수 없고, 사람들은 그 감동을 안고 전시장으로 발걸음 했다. 
“대흥동은 오래된 필방과 고미술 가게, 갤러리 등 문화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대흥동의 변화를 목격했죠. 갤러리가 생겨나고 사라지길 반복했고, 이공갤러리보다 이전에 생긴 갤러리들이 문 닫는 걸 지켜보았죠. 갤러리를 운영한 20년이 분명 녹록지는 않았습니다. 한창 대흥동이 문화예술 활동으로 활발하던 때에는 미술계도 나름 호황기였지만, 그 시기가 길지는 않았죠. 그럼에도 계속해서 운영을 이어온 건 ‘사람들에게 예술을 통해 잠시 잠깐이라도 행복감을 줄 수 있다’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예술의 본질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 우리는 이공갤러리를 통해 가까이에서 좋은 작품을 수도 없이 만나고 예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예술 없이도 밥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밥 먹고 사는 데 아무 상관없다지만, 밥만 먹고 살기에는 지루하고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매번 흰쌀밥만 먹다가 쫄깃한 면 요리도 먹어 줘야 인생의 기쁨이 배가 되는 것처럼, 단조로운 일상에 던지는 돌멩이 하나쯤이 바로 예술이다. 그리고 이공갤러리는 20년간 수도 없이 많은 돌멩이를 던져 왔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시민이 많아졌다는 것은 삶의 질 또한 좋아졌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갤러리 역할은 삶의 질을 윤기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 사진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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