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만들고 청년이 외치는 창

당연히 아마추어이고, 허접하고, 쓸모없는 고집이 난무할 것이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을 꼭 숨기고 사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이다.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만들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행동으로 풀어낼 장을 계속 만들고 싶다. 점점 더 많은 청년과 함께 장을 넓히고 싶다. 그게 청년 김한솔 씨가 대전 아트프리마켓(이하 DAF)과 대전 국제아트프리마켓페스타(이하 DIAF)를 지속하는 이유다. 


Q 2013년 6월호 월간 토마토에 나온 적이 있죠. 그때는 개인 인터뷰가 아니라 청년 문화기획자들과 대담형식으로 이야기 나누는 꼭지였어요. 그때 기사를 다시 읽고 왔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네 사람 모두 생각은 변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활동하는 곳이 변하지 않은 건 한솔 씨뿐이었어요. DAF에서 활동한 지도, 대전에 머문 지도 꽤 오래됐네요.

그러게요. 2011년부터니까 햇수로 따지면 5년차예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Q 대전에서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은데요. 요즘은 특히 더 바빠 보여요. 

정리해 놓고 보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일단 대전문화협동조합의 이사로 활동하고요. 대전문화협동조합에서 DAF를 진행하는데 얼마 전까지 DAF 대표를 맡고 있었어요. 지금은 다른 친구가 대표를 맡고 있고요. 대전 국제아트프리마켓페스타(DIAF)에서는 총괄기획/연출을 맡았고요. 요즘은 대학도 다니고 있어요. 새정치민주연합 대학생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하고요.

 

Q 먼저 대전문화협동조합이 어떤 단체인지, 왜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2012년 말에 준비를 시작해서 2013년 1월에 정식으로 법인 설립했어요. 협동조합은 1인 1표잖아요. 한 사람의 이야기라도 무시되지 않을 수 있는 단체가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했어요. 함께하는 청년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공식적인 활동을 할 땐 대전문화협동조합의 청년 이사라고 인사해요. 대표는 다른 분이고요. 대전문화협동조합은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문화운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곳이에요. 문화예술 쪽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기반이 없으니까 뭔가를 하다가 계속 무너지고, 그만두고, 거점을 옮기고 그러잖아요. 안정적이고 제대로 된 조직이 없으니까 자꾸 무너지는 거예요. 그런 청년들이 모여서 계속 뭔가를 만들고, 지속하는 장을 마련하고 싶어서 설립한 단체예요. 아직 실체로 드러나는 건 별로 없고요. 일단 DAF가 대전문화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주된 청년문화의 장이에요. 

 

Q DAF는 2011년 닷찌플리마켓의 연장선이었잖아요. DAF에 관해서 좀 설명해 주세요. 

처음 닷찌플리마켓이었을 때는 재미있는 걸 해보자는 게 더 컸어요. 뭔가 진지하게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2013년부터였어요. 그때 이름도 DAF로 바꾸고, 여러 가지를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이벤트나 재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세월호 참사 때 많은 축제가 취소되었잖아요. DAF는 멈추지 않고 진행했어요. DAF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는 ‘장’이기 때문이었어요. 그것 때문에 안 좋은 말도 많이 들었는데 저희는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추모한 거였어요. 단순한 시장이자 이벤트성 마켓으로 생각했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DAF는 우리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장으로의 역할이 더 큰 곳이에요.

 

Q 청년들의 목소리,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청년들이 자기 안에 담고 있는 모든 걸 뜻해요. 청년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청년들이 자기 이야기를 풀 공간은 온라인이나 술자리뿐이잖아요. 그런 자리에서 하는 말은 세상에 던지는 이야기인데 퍼지지 않고 머물기만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목소리일수록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잖아요. 청년들이 지속해서 목소리 낼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Q 프리마켓이 그런 장으로의 역할을 한다는 말인가요.

20대 놀이문화를 이야기할 때 음주문화가 7할이에요. 그게 아니면 노래방, 피시방과 같은 ‘방문화’예요. 그나마 요즘은 여행이라는 게 있는데, 이건 보편적인 거잖아요.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만들 수 있는 자기들만의 문화가 뭐가 있을지 생각했어요. 그걸 저희는 프리마켓으로 출발했던 거예요. 물건을 거래하면서 판매자와 판매자, 판매자와 소비자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렇게 함께 모이고, 교류하면서 뭔가 일어나는 자리가 되는 거예요. 프리마켓에서 하는 거래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대화가 이루어지고, 덤을 받기도 하고요. 되도록 자기가 만들었거나 한 번이라도 사용한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을 판매자로 받아요. 그래야 물건에 애정이 있고, 이야기가 오갈 수 있거든요. 단순히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게 아니라 물건을 공유하는 추억으로 만나게 되는 거죠. 그런 만남에서부터 시작해서 일단 ‘장’이라는 판이 벌어져 있잖아요. 그 안에서 노래하고 싶은 사람은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이야기하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시장을 종합예술의 장이라고 해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고, 이야기가 가장 많이 발현되는 곳이잖아요. 

 

Q DAF와는 달리 DIAF는 1년에 한 번 하고, 좀 더 큰 규모로 진행되죠. 두 프리마켓이 지향하는 지점이 다른 건가요?

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DAF는 매달 한 번씩 꼭 하는 거고 DIAF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거예요. DIAF는 2014년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DAF의 경험과 함께한 사람이 모두 모여서 그들의 역량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날인 거죠. 2013년에 도쿄 디자인 페스타에 다녀왔어요. 1994년부터 도쿄 국제 전시장에서 개최하는 행사인데 8천 명 넘는 아티스트가 전 세계에서 모여요.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판매하기도 하고, 물건뿐만 아니라 음식 등 판매하는 것도 다양해요. 공연이나 코스프레 등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규모도 엄청나고요. 도쿄 디자인 페스타에 다녀온 후에 ‘우린 이거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중간 점검의 날, 최종 점검의 날 같은 잔치를 벌여 보고 싶었어요. 

 

Q 대전아트프리마켓이라는 ‘장’이 한솔 씨 개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은데요. 지난 9월에 카페에 대표가 바뀐다는 글이 올라온 걸 봤어요. 

원래는 작년부터 생각했던 일이었어요. 이곳에서 일을 오래 맡기도 했고, 좀 더 젊은 친구가 계속 유입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대표를 맡은 두 친구도 대전아트프리마켓을 보고 일해 보고 싶다고 직접 찾아온 친구들이에요. 아직 제가 완전히 손을 놓을 수는 없겠지만,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을 때 자리를 주고 지켜봐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실수도, 어려운 점도 많겠지만, 축제를 진행하면서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새로운 걸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렇게 해야 DAF가 계속 새로운 친구들로 유지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하는 일이 기성 시스템에서 보면 못나 보이고, 어설퍼 보인다는 것도 잘 알아요. 그래도 분명 청년이기에 잘하는 게 있을 거예요. 또 잘하는 게 없더라도 청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Q 청년이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 때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대상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기존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죠. 청년의 목소리가 결국에는 정치적으로도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치나 정당을 이야기하면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는데 정치는 결국 모두의 삶에 밀접한 부분이에요. 우리 이야기가 커져서 우리 의견 역시 정치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DAF는 어떻게 보면 그런 목소리를 내기 전에 연습하는 장이 될 수도 있고,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하나의 채널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청년 단체가 계속 만나고 뭔가를 만들면, 최소한 우리 주변은 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더 있나요? 

대전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뭉치는 게 어렵다는 거예요. 많은 청년 단체가 활동하지만, 개별적으로만 존재해서 뭉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뭉칠 땐 뭉쳐서 같이 뭔가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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