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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8호] 균특회계 지방 이양, 문화예술 예산 축소로 이어질까?
균특회계 지방 이양,
문화예술 예산 축소로 이어질까?
대전시, 문화재단 토론회 개최
맥 잡기 어려운 발제, 아쉬움!
1.
우리 정부 예산 중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가 있다. 이를 줄여 ‘균특회계’라 부른다.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지역이 고르게 균형 발전하도록 사용하는 예산이다.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매년 각 지자체 요구를 받아 내려 주는 예산이었다. 정부는 내년에 이 예산을 아예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업 기획과 예산 편성권을 지역에 주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이 종합계획에 따라 지방세 비율 확대와 함께 내년에 균특회계 지방 이양을 추진한다. 자치분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한 정부 정책 방향이고 재정분권은 이중 핵심이다. 자치분권에 동의한다면, 큰 틀에서 정부의 이런 방침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몇 가지 우려가 있다.
세제 개편을 통해 지역 재정 확충 길을 열어 둔다고 해도 지역이 처한 조건이 다르니 재정 건전성에 현격한 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계 고민은 더욱 깊다. 내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균특회계 예산 중 문화예술 영역에 투여하는 예산 때문이다.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비다. 문화 균형 발전을 통한 문화분권이라는 측면에서 균특회계 중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대전문화재단과 대전시는 ‘2019 대전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예술인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부제는 ‘대전문화예술 미래를 준비하다’였다. 7월 23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옛 충남도청 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2.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황진수 예술확산본부장은 “문화예술계에 대표적인 균특회계사업은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이며 그동안 국비를 지원받은 각 지역이 1:1 매칭으로 사업을 시행했다”라고 설명했다. 황 본부장 발제문에 따르면 2018년 대전시는 9억 원 가량의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4천만 원 규모의 국제문화예술교류지원사업, 1억 3천만 원 예산의 차세대아티스타지원사업, 1억 2천만 원으로 레지던시사업, 4천만 원으로 국악야외상설공연지원사업, 2천만 원으로 문화예술연구 및 평론지원사업을 펼쳤다.
대략 12억 5천만 원 가량이다. 절반이 균특회계 국비였고 나머지 절반은 대전광역시 매칭 예산이었다. 올해까지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에 매칭 사업비를 시비로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 사안이었다. 내년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황 본부장은 “지역의 수많은 당면 과제와 현안들 속에서 기초예술, 순수예술 창작 분야에 대한 우선 순위는 어디쯤 위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시민과 대의 기구인 시의회가 상대적 예산편성 자율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현재 규모 이상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인가에 관한 의문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는 없는 듯하다. 황 본부장은 지역문화예술정책 관련 협의 기구가 지난 6월 한 달 동안 펼친 워크숍, 토론회, 포럼 등 결과를 정리해 제시했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자치분권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자체 예산편성 시,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축소 가능성이 높고 지역별 격차가 증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기초예술을 지방사무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예술진흥정책 차원에서 검토해야 하고, 문체부와 예술위원회가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적절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황 본부장은 발제 끝에 “자치분권, 지방재정의 획기적인 확충, 주민참여 확대, 문화분권 가속화 등은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적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전제했다.
다만, 지역 주민과 공무원 등 문화예술정책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순수기초예술 영역이 우리 삶에 얼마나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라며 “예술위원회와 대전문화재단은 대전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이에 대한 답과 그 답을 증명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라고 마무리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기봉 위원은 “그동안 균특회계 예산을 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역에 내려보낸 예산이 보통 광역시 매칭 예산까지 포함하면 10억 원에서 20억 원 사이였다. 이것을 지방비로 이관하면 매칭 조건이 사라지니까. 예산이 절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활체육 분야처럼 생활예술 분야는 일반 시민에게 지원하는 예산이기 때문에 표를 의식한 자치단체장이 신경을 쓸 가능성이 높지만 일반 문화예술인에 대한 예산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 때문에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예술인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균특회계 지방 이양에 따른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김 위원은 변화를 앞에 둔 현실에서 광역문화재단이 가져야 할 역할에 관해 중점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김 위원은 문화분권 시대의 지역예술진흥을 위한 광역문화재단의 역할이라는 발제를 통해 “문화재단이 정책 대상으로 삼는 문화예술인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정책 기획과 평가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진문화재단 문옥배 사무처장은 대전토론광장 지원체계라는 발제에서 문예진흥기금의 지원방향과 지원사업 영역 확대를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대전연극협회 복영한 협회장은 창작 환경 개선을 위한 문화예술경영 지원과 플랫폼 구축, 예술 생태계 안정을 위한 예술단체, 예술인, 관람객, 공간(공연장) 분류 지원정책을 촉구했다.
3.
문화재단은 이번 토론회 홍보물에서 “문예진흥기금의 균특회계 지원이 종료함에 따라 문화분권시대의 현 상황 분석과 지역의 자구책 마련을 위한 실천방안 모색”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토론회 시작 전, 대전문화재단 박만우 대표도 인사말을 통해 “문화예술진흥정책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이 균특회계 편성지침에 따라 지방 정부로 이양되고 직접창작지원 말고도 경영지원, 예술인복지지원 등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예술인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상황이지만 현재 상황이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좋은 정책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대전문화재단 홍보물과 박만우 대표 인사말을 통해 이번 토론회 핵심 주제는 자치분권, 문화분권 시대에 적절한 지역문화예술 예산 확보 방안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싶다. 지역이 직면한 수많은 현안과 해결이 필요한 의제 속에서 지금 수준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시민 합의조차 끌어내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예측이 슬픈 전제로 깔렸다.
이런 목적에 걸맞는 토론을 끌어내기에는 발제자 선정과 주제에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대처할 현안임에도 발제자 네 명 중 세 명이 외지인이었으며, 그나마 두 명의 발제자는 토론회 목적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제를 준비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일반적인 문화예술 지원정책에 관한 기관과 예술인 입장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정도였다. 때문에 전체 토론회는 맥을 짚어 가지 못한 채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모이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흩뿌려지는 답답함을 보여 주었다. 토론회 설계가 부실하고 사전에 발제자와 충분히 토론회 목적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오히려 발제가 모두 끝난 후 대전문화재단 이희진 본부장 메시지가 더욱 강렬했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문화재단이 중앙에서 내려오는 돈에 지방비를 매칭해 택배사업 하듯이 기금 배분만 했기 때문에 지금 기금이 없어져서 난리난 것이다”라고 현상황을 거칠게 분석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지역 예술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창작지원의 안정화와 지속화를 위해 대전시에 문화예술진흥기금 설치 등 다양한 고민을 시와 함께 추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전세종연구원과 함께 전수조사에 가까운 지역 예술인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고 향후 대전문화예술 지표 등에 관한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시장 활성화, 자생력 강화, 경영지원 등을 위해 문화예술 지원시스템 변화와 예술인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고 대전문화재단뿐만 아니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 문화예술 기반시설과 공공시설 등이 각각 어떤 역할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이 발제를 하는 것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토론회가 모두 끝난 후 박만우 대표는 논의의 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자치분권과 문화분권의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이를 준비하는 대전시 문화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논의의 장’이라면 치밀한 기획과 설계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정선기 교수가 맡았다. 토론회장에는 지역문화예술단체 관계자와 예술가, 대전문화재단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희섭 대표도 객석에 앉아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보아 눈길을 끌었다.