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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6호] 자전거로 피어날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
자전거로 피어날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
벨로코펜하겐
“누구도 하려 하지 않으니 제가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벨로코펜하겐에서 진행한 자전거 관련 강연 당시, 벨로코펜하겐을 소개하던 이원희 대표의 말이다. 아무도 하지 않아 직접 하려 했다는 그 용기와 결단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 대표의 인생에서 자전거는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자전거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애정은 상당하다. 그런 마음을 담아, 자전거 문화를 알리고 라이더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대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등천 바로 옆 자전거 카페 ‘벨로코펜하겐’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수단
“사람들은 왜 자전거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할까, 계속 고민했어요. 저는 자전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요. 자전거는 환경과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 중 하나예요. 개인적인 이유이지만, 저는 자전거를 타면 행복해요. 자전거 도시 덴마크 코펜하겐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요인 중 하나도 자전거라고 생각해요. 자전거에는 느림의 미학이 깃들었다고 믿어요. 분명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인거죠.”
벨로코펜하겐의 시작은 그렇게 이원희 대표의 굳은 믿음과 확신에서 시작했다.
덴마크, 프랑스, 일본 등 자전거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도시에는 자전거 카페가 당연하게 존재한다. 콘셉트만을 끌어온 카페가 아닌, 자전거를 매개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하나의 매개체인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이용하지만, 정작 자전거 카페는 몇 없다.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은 있었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 것이 이 대표는 안타까웠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에 벨로코펜하겐을 열었다.
대로변에 자리한 벨로코펜하겐의 분홍색 간판이 도드라져 보인다. 붉은색 덴마크 국기와 건물 위에 달린 만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치 이곳이 결승선처럼 느껴져, 먼 길을 달려오며 지쳐 있을 라이더들에게 왠지 모를 짜릿함을 선사할 것만 같다.
이 대표는 유등천이 흐르는 넓은 공간을 선택해 벨로코펜하겐을 만들었다. 자전거라는 콘셉트를 생각했을 때, 라이더들이 자유롭게 자전거를 세워 둘 수 있는 넓은 공간이어야 했다. 그래서 과거 창고로 쓰던 건물을 개조했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대부분 이 대표의 손을 거쳤다. 이 대표는 공간 콘셉트를 ‘업사이클링(up-cycling)과 바이시클(bicycle)’로 설정했다.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둘 사이에 어색함이 없다. 비슷한 발음만큼이나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조화롭다. 이 대표는 버려진 것들을 가져와 공간에 맞게 재구성했다. 오래된 자전거 바퀴를 조명으로 만들고, 나무 팔레트를 벽면에 세워 자전거 부품을 걸어 두었다. 가구 역시 폐점한 가구점에서 싸게 들여 온 것들이다. 공간 곳곳에는 자전거와 관련한 오브제를 놓아 두었다. 이 대표의 깊은 고민과 노력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공간 가득 녹아 있다.
당연히 존재해야 할 공간
이 대표는 올해 초 자전거 커뮤니티 BCC(Bicycle Culture Community)를 만들고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의 장을 마련했다. 그 시작이 자전거 강연이다. 지난 1월, 덴마크 호떡청년으로 잘 알려진 네이키드 덴마크 김희욱 대표의 강연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 BCC는 이 대표가 벨로코펜하겐을 시작한 계기이자 이유다. 많은 사람과 자전거의 가치를 공유하고, 자전거를 하나의 도시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강연 때 벨로코펜하겐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에게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해요.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 교육을 받는 것처럼, 자전거 역시 교육이 필요하죠. 실제로 덴마크는 어릴 때부터 자전거 안전 교육을 받아요. 우리나라 역시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고, 그들의 수준도 다양해요. 우선은 가볍게 자전거를 즐기는 입문자를 위한 강연을 할 계획이에요. 자전거 관리와 수리, 조립법 등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돌발 상황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실용적인 강연들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이런 교육들이 자전거 문화가 뿌리내리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이 대표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문화적 요소로 인식하고 자전거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나아가 라이더를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 벨로코펜하겐의 목표라고 말한다.
“이 공간이 많은 사람에게 관심받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자전거 이용자들이 많이 왔으면 해요. 또 그래야만 하고요. 벨로코펜하겐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들을 위한 것이니까요.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이 자전거에 대해 관심 갖고, 자전거에 관한 활동과 이야기가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해외 자전거 도시를 보면 자전거 카페가 지역에서 굉장한 사랑을 받아요. 벨로코펜하겐 역시 지역에서 사랑받고, 당연히 존재하는 공간이길 바라요.”
글 이주연 사진 이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